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IR 4.3] 4차 산업혁명과 경제/사회 변화
스마트 팩토리(factory)는 간단히 말하자면 IT 내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똘똘하게’ 운영되도록 만들어진 공장이다. 딜로이트(2015)는 스마트 팩토리를 ‘제조 공장의 리소스를 최적화해서 사람에 의한 변동요소를 최소화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실시간으로 이행되는 제조 운영환경의 공장’으로 정의하였다. 모든 ‘스마트 시스템’이 그렇듯이 스마트 팩토리도 기본적으로 센싱, 판단/제어, 수행/액추에이팅 등 3가지 기능요소로 구성된다. 딜로이트는 ‘스마트 (팩토리)’의 특성으로 지능성, 연계성, 능동성, 민첩성, 신뢰성 등을 꼽았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스마트’는 ‘지능화된 사물이 다른 사물 및 사람과 늘 연결되어 있는 가운데 사람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서 판단하고 적합하게 반응하기에 어떤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이라는 의미를 가진 형용사가 된다.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1) 종래의 OT 즉, CAD/CAM, DCS, PLC, SCADA, 자동화기계, 로봇 등과 (2) 종래의 IT, 예를 들면, ERP, SCM, MES, PLM, 그리고 (3) 디지털 신기술 즉, AI, 4G/5G 통신,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3D 프린팅, VR/AR 등이 통합되어야 한다.
최고 수준의 스마트 팩토리는 가상물리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 기반 위에서 구현된다. CPS는 현실세계의 사람/사물을 가상세계 즉, 컴퓨터 시스템 내의 객체(object)로 표현하고 가상세계 내의 객체 간에, 또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객체 간에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함으로써 양쪽 세계가 모두 최적화에 이르도록 모니터링 & 제어한다. CPS는 공장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운영되는 모든 시스템, 예를 들면, 운송/수송, 호텔, 의료, 전력 등에 적용될 수 있다. CPS 중에서 가상세계 부분을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 한다.
공장자동화(FA: Factory Automation)는, 좁은 의미로는, 제품 생산을 위한 가공, 조립, 검사 등을 수작업이 아닌 기계(예: 로봇, 컨베이어 벨트)로 대체하고 제조공정의 상태를 센서와 장비, SW 등을 활용해서 모니터링 & 제어하려는 혁신활동이다. 넓은 의미의 FA는 생산정보화 즉, ERP, SCM, PLM, MES 등 SW를 활용한 생산관리를 포함한다. FA는 1970년대 이후, 여러 가지 관리기법과 IT 신기술에 힘입어서 계속 진화되어 왔으며 지금은, 수준 차이는 있지만, 국내/외 대부분의 공장에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SF)는 공장자동화(FA)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지만 전략적으로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첫째, SF는 FA에 비해 훨씬 더 고수준의 IT/OT를 활용하며, IT와 OT의 연계, 통합을 필요로 한다. 둘째, FA는 대량생산을 위한 것이지만, SF는 맞춤/개인화 생산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셋째, FA는 단일 공정을 대상으로 하지만, SF는 멀티모달(multi-modal) 공정 즉, 하나의 공장/설비에서 여러 종류의 제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넷째, FA는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는 식이지만, SF는 기계와 인간의 협업이 실현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SF는 기술자뿐만 아니라 경영관리자, 소비자, 사회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설계, 구현한 것이다. 다섯째, SF는 CPS처럼 공장 내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농/축산/임업 등 전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적용 기술과 혁신성에 따라 수준이 달라진다. ‘적용 기술’은 예를 들면, 센싱-판단-수행의 속도나 정확성을, 혁신성은 예를 들면, 수직통합과 수평연계 범위, 맞춤/개인화 정도 등을 가리킨다. 독일 인터스트리 4.0 가이드라인(2016)은 제조혁신 전략으로 (1) 제품혁신 측면에서는 (1.1) 제품에 센서/액추에이터(또는 구동장치) 통합, (1.2) 제품의 소통/연결성 향상, (1.3) 제품에 데이터 저장/교환 기능 추가 등을, (2) 공정혁신 측면에서는 (2.1) 제조 공정 모니터링, (2.2) 제품 기반 IT 서비스 제공, 그리고 (2.3) 제품 관련 신사업 추진 등을 제시하였다. 또한, 각 전략별로 아래와 같은 5단계의 수준을 제시하였다.
(1.1) 제품의 지능화/자동화: 센서/구동장치 없음 → 제품에 센서나 구동장치가 결합됨 → 제품에 센서 수집 데이터가 저장됨 → 제품이 센서 데이터를 해석함 → 제품이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서 스스로 판단, 행동함 (예: 체내 삽입된 심장박동기가 필요시 응급조치 시행)
(1.2) 제품의 소통/연결성: 제품에 외부 연결 기능 없음 → 외부 신호를 입력 또는 출력 → 여러 개의 외부기기와 연결됨 → 산업인터넷에 연결됨(예: 가전제품끼리만 연결 가능) → 일반 인터넷에 연결됨(즉, 모든 제품과 연결 가능함)
(1.3) 제품의 데이터 저장/교환 기능: 제품에 데이터 처리 기능 없음 → 제품에 개체식별 기능(예: 바코드, RFID 태그)이 추가됨 → 제품에 데이터 수록 기능 추가 → 제품에 데이터 저장/교환 기능 추가 → 데이터 처리가 제품의 핵심기능이 됨(예: 가정 내 에너지 제어 장치)
(2.1) 공정 모니터링: 기능 없음 → 설비의 고장/장애 감지 가능 → 고장진단을 위한 가동조건 기록 → 가동조건의 사전 진단 가능 → 독립적으로 공정제어 가능
(2.2) 제품기반 IT 서비스: 서비스 없음 → 온라인 포털 서비스 → 제품에 의한 서비스 → 제품-작업자 간 상호작용 → IT 인프라와 서비스가 통합됨(예: 글로벌 물류정보 서비스)
(2.3) 제품 관련 신사업: 표준화된 제품 판매 → 판매/컨설팅 협력 판매 → 고객요구 맞춤 판매(예: 자율주행 모듈을 자동차, 트럭, 드론, 선박 등에 맞춤 판매) → 제품+부가서비스 판매 → 제품 관련 기능 판매(예: 엔진 제조회사가 항공기 전체 유지보수 서비스 사업 수행).
이상에서 (1.1), (1.2), (1.3)은 제품혁신을, (2.2), (2.3)은 제조업의 서비스화 및 신사업 진출 같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제시하고 있으며, (2.1)만이 공정혁신에 해당된다.
스마트 팩토리는 2가지 방향 즉, (1) 기존 공장의 스마트화 또는 (2) 새로운 개념의 미래공장 건설 등으로 구현되고 있다. 전자가 공장자동화(FA)의 연장선에 있는 진화적 접근이라면, 후자는 이상적인 미래공장의 모습을 설정하고 이를 시범구현하는 혁신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두 가지 접근방식은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기술 발전이나 사회 발전이 반드시 선형적,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후자와 같은 보다 공격적 접근도 필요하다. 아래에 전통 제조업인 GE, 지멘스와 신생기업인 로컬모터스의 제조혁신 전략과 실행 결과를 간략히 소개한다.
▪ GE(General Electric)는 1892년 에디슨 등이 창업한 이후, 120년이 넘는 동안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세계 최고 제조/서비스 기업이 되었다. 2001년부터 2017년 8월까지 CEO를 맡았던 제프 이멜트 회장 재임 기간 중에 OT와 IT를 연계시킨 디지털 트윈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공장’(Brilliant Factory)을 구현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도기업으로 꼽히게 되었다. GE의 스마트 팩토리는 고객 중심 원칙, 린(lean) 제조, 6 시그마, 패스트워크(Fast Work) 프로세스, 디지털 스레드 등 종래의 제조혁신 기법과 디지털 신기술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고객 중심 원칙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린 제조는 작업의 표준화와 일관성을, 6 시그마는 데이터 기반 분석과 실행 등을 지원한다. 디지털 스레드(thread)란 제품 수명주기 전 과정에 걸쳐 장비/설비나 작업자에 의해 생성되는 데이터를 디지털 형태로 수집, 관리, 활용하는 일관화된 흐름을 말한다. GE는 3년간 1조 원을 들여서 개발해서 2013년에 발표한 산업용 IoT(IIoT) 플랫폼인 프리딕스(Predix)를 통해 자사 제조 장비는 물론, 타사 장비에서도 센서를 통한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 클라우드 저장/관리,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실시간 제어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참조: 프리딕스 플랫폼). 2015년 2월, GE가 인도 푸네에 건설한 스마트 팩토리는 공장 내 장비와 컴퓨터들이 실시간 수준에서 연결되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판단함으로써 동시에 여러 종류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유연 공장이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공정 운영을 통해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지능형 시스템이다(참조: GE 멀티모달 공장).
▪ 지멘스(Siemens)는 1847년 설립 이후 160년이 넘은 장수기업으로 자동화/제어, 전력, 운송, 의료, 정보통신, 조명 등 6개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2011년 이후, 독일 정부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의 중추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멘스도 GE의 프리딕스와 유사한 IIoT 플랫폼인 마인드스피어(MindSphere)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지멘스의 스마트 팩토리인 암베르크 공장도 디지털 트윈 개념을 구현한 것으로 1천 종이 넘는 제품을 연간 1,200만 개 생산하는 멀티모달 공장이다. 이 공장의 불량발생률은 100만 개 중 9개 수준이며, 에너지 소비량 30% 감소, 부품 입고부터 출하에 걸리는 시간 50% 단축 등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참조: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
▪ 로컬모터스(Local Motors)는 2007년 Jay Rogers가 창업한 회사로 자동차를 맞춤형으로 주문생산-판매하는 회사이다. 2009년에 최초의 오픈소스 자동차인 랠리 파이터(Rally Fighter)를 제작한데 이어, 2014년에 3D 프린터로 제작된 세계 최초 전기자동차인 스트라티(Strati), 2015년에 IoT를 적용한 LM3D, 2016년엔 IBM 왓슨 인공지능을 적용한 12인승 무인버스 올리(Olli) 등을 제조하였다. 로컬모터스는 3D 프린터를 이용한 마이크로 팩토리를 구현했고, 전 세계 전문가/디자이너와의 개방형 협업 등을 수행하는 점에서 미래 제조업 모형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 공장을 4가지 수준 즉, 기초(예: RFID 이용, 기초적인 물류정보 수집), 중간1(예: 설비로부터 실시간 데이터 수집 & 운영 최적화), 중간2(예: 실시간 의사결정과 설비 제어 수준), 고도화(예: 자가 진단과 제어 능력을 갖춘 지능형 생산공장)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산업부(2016)는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스마트화 수준을 ‘기초’ 81.2%, ‘중간1’ 16.2%, ‘중간2’ 2.6% 등으로 파악하였다. 이는 우리나라에는 ‘고도화’ 수준의 기업은 거의 없고 기본적인 생산 데이터의 수집/축적도 미흡한 상태인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 공장 사업은 3만 개 중소기업에 ERP, PLM, MES 등을 보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즉, ‘스마트’화 대상(즉, ‘what’)이 제조공정이고 목적(즉, ‘why’)도 공정혁신 중심(예: 생산성 향상, 품질 향상, 원가 절감 등)이어서 공장자동화나 생산정보화의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스마트 팩토리의 구축 목적과 범위는 기업 전체(예: 제품혁신, 경쟁력 향상, 신시장 개척) 나아가 산업(예: 국내/외 기업/산업간 협업체계 구축/운영), 국가 차원(예: 기술/산업경쟁력 향상, 경제 발전과 사회복지 균형 등)에서 설정되어야 한다. 즉, 스마트 팩토리는 수직적 통합 즉, 부품/소재로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계층적 역할분담과 수평적 연계 즉, 아이디어 도출로부터 개념 정립, 설계, 시제품 제작, 시험/평가, 생산, 인증/검사/허가, 판매, 유지보수, 폐기/재활용에 이르는 제품 수명주기(활동) 전반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다뤘던 것처럼 기존 시스템과 관련 표준의 연동-통합, 노동자/소비자 등 사람의 역할 반영, 이해관계자 간 조정과 협력 등이 강조되어야 한다. 또한, 기술 측면에서는 AI와 ICBM, 3D 프린팅, VR/AR 등 디지털 신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 참조모형과 참조구현을 개발해서 차세대 제조 모델을 조기에 정착시킬 수 있는 기술 기반과 조직 환경으로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