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IR 4.2] 4차 산업혁명과 경제/사회 변화
1800년대 이후 현재까지, 제조업의 생산 방식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 형태로 발전해 왔다(참조: Yoram Koren, 2010).
▪ 개별생산 (1850~1913): 소규모 제조업체나 장인이 원재료와 자재를 모두 생산, 판매
▪ 대량생산 (1913~1955): 자동화된 기계와 공정을 갖춘 기업이 규격화된 제품을 생산해서 직판 또는 유통망을 통해 대량 판매- Mass Production & Mass Distribution
▪ 대량맞춤생산 (1955~2000): 모든 기능을 갖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놓고 목표시장별로 맞춤화된 제품으로 가공해서 판매- Mass Customization
▪ 개인화생산 (2000년대 이후): 모듈화가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소비자 요구에 따라 맞춤/개인화 생산, 판매
대량생산은 바꿔 말하면 계획생산 즉, 시장 수요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판매계획-생산계획-구매/조달계획을 수립하고 제품을 한꺼번에 많이 생산해 두는 방식이다. 대량생산은 제조 원가와 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원자재/부품, 완제품 등 재고(inventory)가 늘어나고 소비자별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량맞춤생산은 세분된 시장별로 조금씩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기에 목표시장 내 소비자의 기대는 충족시킬 수 있겠지만, 생산 라인을 여러 개 구축, 운영해야 하므로 투자 부담이 커진다. ‘맞춤(Customization)’은 기업이 소비자가 명시(明示)적으로 요구한 바를 감안해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것이고(예: 맞춤복), ‘개인화(Personalization)’는 명시적 요구가 없더라도 기업이 알아서 소비자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생산/판매하는 것(예: 구매이력 분석에 따른 상품 추천)이다. 대량생산 체제는 생산자인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인데 시장 주도권이 소비자로 넘어가면서 대량맞춤생산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대량생산은 장비/설비 등 하드웨어(HW) 투자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졌지만, 맞춤/개인화는 HW보다는 소프트웨어(SW) 역량에 따라 수준이 달라진다.
모든 제조업은 전통적으로 기술혁신에 의한 제품혁신과 공정혁신을 추진해 왔으며 2000년대 이후, 비기술(non-tech)혁신 즉, 조직혁신과 마케팅혁신도 고려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기술이든 비기술이든 사업 목표 달성에 필요한 기업활동 구성요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BMI: Business Model Innovation)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의 여러 가지 혁신 활동을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 제품혁신(Product Innovation)
- 소재/부품 혁신을 통한 제품의 경박단소(輕薄短小)화 즉,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제품 만듦.
- 제품융합 즉, 독립적으로 개발, 사용되던 2개 이상의 제품을 하나로 결합(복합, 패키지)하거나 특정 제품에 타 분야 기술이나 제품/서비스를 결합해서 새로운 융합제품을 만듦.
- 제품의 스마트화 즉, 최근 발전된 AI & ICBM, VR/AR, 3D 프린팅, 로보틱스 등 기술을 활용해서 제품의 기능/성능/품질 등을 고도화하고 고객/사용자 요구/욕구에 부응하는 것.
▪ 공정혁신(Process Innovation)
- 작업방법 개선 즉, 시간 단축, 비용 절감, 품질 향상 등을 위한 설계/가공/시험 방법 개선.
- 자동화/정보화 즉, 작업 속도/신뢰성 향상, 데이터/지식에 기반한 의사결정 고도화 추구.
- 공정의 스마트화: 즉, 여러 가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공정 자체의 효율 향상과 전체 기업의 성과 향상을 기하는 것.
▪ 비즈니스 모델 혁신
; 비기술(non-tech) 혁신의 일종으로 기업의 ① 가치 즉, 소비자가치, 고객가치, 이해관계자/인류 가치, ② 유통 즉, 마케팅/판매/물류, ③ 상품 즉, 가격, 디자인, 브랜드, 융합, ④ 역량 즉, 자원, 기술, 파트너, ⑤ 운영 즉, 조직 구조/문화, 공정 등을 혁신하는 것.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되었고 여전히 진행 중인 제품혁신은 소재/부품 혁신을 통해 완제품의 기능/성능, 품질 향상, 비용 절감, 기간 단축 등을 기하는 것이었다. 제품융합은 1990년대 이후 제품에 인터넷/모바일 결합, IT/SW 제품끼리 또는 IT/SW와 타 산업 제품을 결합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에 모바일/유비쿼터스 기술을 적용하거나(즉, ‘m-비즈니스’, ‘u-비즈니스’) IT를 포함한 공학/과학 기술을 결합하는 것(즉, ‘융합 비즈니스’)을 가리킨다. 특정 제품에 컴퓨터 HW, SW, 통신망, 전자장치, 디지털 콘텐츠 등을 내장하거나 부가하는 것을 IT 융합 또는 SW 융합이라 한다. 인터넷/모바일 결합 제품의 예로 IPTV, 인터넷 냉장고, 모바일 게임 등을,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의 예로 홈 네트워크, 휴대폰, 웨어러블 기기, DMB 등을 꼽을 수 있다. 융합제품의 예로 바이오-나노 면역치료제, 그린에코 빌딩, 은나노섬유, 타이어압력감지기, 스마트 그리드, 홈 오토메이션, 관광안내 단말기, 스마트 의류, 감성 조명, 4D 영상관, MC스퀘어, 전자담배 등이 있다.
제품의 스마트화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추진된 제품의 지능화(예: 스마트차량), 가상화(예: 전자지갑), 실감화(예: VR 게임), 친인간화(예: 보행자/운전자 보호 장치), 친환경화(예: 저전력 가전, 전기/수소 자동차), 서비스화(예: 정수기를 장비가 아닌 렌털 서비스로 판매, 항공기 엔진에 가동시간에 따른 사용료 부과) 등을 가리킨다. 실제로 AI 음성비서, 스마트 가전, 스마트 빌딩,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자동차, 무인이동체/드론, (협업)제조로봇, 의료용 로봇, 스마트 건설장비 등의 스마트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제품별 세부 기능이나 국내/외 시장/산업 동향은 타 문헌을 참고 바람.)
전통적으로 공정혁신은 크게 3 가지 즉, (1) 통계학, 경영학, 산업공학 등을 활용한 작업방법 개선, (2) 운영기술 즉, OT(Operational Technology) 기반의 공장자동화, 그리고 (3) IT 기반의 생산정보화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작업방법 개선은 1910년대에 등장한 포드사의 일관생산 방식, 1960년대에 등장한 MRP 기법, 1980년대의 JIT(Just-In-Time) 또는 도요타 생산방식, 전사적 품질경영(TQM), 1990년대의 식스시그마 등을 가리킨다. 공장자동화(Factory Automation)는 기계/전자장치, 컴퓨터, 로봇 등 HW와 CAD/CAM, PLC, MES 등 SW를 활용한 생산 제어/ 관리 방식을 가리킨다. 생산정보화는 1980년대 이후 발전한 MRP, ERP, SCM, PDM, MES 등 SW를 활용한 생산계획 수립과 실행, 관리 방식을 가리킨다.
공정의 스마트화는 제품혁신 경우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 중반 이후 확산된 디지털 신기술을 적용한 공정의 지능화(예: 머신러닝/딥러닝 적용), 자동화(예: 조립/가공/검사/하역/운반 로봇 활용), 가상화(예: 모델링 &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가상 설계/제조/시험), 실감화(예: 스마트 글라스 착용 정비), 친인간화(예: 안전/보호용 외골격 로봇), 친환경화(예: CO2 저감), 실시간화(예: GPS 이용 위치추적) 등을 가리킨다. 머신러닝은 20~30년 전부터 규칙 기반 의사결정 문제에 활용되어 왔지만, 딥러닝은 2010년대 이후 빅데이터를 활용한 알고리즘 훈련을 통해 가공, 조립, 시험, 검사 등을 지능화하는 데 적용되고 있다. 가상(virtual) 설계/제조/시험은 실물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하므로 친환경화 기법이고, VR/AR을 이용할 경우 실감화 기법도 된다. 외골격(exo-skeleton) 로봇은 예를 들면, 차량 조립 작업자가 쪼그리고 앉더라도 허리나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또 무거운 장비를 옮기는 작업자가 근력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도록 착용하는 로봇을 말한다. 스마트 팩토리는 기술뿐만 아니라 비기술혁신이 반영된 차세대 공장이다. 현용탁(2017)은 스마트 팩토리의 특징으로 자율 조직 & 최적화, 분권화, 디지털화, 네트워크화, 모듈화와 표준화, 수평/수직 협업, 가치사슬의 일관화, 고객중심 제조 등을 꼽았다. ‘자율 조직화(Self-Organizing)’란 예를 들면, 생산해야 할 제품에 맞추어 공정을 스스로 재구성하고 나아가 장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스스로 복구/수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고객중심 제조’는 맞춤/개인화 제조를 가리키며 과거와 같은 수요예측 기반의 계획생산(즉, Make-To-Stock)이 아닌 주문생산(즉, Make-To-Order) 체제를 필요로 한다.
BMI는 여러 가지 기준에 따라 유형을 분류할 수 있지만, 필자는 혁신 대상에 따라 5가지 즉, 기업의 가치, 유통, 상품, 역량, 운영 등으로 분류한다. 제조업, 서비스업 구분 없이 전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혁신이 진행되어 왔다.
- 가치 혁신 (예) 친환경/지속가능 제조, CSR/CSV, 제조물 책임(PL: Product Liability)
- 유통 혁신 (예) 신시장(예: 저개발국가 시장) 확보, 멀티채널/옴니채널 구축
- 상품 혁신 (예) 가격 이원화-공짜/프리미엄, 디자인 혁신, 제품/서비스 융합
- 역량 혁신 (예) 아웃소싱, (글로벌) 협업 네트워크 구축
- 운영 혁신 (예) 재고 최적화, 저 에너지 제조, 로봇 활용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이 경제적 책임 외에 기부, 교육, 사회봉사 같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을,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는 저개발 국가/지역 개발 참여를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처럼 기업이 자신의 이익과 사회 발전을 함께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PL은 제조물이 이용자/소비자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손해를 끼쳤을 때 이를 배상/보상하는 것을 말한다. 멀티(multi) 채널은 전화, 홈페이지, 온라인 쇼핑몰, 대리점, 도/소매상 등 여러 개의 판매 경로를 개설, 유지하는 것을, 옴니(omni) 채널은 여러 개 채널이 겉으로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센서, IoT, 클라우드, 지능형 SW 또는 AI에 의해 하나의 신경망에 연결된 생명체처럼 운영되는 것을 말한다.
BMI는 고객경험 혁신(예: 고객 접점 개선, 고객 이해, 판매 촉진), 생산운영 혁신(예: 공정의 디지털화, 내부 프로세스 통합, 데이터 기반 성과관리) 등과 함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 전략이다. 신생 제조업체(예: 맞춤제조, 마이크로 제조, 개방형 혁신 등을 실행하고 있는 로컬모터스)뿐만 아니라 전통 제조업체들도 제품의 디지털화(예: 완성차 업체의 커넥티드 카, 닌텐도 Wii와 스위치), 디지털 역량을 가진 기업과 협업(예: 애플과 나이키 협업, 농기계 회사 존디어의 AI 벤처 블루리버 인수), 디지털 역량을 활용한 신사업 진출(예: 완성차 업체의 모빌리티 서비스, GE의 항공기 원격정비), 제품 플랫폼 구축 & 확장(예: 샤오미의 스마트 제품군) 등 다양한 BMI를 실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