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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Feb 02. 2019

3D 프린팅과 적층제조

[4IR-3.10] 4차 산업혁명 기술 이해-10

3D 프린팅의 의미

   3D(three-dimensional, 3차원) 프린터는 종이 위에 텍스트나 이미지를 출력하는 기존 2D(2차원) 프린터와는 달리 3차원 구조물을 찍어내는 장치를 말한다. 3D 프린터는 인쇄 작업을 3차원으로 진행한다. 벽돌을 쌓아 올리듯 재료를 한층, 한층 쌓아 올리기도 하고 액체 상태의 재료를 순간적으로 굳히기도 하며, 분말 또는 고체(예: wire, 필라멘트, 얇은 시트) 상태 재료를 녹이거나 붙여서 사전에 설계된 형상을 만들어 낸다. 3D 프린팅 재료다양한 물질 즉, 종이, 플라스틱, 유리, 세라믹, 금속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식재료나 단백질이 사용되기도 한다. 세포, 혈관, 장기 같은 생체 조직을 찍어내는 기술을 바이오 프린팅이라고 한다. 3D 프린팅은 시제품, 3D 피규어(figure)로부터 신발, 의류, 장난감, 치과용 보철, 가전제품, 자동차 부품, 항공기 엔진 연료분사장치, 나아가 주택과 건물 등 다양한 물품 제조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선도기업들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필수 단계인 시제품(prototype)을 제작할 때 주로 3D 프린팅을 활용하고 있다. 대량 생산용 제품, 매우 정밀한 기계 부품이나 전자회로 기판 등은 아직까지는 3D 프린팅이 적용되지 못한 영역이다.

   3D 프린팅은 1984년 Charles W. Hull이 발명한 기술로 1986년 그가 창업한 3D Systems사에 의해 첫 상용 제품이 출시되었지만 그 후 20여 년 동안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기술로 꼽히고 있는 다른 기술들처럼 3D 프린팅도 2010년대에 들어서서 장비와 재료 가격이 하락하고, 소재 가공, 모델링, 프린팅 등 HW 및 SW 측면의 기술이 발전되면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3D 프린팅은 전통적 제조 방식과는 달리 재료를 쌓아 올려서 3차원 입체를 만드는 식이기에 적층(積層)제조(Additive Manufacturing)라고 한다. 전통적 제조는 금속 경우 이를 단조(두드리고 펴기), 주조(찍어내기), 절삭(자르고 깎기), 사출(뿜어내기) 등 가공과정을 거치므로 감산(減算)제조(Subtractive Manufacturing)라고 한다.


3D 프린팅 기술

   3D 프린팅을 이용한 제품 생산은 통상 3D 모델링, 프린팅, 피니싱(finishing, 마무리) 단계를 거치게 된다. 3D 모델링은 제조할 물품의 형상을 3차원 설계도면으로 만드는 단계를 말한다. 이는 엔지니어/디자이너가 설계자동화(CAD: Computer-Aided Design) SW를 이용해서 도면을 직접 그리거나 3D 스캐너(scanner)로 실제 물체의 형상 데이터를 읽어서 컴퓨터 파일을 만드는 식으로 진행된다. 3D 스캐너는 2가지 방식 즉, 초음파 진단기처럼 대상 물체의 표면에 장비를 밀착시켜서 정보를 읽어 들이는 접촉식과, 물체와 떨어진 곳에서 빛(예: 레이저, 백생광)을 조사해서 반사된 결과에 따라 정보를 얻는 비접촉식이 있다. 피니싱 단계는 프린팅 된 결과물의 표면을 매끄럽게 닦거나 칠하고 여러 개의 결과물을 하나로 결합하는 작업 등을 포함한다.


   3차원 구조물을 실제로 찍어내는 프린팅 방식으로 압출 적층 조형(FDM: Fused Deposition Modeling), 선택적 레이저 소결(SLS: Selective Laser Sintering), 광경화 수지 조형(SLA: Stereo-lithography), 적층물 제조(LOM: Laminated Object Manufacturing) 등이 있다(참조: 위키백과). 이들 프린팅 방식은 제조 비용, 성능(예: 프린팅 속도), 품질(예: 가공 정밀도, 후처리 작업 필요 여부), 사용 가능한 재료(예: 플라스틱 또는 금속)와 제조 가능한 물체(예: 단순 제품, 고정밀 부품) 등에서 차이가 있다. FDM은 선(wire) 또는 필라멘트 형태의 플라스틱을 녹이고 노즐을 통해 압출해서 쌓아 올리는 방식이며, 기술이 공개되어 있고 장비 가격도 저렴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해상도(즉, 정밀도)가 낮다. SLS는 금속, 플라스틱 분말을 레이저를 이용,  순간적으로 녹여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정밀도와 강도가 높지만 장비 가격이 비싸다. LOM은 종이, 플라스틱, 금속 등을 얇게 잘라서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재료와 장비 가격은 싸지만 마감처리가 필요하다. SLA는 통에 담긴 용액에 레이저나 자외선을 쏘여서 굳히는 방식으로 얇고 미세한 형상도 제작할 수 있다.

     

3D 프린팅의 적용과 확장

   적층제조(AM)는 3D 프린팅뿐만 아니라 재료를 쌓아서 물품을 만드는 모든 방식을 포괄하는 용어이다. 미국은 일찍부터 AM 기술에 주목하고 1997년부터 과학재단(NSF)을 포함한 여러 정부기관이 산학연의 기술개발을 지원해 왔다. 미국 정부의 AM 기술개발은 디자인, 공정 모델링과 제어, 재료와 설비, 생의학적 응용(예: Bio-AM, Computer-Aided BAM), 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응용(예: 항공기 수리/정비/개조 등에 적용) 등의 세부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장웅성 등, 2013). 3D 프린팅과 AM은 제조뿐만 아니라, 바이오/의료, 섬유, 에너지, 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대부분의 시제품이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개발되고 있으며 정밀 부품도 제작되고 있다. 예를 들면, 포드 경우,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시제품이 10여 년 전에는 4,000종이었지만, 최근에는 10만 종 이상으로 확대되었다(출처: 포드의 3D 프린팅). 보잉은 항공기 생산에 필요한 부품 중 1,000개 이상을 3D 프린터로 제작하고 있다(출처: 보잉의 3D 프린팅). 로컬모터스(Local Motors)는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소규모 인력, 시설만으로 제조하는 마이크로 제조(Micro Factory), 개방형 혁신과 협업을 통한 공동창조(Co-creation), 오픈 소스 HW 활용 등을 실현한 제조혁신 기업이다. 2014년에 첫 3D 프린팅 자동차를 생산한 이래 2016년 기준, 100명 정도 직원이 1년에 2천대 이상의 자동차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일반 승용차 한 대에 3만 개, 전기자동차 한 대에 1만 개의 부품이 사용되는 것과는 달리 로컬모터스는 3D 프린터로 찍은 40 여개의 구조물을 조립해서 완성차를 만든다(참조: 로컬모터스 사례).


   3D 프린팅은 의료 분야에서는 티타늄을 소재로 한 생체 이식용 인공두개골(출처: 3D 프린팅 인공두개골) 제작에도 활용되었다. 2017년, 러시아의 한 스타트업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하루 만에 11.5평, 1,100만 원짜리 주택을 건설하기도 했다(출처: 3D 프린팅 주택 사례). 컨투어 크래프팅(참조 동영상)은 3D 프린팅과 로봇을 결합해서 복잡한 구조의 건물도 빠르게 지을 수 있는 기술이다. 이처럼 3D 프린팅은 출력 가능한 물질이 늘어나고 프린팅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인간이 생산-소비하고 있는 모든 제품, 생명체, 나아가 기존 제조 방식으로는 만들지 못했던 제품 또는 상상만 해 본 제품 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 기술로 발전될 것이다. 4D 프린팅은 2007년 미국 DARPA가 R&D를 시작한 기술로 간단히 말하자면 3D 프린팅에 하나의 차원(또는 조건)을 추가한 것이다. 즉, 4D 프린팅은 열 또는 압력을 가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형상이 변하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사전에 프로그램 해 둔 바에 따라 모양을 갖추는 물체를 프린팅 한다. 4D 프린팅은  장난감이 아닌, 실제로 변신하는 로봇이나 우주 공간에서 스스로 조립되는 거주시설이나 하수도 같은 도시 인프라를 만드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참조: 오돈석, 2017).


3D 프린팅의 기회와 위협

   3D 프린팅은 전통 제조방식에 비해 재료의 낭비나 환경오염을 줄이고, 기존 방식으로는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복잡하거나 특이한 형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해 준다. 일반 소비자들은 의식주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자신에게 알맞은 재료와 형태로 직접 만들어 씀으로써 시간/비용을 절약하고 직접 만들어보는 즐거움도 얻는 이른바 프로슈머(Prosumer) 또는 메이커(Maker)가 될 수 있다. 개인생활이나 가정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일상용품의 설계도를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한 후 가정용 3D 프린터로 찍어서 쓸 수 있다는 말이다. 3D 설계도면을 보내 주면 3D 프린터로 물품을 찍어서 보내주는 쉐이프웨이즈(Shapeways), 백만 개 이상 3D 도면을 무료로 제공하는 싱기버스(Thingiverse) 같은 회사도 있다. 전통 제조 기업은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을 소비자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 납품함으로써 생산 원가/시간과 물류 비용/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으로 꼽는 다품종 소량생산개인화/맞춤생산은 그와 같은 기술 및 비즈니스 혁신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3D 프린팅은 종국에는 부품/자재 납품업체-가공/조립업체-판매업체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산업생태계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저임금 노동력을 얻기 위해 해외 생산(‘오프쇼어링’)했던 기업들의 본국 U-턴(‘리쇼어링’), 수직적/수평적 기업 네트워크의 분산 협업 네트워크(즉, 일종의 P2P 네트워크) 전환 등이 확대될 것이다.


   3D 프린팅이 기존 제조 방식을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쉽게 활용되려면 기술 측면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다. 예를 들면, 다양한 재료 개발, 가공 비용과 처리 속도를 줄이면서 보다 정밀한(즉 고해상도) 물품을 프린팅 할 수 있는 공정 개발, 장비 가격 인하 등이 해결되어야 한다. 또한, 제도나 관리 측면에서 최종 제품의 성능/안전을 누가 책임지고 보장할 것인지, 불법/불량 제품(예: 총기, 마약) 제조에 이용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개방 환경에서 공유된 설계 파일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인정/보장할 것인지 등이 해결되어야 한다. 3D 프린팅에 사용되는 금속분말은 인체에 해로운 초미세먼지인 셈이며 독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바이오 프린팅은 기술, 제도 문제 외에 윤리적 이슈(예: 생명체 제조)에 대한 인류 차원의 논의와 합의도 필요하다. 3D 프린팅은 기계/전자공학, 소재, 바이오기술, 나노기술, 로보틱스, SW, 디자인 등이 결합된 융합기술이다. 따라서, 개별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요소기술들이 창의적으로 결합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그 결과물을 다양한 문제에 적용해서 성공 사례를 만듦으로써 새로운 투자를 이끌어내는 식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참고문헌>

- 오돈석, 3D 프린팅 기술을 넘어선 4D 프린팅의 세계 기술현황 및 국방 분야 적용방안, 월간 국방과 기술, 2017. 8. 28.

- 장웅성 등, 3D 프린팅 제조혁명에 대한 한국 금속산업의 대응전략, KEIT,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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