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IR-4.1] 4차 산업혁명과 경제/사회 변화
디지털 경제는 아날로그 경제에 대응되는 용어로 생산으로부터 분배(또는 유통), 소비에 이르는 경제활동에서 디지털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경제를 가리킨다. 아날로그 경제에서는 형상을 가진 물질 또는 원자(atom)가 기본단위였다면, 디지털 경제에서는 형상이 없는 정보 또는 비트(bit)가 기본단위가 된다. 아날로그 경제는 인력, 장비, 물자 등 유형 자원을 사용하기에 산출물의 가치도 제한적이지만, 디지털 경제는 기술, 정보 등 무형 자원을 기반으로 하기에 산출물은 쓰면 쓸수록 더 큰 가치를 만들게 된다. 디지털경제는 1970년대 이후 디지타이제이션, 디지털라이제이션, 그리고 2010년대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단계로 진전되면서 인류에게 큰 혜택과 함께 역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은 아날로그 데이터를 컴퓨터에서 처리 가능한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는 단계,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tion)은 제품/서비스, 생산/유통 프로세스 등을 디지털화하는 단계를 가리킨다. 전자책, IPTV, 인터넷 쇼핑/뱅킹, 이러닝 등이 이 단계의 산물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은 AI & ICBM, 3D 프린팅, 차세대 보안, 블록체인,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로봇 등에 의해 사회 전반에서 커다란 변혁이 일어나는 단계이다. 실제로 아날로그 기업의 디지털 기업 전환(예: 애플, GE), 산업 간 경계 내지 온라인-오프라인 경계 소멸(예: 아마존의 오프라인 진출, 배달의민족 같은 O2O 서비스) 등 경제 변화와 함께 정치(예: 전자투표, 온라인 정당), 사회(예: SNS 중심 인간관계), 문화(예: VR/AR 기반 게임, 공연, 관광 등) 등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경제가 실질국민소득 증가에 기여했는가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이는 무형의 가치의 측정과 집계에 대한 기존 회계 방식과 거시경제 모형의 한계일 뿐이지 모든 경제주체들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디지털 경제의 역기능, 예를 들면, 프라이버시 침해, 사이버 범죄/공격, 경제/사회 측면의 양극화 가속, 인간관계를 포함한 전통과 문화의 손상 등은 여전히 극복되지 않은 과제들이다.
OECD는 바이오경제(Bio-Economy)를 2006년에는 ‘생명과학 발전으로 신제품의 보급이나 서비스의 향상을 통하여 인류에 편익을 가져다주는 다양한 경제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최용경, 2012)으로, 2009년에는 ‘바이오기술이 경제적 산출량의 상당 부분에 기여하는 경제’(한성구 등, 2009)로 정의하였다. ‘2009년 7월 세계미래학회는 범용기술로 IT를 대체할 BT에 주목하였고, 2018년경 IT와 BT가 경쟁 단계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한성구 등, 2009). 바이오경제라는 용어 자체는 1990년대 말에 학계에서 쓰기 시작했으며(참조: Wikipedia), 2009년 OECD, 2012년 미국 오바마 정부, 2013년 독일 연방정부 등이 국가 정책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994년에 처음 수립된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왔고 현재 3차(2017~2026) 계획에 따라 기술개발 및 산업혁신이 추진되고 있다.
나노경제(Nano-Economy)는 원래 대량생산-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매스(Mass)경제’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맞춤/개인화 생산-소비가 가능한 경제를 가리킨다(참조: 구 한국전산원, 2006; 정지훈, 2011). 한편, ‘나노경제’를, ‘바이오경제’와 같은 맥락에서, 나노기술의 경제적 기여가 커진 경제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노기술(Nano-Tech, NT)은 분자, 원자 수준의 초미세 물질을 다루는 기술로 물리, 화학, 전자, 재료, 생물 등 과학기술의 결집체이다. 나노기술은 구체적으로 나노소재, 나노소자, 나노장비/기기 등으로 구현되어 모든 산업 즉, 자동차, 조선, 항공, 전자, 섬유, 국방, 의료, 식품, 화학, 환경/에너지 등에 적용된다. 이런 점에서 바이오경제와 함께 나노경제가 확산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융합제품(예: 바이오나노칩, 약물전달용 갭슐)이 BT와 NT 기술융합을 통해 개발, 생산되고 있다. AI 전문가이면서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GNR 혁명 즉, 유전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 등의 융합에 의해 2045년쯤 ‘특이점(The Singularity)’ 즉, 모든 인류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계 지능이 등장하는 시기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나노기술이 만들어 낼 파괴적 혁신에 주목한 미국은 2001년에 국가 나노기술 정책(National Nano-tech Initiative: NNI)을 수립하였고, 우리나라도 2001년에 처음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한 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서 현재 4기(2016~2025) 계획을 실행 중이다.
융합경제(Convergence Economics)는 융합기술의 경제적 기여가 커진 경제이다. 전 세계는 10여 년 간의 융합기술 R&D를 거쳐 2010년대 이후 드디어 융합경제에 진입하였다. 예를 들면, 최근 AI의 급속한 발전과 실용화는 딥러닝 알고리즘은 물론, 병렬처리와 초고속 연산을 지원하는 컴퓨터, 실시간 데이터 수집/처리를 지원하는 센서와 무선 통신망,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이 융합됨에 따라 가능해진 것이다. 융합(convergence, fusion)이란 용어 자체는 1960년대 말 이후 학계와 산업계에서 사용되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가 차원의 기술혁신 내지 산업혁신 정책의 근간이 되었다. 미국은 2002년 NNI를 확장한 NBIC 전략 즉, ‘나노-바이오-정보기술과 인지과학’을 중심으로 한 융합기술(Converging Tech.) 전략을 수립하였고, EU는 2004년 과학기술에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덧붙인 NBIC+ 전략을 수립하였다. 우리나라는 2008년에 국가 융합기술발전계획을 수립하였다. 참고로, 이상문 박사와 데이비드 올슨은 컨버저노믹스(Convergenomics: Convergence + Economics, 즉 융합경제)라는 용어를 코이닝(coining-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내는 것)하였다.
디지털 경제, 바이오경제, 나노경제 등이 신기술이 촉발한(즉, ‘technology push’) 경제를 가리키는 용어인 반면, 지속가능 경제, 공유경제, 플랫폼 경제 등은 시장/소비자 또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즉, ‘market or society pull’) 경제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지속가능 경제(Sustainable Economy)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고려한 경제를 가리킨다. 1972년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구증가와 환경오염이 지속될 경우, 인류 발전에 큰 위협이 될 것임을 경고한 이래, 지속가능성은 정부 정책과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지속가능 개발(~ Development)은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경제 및 사회 개발을 가리킨다. UN은 2010년 MDG(Millennium Development Goal, 2015년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8대 목표)에 이어 2016년 1월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 2030년까지 달성할 17대 목표)를 설정하고 전 세계 정부/기관과 함께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 Management)은 지속가능한 기업경영 방식을 의미하며, 3가지 지속가능성 즉, 경제적 지속가능성(예: 고객, 파트너, 종업원, 주주 등에 제공할 이득), 환경적 지속가능성(예: 에너지 절감, 환경 보호 성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예: 고용, 노사관계, 인권,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을 고려한다(참조: UN의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보고서, 2002).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원래 자기가 쓰지 않는 물자나 공간을 다른 소비자와 (대가 없이) 나눠 씀으로써 이타심을 표현하고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하려는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를 의미하는 용어였다. 공유경제 비즈니스는 개인이나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잉여 자산(예: 제품, 서비스, 공간, 차량, 돈, 시간, 재능)의 재분배, 공유, 재활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가리킨다. 공유경제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중개 기능 등으로 구성된다. 인터넷 확산 이전에도 부동산 중개나 환전소 같은 유사 비즈니스가 있었지만, 공유경제 비즈니스는 거래 자체와 여러 가지 거래지원 기능을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발달한 2000년대 중반 이후에 등장한 것이다. 우버는 차량 소유자와 승객을, 에어비앤비는 숙박시설 보유자와 이용자를 연결함으로써 단기간 내에 큰 성과를 이룩했다. 플랫폼은 (1) 여러 가지 제품이나 서비스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기본 기능(예: 자동차의 엔진과 트랜스미션, 스마트폰 OS) 또는 (2) 구매자(또는 이용자)와 판매자(또는 개발자/제작자)를 연결하는 중개 기능을 의미한다. 플랫폼 경제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두 그룹의 고객(이를 양면시장/double-sided market이라고 함)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가 중심이 되는 경제를 가리킨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기업가치를 가진 기업들(예: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은 모두 자사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업생태계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온디맨드(On-Demand) 경제는 (과거처럼 기업이 시장 수요를 예측해서 제품을 생산, 보관/저장해 두었다가 주문에 따라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주문하면 그에 따라 제품/서비스를 기민하게 생산-납품하는 것이 주류가 되는 경제를 가리킨다. 크라우드(Crowd) 경제는 전문가나 전문 기업/기관이 아닌 일반 대중(crowd)이 가진 아이디어, 지식, 자금 등을 모아서 생산활동을 수행하는 경제를 가리킨다. 실제 크라우드 소싱(예: 지금은 폐업한 쿼키), 크라우드 펀딩(예: 킥스타터, 오픈트레이드) 등이 실행되고 있다. 기그(Gig, 임시직) 경제는 일시적 노동에 대한 수요-공급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연결되는 경제이다. 예를 들면, 우버(Uber)는 운전기사, 업워크(Upwork)는 프리랜서를 각각 연결한다. 토큰(Token) 경제는 심리학 내지 행동과학 이론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특정 커뮤니티 내에서 보상받을 만한 행동을 미리 정해 놓고 누군가가 그러한 행동을 했을 때 커뮤니티 내에서만 통용되는 토큰(즉, 가치 표현 수단)을 실제 가치를 가진 재화로 교환, 보상함으로써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하는 방식의 경제를 가리킨다. 여러 가지 암호화폐가 토큰인 셈이며, 아직까지는 어떤 암호화폐도 국가별 화폐나 달러 같은 기축통화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온디맨드 경제, 크라우드 경제, 기그 경제, 토큰 경제 등은 모두 디지털 기술이 제공한 연결성을 활용해서 소비자나 사회의 요구/욕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급속히 발전된 신기술이 산업경제, 나아가 사회문화 전반에 큰 변혁을 일으키는 시대이다. 한편, 10년 전, 100년 전과 비교하면 기술개발로부터 산업경제, 나아가 사회문화 변화에 이르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사회가 기술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커진 시대이다. 예를 들면, 50년 이상 사실상 연구실을 벗어나지 못했던 인공지능(AI)이 알파고(2016), 아마존고(2018), 알파스타(2019), 스마트 가전,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의료/금융/유통/물류, 자율주행자동차 등 제품/서비스에 탑재되면서 AI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반응도 커지고 있다.
경제활동의 주체인 개인, 기업, 정부는 기술과 사회 사이에서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개인은 소비자로서 신기술이나 신제품에 대해 반응하고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기업은 시장/소비자의 요구/욕구와 신기술이 제공하는 기회요인을 연결해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개발, 판매한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생산된 제품/서비스의 소비자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개발로부터 제품/서비스의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는 과정을 촉진하거나 억제한다. 위에서 소개한 여러 가지 신경제 패러다임은 (1) 그것을 태동하게 한 신기술(즉, 공급), (2) 시장/사회의 요구(즉, 수요), (3)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등 초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지 서로 관련성이 없거나 근본적으로 다른 체제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