[4IR-3.1] 4차 산업혁명 기술 이해-1
4차 산업혁명론(4IR)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신기술은 2016년에 슈밥이 제시했던 것처럼 3그룹 즉, 디지털 기술, 물질계 기술, 생명계 기술로 묶을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전통적 IT를 중심으로 기술 자체가 고도화(예: 인공지능, 빅데이터) 되거나 신기술(예: 분산원장/블록체인)이 추가된 것이다. 물질계 기술은 인류가 오랜동안 다루어 온 물질(materials), 예를 들면, 나무, 돌 같은 천연재료로부터 플라스틱, 섬유, 반도체 같은 가공물질, 나아가 각종 기계/전자장치 등을 다루는 기술이다. 물질과학/공학(또는 재료과학/공학)은 인간생활에 필요한 새로운 물질(주로 고체)의 발견, 설계/제조 등에 대한 원천기술로 물리학, 화학, 공학 등을 활용해서 금속, 세라믹, 화학물질, 고분자 등 물질의 구조, 특성, 작용 등을 규명하고 원하는 성능을 내도록 하려는 학문이다. 슈밥은 4IR을 이끄는 물질계 기술로 무인운송수단, 3D 프린팅, 첨단 로봇공학, 신소재 등을 꼽았다. 물질계 기술 중에서 최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분자/원자 수준의 물질을 다루는 나노기술(Nano-tech)이다. 참고로 1 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에 해당된다. 생명계 기술은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 미생물 등의 생성, 성장, 노화, 소멸 등을 다루는 기술이다. 그 원천기술인 생명과학은 ‘생명 현상이나 생물의 여러 가지 기능을 밝히고 그 성과를 의료 등 인류복지에 응용하는 종합과학’(출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이며, 생명공학은 ‘지식 재화 및 서비스 생산을 위해 생물이나 무생물을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생물체, 생물체의 일부, 제품, 제품 관련 모델에 과학적 논리와 기술을 적용하는 활동’(출처: OECD)을 가리킨다. 용어 측면에서 생명과학/공학은 바이오기술(BT)과 혼용되고 있다. 슈밥은 4IR을 이끄는 생명계 기술로 유전자 분석/활성화/편집, 합성생물학, 유전자 마커, 바이오 프린팅 등을 꼽았다. 2018년, 슈밥은 디지털/물질계/생명계 기술 등 3개 그룹에 에너지/환경, 기후제어, 우주기술 등을 포함하는 환경통합(integrating the environment) 기술(그룹)을 추가했다.
필자는 디지털 기술을 ‘데이터의 수집, 분석, 가공을 통해 인간에게 유용한 가치를 제공하는 수단, 지식, 시스템으로 컴퓨터(HW, SW)와 정보통신망에 센서, 기계/전자 장치 등이 부가된 기술’로 정의하고자 한다. 디지털 기술을 IT에 대한 전통적 분류방식에 따라 나눈다면 아래와 같이 인프라, 플랫폼, 서비스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 인프라(기반기술): 컴퓨터 HW, SW, 정보통신망
(예) 주전산기, PC, 스마트폰; UNIX, 안드로이드; LAN, 와이파이
▪ 플랫폼(공통기술): 데이터 관리, 프로세스 관리, 정보보호 등
(예) 센싱,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계/전자 장치 제어, 바이오인증
▪ 서비스(응용기술): 특정 목적 달성을 지원하기 위한 요소기술, 제품/서비스, 산업
(예) 요소기술: 텔레매틱스, 바이오메트릭스; 제품/서비스: 자율주행자동차;
산업: 온라인쇼핑, 카셰어링, 디지털 콘텐츠, 스마트 홈, 스마트 도시
한편,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시스템은 계층구조에 따라 아래와 같이 구분할 수도 있다.
▪ 디지털 플랫폼: 여러 가지 애플리케이션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제공함
(예) 인공지능(AI) & ICBM (즉, IoT, Cloud, Big data, Mobile/5G)
▪ 디지털 애플리케이션: 여러 가지 디지털 솔루션에 포함되어 특정 기능을 수행함
(예) 분산원장/블록체인, 사물인터넷, VR/AR/MR, 3D 프린팅
▪ 디지털 솔루션: 최종 사용자/소비자들이 직접 이용하는 패키지화된 제품/서비스
(예) 스마트 홈/빌딩/도시, 스마트 로봇,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플랫폼의 기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모든 디지털 솔루션 즉, 스마트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센싱, 프로세싱, 액추에이팅, 인터페이스, 커뮤니케이션, 보호 등을 포함한다. 스마트 빌딩을 예로 든다면, 센싱은 건물 외부환경(예: 대기의 온도, 습도, 풍속, 기압)과 내부환경(예: 실내 온도, 습도), 개체의 이동(예: 차량이나 사람의 출입, 엘리베이터 가동), 개체의 상태(예: 냉/난방기의 정상가동, 고장, 오작동) 등을 주기적으로 또는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기능이다. 프로세싱은 센서로부터 수집된 데이터와 자체 보유 데이터/지식, 계산/판단 알고리즘 등을 이용해서 새로운 데이터/지식을 만들어 내거나 필요한 조치를 탐색하고 선택하는 기능이다. 예를 들면, 거주자에게 가장 알맞은 냉/난방기 가동조건을 찾는다든지, 허용되지 않은 차량의 출입을 제한하는 기능이다. 액추에이팅은 프로세서의 판단 결과를 받아서 필요한 장비/장치를 가동하는 기능이다. 건물 내 온도/습도가 사전에 설정된 값에 이르면 에어컨을 켜도록 지시하는 것, 건물 출입자의 신원 확인 후, 도어를 열도록 지시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인터페이스(즉, 接點, 結合部)는 시스템 내부 구성요소 간에 또는 시스템과 외부 개체 간에 필요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능이다. 건물 내 전기공급장치, 엘리베이터, 냉/난방기 간에 전기신호나 디지털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즉, 시스템 인터페이스) 또는 건물이용자나 장치관리자가 장치 조작을 위해 버튼을 누르거나 음성 명령을 보내는 것(즉, 사용자 인터페이스)을 가리킨다. 커뮤니케이션은 인터페이스를 통해 받은 신호나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아날로그 또는 디지털 통신 기능을 가리킨다. 건물 내 기기/장치 간에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는 아날로그 통신도 있고 전기적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해서 컴퓨터를 통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통신도 있다. 보호는 디지털 시스템 전체가 외부의 물리적/논리적 공격을 받더라도 안전하게 가동될 수 있게 해 주는 기능, 시스템 내부에서 데이터와 프로세스의 위/변조나 손상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는 기능 등을 가리킨다.
4IR 논의와 더불어 디지털 플랫폼의 핵심기술로 부각된 것이 AI & ICBM이다. 인공지능(AI)은 관심있는 대상(예: 사람의 얼굴이나 제스처, 농작물 상태)을 컴퓨터로 하여금 사람처럼 인식하고 학습해서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고 필요한 행동을 지시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AI가 사람의 뇌와 정신을 모사하기 위한 SW 기술임에 반해, 로봇은 사람의 몸을 만들기 위한 HW 기술인 셈이다. 독립적으로 발전되어 온 두 기술은 이제 하나로 결합되어 스마트 로봇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은 사물과 컴퓨터, 사물과 사물, 사물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통신 기술 즉, 각종 센서, 무선 센서 통신망(WSN: Wireless Sensor Network), 그리고 타 애플리케이션(예: 뮤직 플레이어나 가정/공장 내 장비 운영)과의 인터페이스 등이 결합된 기술이다. 예를 들면,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이야기에서 알리바바가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을 외치면 돌문이 열렸던 것은 알리바바(사람)-동굴(컴퓨터, 음성 인식이 가능한 인공지능 SW 내장)-돌문(사물) 간에 IoT 같은 통신이 가능했던 것이다. 클라우드(Cloud)란 개인이나 기업이 원격지에 있는 컴퓨터나 저장장치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사용한 만큼만 대금을 지불하는('pay-per-use') 방식을 가리킨다. 요즘 모든 통신사가 고객들이 만들거나 수집한 문서, 사진, 동영상 등을 저장할 수 있는 30~50 GB 정도의 공간 즉,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많은 비용을 들여서 고가의 컴퓨터와 SW 패키지를 구입할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저비용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빅데이터(Big data)는 일상적으로 모으고 분석해서 활용하던 ‘스몰(small) 데이터’에 비해 훨씬 더 ‘큰’ 데이터를 가리킨다. 빅 데이터의 특징으로 통상 3V 즉, Volume (즉, 양이 많음), Variety (즉, 다양함), 그리고 Velocity (즉, 실시간)를 꼽는다. 빅데이터 기술은 데이터의 수집/획득(예: RFID를 이용한 입/출고 데이터 자동 수집), 저장/관리(예: 대용량 자료처리를 위한 특수 기술, 예: Hadoop), 분석/해석(예: 통계기법, 딥러닝) 등 기술이 결합된 것이다. 모바일(Mobile) 기술은 스마트폰을 포함한 기기와 초고속 이동/휴대통신망 기술,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작동되는 SNS와 관련 애플리케이션 등을 포함하는 기술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PC와 유선 인터넷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은 빠르게 스마트폰과 무선 인터넷 기반의 앱(App)으로 이전되고 있다. 2019년, 초고속(1~10 Gbps), 저지연(1 밀리초 이내), 다수의 기기 연결 등이 가능한 5G(5세대) 통신망이 상용화되면 플랫폼 자체의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예: 자율주행차량, 가상현실의 생중계)의 등장이 더욱더 빨라질 것이다.
AI & ICBM은 모두 디지털 플랫폼 구축과 고도화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기술들이다. AI 특히 머신러닝/딥러닝은 기본적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이용한 훈련을 필요로 한다. 즉, 각종 센서의 발전과 SNS 확산에 따른 빅데이터 확보, 기존 CPU의 수십배 성능을 발휘하는 GPU(그래픽 프로세서) 같은 컴퓨터 HW의 발전 등이 없었더라면 딥러닝이라는 알고리즘은 상업화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의 기술 발전 또는 돌파(breakthrough)는 대부분 그와 같은 기술융합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컴퓨팅/스토리지 기술이 없었다면 여러 채널로부터 데이터를 수집, 저장, 분석하기 위해 고가의 컴퓨터와 SW를 구입해야 하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AI와 5G 통신, 센서 등이 고도화되지 않고는 도로, 기후, 운전자, 보행자 등의 상황/상태를 스스로 판단-대처하는 자율주행차량은 운행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AI & ICBM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은 제조, 의료, 금융, 물류/유통 같은 여러 산업에 실제 적용되지 않는다면 의미 있는 데이터의 생성-축적이 불가능하고 의사결정의 합리화를 통한 성과 향상 경험도 축적되지 못할 것이다. 그에 따라 새로운 기술개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AI나 클라우드 등의 기술 발전도 지연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기술 상호 간에, 또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 디지털 시스템 계층 간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수준의 기술개발과 산업적용 여부에 따라 파괴적 혁신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