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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Jul 08. 2018

4차 산업혁명의 특징과 핵심기술

[4IR I.3] 4차 산업혁명 크게보기-3

  4차 산업혁명의 특징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의 연설과 그해 발간된 책에서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4IR)의 특징으로 첫째, 속도(speed)가 선형적(linear)이 아니라 기하급수적(exponential)으로 빠르게 진행되며 둘째, 범위(scope)는 포괄적(comprehensive)이어서 모든 국가의 모든 산업이 포함되고 셋째, 영향(impact)은 시스템 전반 예를 들면, 생산, 관리, 거버넌스 등에 미친다고 하였다. 덧붙여서 4IR은 ‘What we do?’ 즉,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활동뿐만 아니라 ‘Who we are?’ 즉, 인간의 정체성도 바꾸어 갈 것이라 하였다.

   위에서 ‘4차 산업혁명의 진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한 것은 신기술과 일부 혁신적 기업(예: 우버, 에어비앤비)을 두고 한 얘기이고 몸이 무거운 전통산업/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물론, 기술보다는 사람의 역할이 큰 정치, 사회, 문화 영역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신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그 영향이 모든 인간 활동에 미친다는 것, 그리고 인간의 정체성 변화 가능성 등은 이전 글에서 소개한 다른 전문가들도 언급한 점이어서 '4차 산업혁명론'의 차별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브린욜프슨과 맥아피는 변혁의 속도와 범위가 커지고 있으며 그 이유는 ‘조합적(combinatorial) 혁신’이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했고, 레이 커즈와일은 무어의 법칙을 근거로 기술발전에 ‘이중가속도(double acceleration)’가 적용되고 있기에 미래 10년간의 변화는 과거 100년간의 변화에 맘먹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인간 정체성의 변화에 대해서도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포스트 휴먼(Post-Human, 신인류)의 등장 가능성을 강조해 왔다. 포스트 휴먼은 육체적, 정신적 능력 면에서 현생인류와는 전혀 다른 인간을 가리킨다. 트랜스 휴먼(Trans-Human)은 현생인류와 신인류 사이에 등장하는 기계화된 인간 또는 인간화된 로봇 즉 사이보그 같은 존재를 가리킨다. 스웨덴 출신 철학자이면서 옥스퍼드대 교수인 보스트롬은 1998년 세계트랜스휴먼협회(World Transhumanist Association)를 설립했고 「초지능(Super Intelligence)」(2014)을 포함한 많은 저서를 출간했다. 그는 '인류가 기계와 경쟁이 아닌 협동을 하게 되면 큰 진전을 이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기계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단계 구분 (by 슈밥/WEF)

   슈밥(제4차 산업혁명, 2016)과 WEF는 산업혁명의 발전 단계를 아래와 같이 구분하였다. 이는 2011년, 독일 인공지능연구소(DFKI) Industrie 4.0 즉, 제조혁신의 4단계를 구분한 것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밑줄 부분은 DFKI가 각 단계의 시발점으로 꼽은 사건들이다.

 o 1차 (1760~1840): 철도 건설과 증기기관에 의한 생산의 기계화/ 1784년 기계식 방직기 등장

 o 2차 (19세기 말~20세기 초): 전기와 생산조립라인에 의한 대량생산/ 1870년 신시내티 도살장에 컨베이어 벨트 설치

 o 3차 (1960년대~): 반도체, 주전산기, PC, 인터넷에 의한 제조의 자동화, 디지털화/ 1969년 최초의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칩인 모디콘 084 개발

 o 4차 (2000년대 초~): 유비쿼터스 컴퓨팅, 센서, AI/기계학습 등에 의한 맞춤생산/ 가상물리시스템(CPS) 기반.  


   위와 같은 단계 구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많다. 예를 들면, 지난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제러미 리프킨은 산업의 대변혁을 에너지원과 통신/소통방식을 기준으로 구분했기에 여전히 석유 에너지와 인터넷이 근간이 되고 있는 현시점을 3차 산업혁명으로 규정하고 있고, 크리스 앤더슨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독립되어 있던 2차 산업혁명 때와 달리 생산-판매-소비의 구분이 무의미한 메이커(Maker)가 주축이 되는 단계를 3차 산업혁명으로 규정하였다. 결론적으로, 매우 빠르며 광범위 한 영역에 영향을 끼치는 대변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변혁의 단계 구분이라든지 변혁의 핵심동인(driver)이 무엇인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기에 국가 차원 또는 기업/산업 차원의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하는 문제 정의가 필요한 상태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by 슈밥/WEF)

   2016년에 출간된 책에서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 즉, 여타 기술이나 경제, 사회 등에 끼치는 영향력이 큰 기술로 아래와 같은 3가지 영역에서 10여 개를 꼽았다(각 기술의 의미와 특징, 기회와 위협 등은 추후에 정리할 예정이다).

  o 물질계 기술: 무인운송수단(예: 자율주행차량, 드론), 3D 프린팅, 첨단 로봇공학, 신소재(예: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열경화 플라스틱)

  o 디지털 기술: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블록체인/비트코인, 온디맨드 경제(또는 공유경제/플랫폼 비즈니스/디지털 플랫폼)

  o 생명계 기술: 유전자 분석/활성화/편집, 합성생물학, 신경과학, 바이오 프린팅     


   특기할 것은 디지털 기술에 여러 가지 신경제 방식(또는 비즈니스 모델)을 포함한 점이다. 기술(technology)에는 원래 자연과학/공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인문학, 문화예술 등 광범위한 지식을 이용한 기기/장치, 기법, 시스템, 솔루션 등이 포함된다. 자연과학/공학만을 진정한(?) 기술로 인정해 온 우리나라 R&D 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여러 가지 점에서 제약이 되고 있다. 한편, 위의 10여 개 기술은 사실상 WEF가 선정한 유망기술(emerging technologies)인 셈이고 학문/지식, 제품/서비스, 산업 등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위 기술을 대상으로 정부나 기업이 정책/전략을 수립한다면, 대학 중심의 기초연구, 정부/민간 연구기관의 응용연구, 기업 중심의 개발연구와 상업화 등 R&D 및 혁신의 주체와 장/단기 목표, 거버넌스 등이 세밀하게 설정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2018년에 출간된 책(원 제목: Shaping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번역서: 4차 산업혁명 The Next)에서 슈밥은 위 핵심기술 리스트를 아래와 같은 4가지 영역의 12가지 기술로 업데이트했다 (번역서를 인용하지 않고 원서의 내용을 필자가 직접 번역, 소개한다.)

  o 확장된 디지털 기술(Extending Digital Technologies): 뉴 컴퓨팅(예: 중앙집중식 클라우드, 양자 컴퓨팅, 광학 컴퓨팅, 신경망 처리), 블록체인/분산원장, 사물인터넷(IoT)

  o 물질계 재구성 기술(Reforming the Physical World): AI & 로봇, 첨단소재/나노기술(NT), 적층제조/3D 프린팅

  o 인간 변형 기술(Altering the Human Being): 바이오기술(BT), 뇌/신경기술,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o 환경 통합 기술(Integrating the Environment): 에너지 포집/저장/전송 기술, 지구공학(Geo-engineering), 우주기술


   ‘물질계 재구성 기술’이란 인간생활에 사용되는 물리적 제품의 구조와 형상은 물론 이를 생산-판매-소비하는 방식을 바꾸는 기술이라는 의미이다. ‘인간 변형 기술’이란 인간의 육신과 정신, 그리고 세계관을 바꾸는 기술이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AR/VR 기술은 인간이 경험하지 못했던 미개척 세계(예: 깊은 바닷속, 우주 공간)나 상상 속의 세계(예: 역사 기록 이전의 고대, 먼 미래)를 보여줌으로써 세계관을 바꿔줄 수 있다. ‘환경 통합 기술’은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환경보호, 신/재생에너지, 기후 제어, 우주개발/이용 등 기술이 포함된다.

   특기할 것은 2016년에 제시했던 기술 외에 뉴 컴퓨팅(즉, IT 자체의 기술혁신), AR/VR, 에너지 기술, 환경기술, 우주기술 등이 추가되었으며,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이 명시되었고, 온디맨드 경제 같은 비즈니스 모델 성격의 기술은 제외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2016년에는 융합기술을 ‘Fusion of technologies’라고 했는데 2018년에는 ‘Converging technologies’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Fusion이 오래 전부터 쓰여 온 상식 수준의 융합(즉, ‘섞기’)에 대한 영어 표현이라면, convergence는 2000년대 초반 이후 미국, 유럽, 우리나라 등에서 새로운 개념의 기술/산업 혁신을 가리키는 영어 표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융합 관점에서 볼 때, ‘확장된 디지털 기술’과 ‘물질계 재구성 기술’은 IT, NT, OT(Operational Tech., 운영기술), ‘인간 변형 기술’은 IT, BT, CS(Cognitive Science, 인지과학), ‘환경 통합 기술’은 IT, ET(Energy & Environment Tech.), NT, ST(Space Tech.), OT 등의 융합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검토      

   슈밥은 12가지 기술을 꼽으면서 이들만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이 촉발하는 대변혁이지만, 국가 내지 인류가 당면한, 또 당면하게 될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쪽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표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비슷한 생각에서 누군가 필자에게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국가나 인류가 주어진 문제를 풀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답할 것이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이 시사하는 것처럼 정책결정자나 기업가 입장에서는 첨단기술이 아니더라도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을 적시에, 경제적,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여러 가지 유망기술 중에서 국가나 기업이 전략적으로 선택해서 R&D 또는 도입을 추진하는 기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경제/사회 측면의 기여 여부와 관계없이 기술 자체의 진보와 잠재력만으로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은 AI & ICBM이나 자율주행차량, 3D 프린팅, 블록체인, 공유경제 등 개별 기술만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기술융합이 필요하며 산업혁신과 사회통합이 병행되어야 하기에 보다 큰 그림의 설정을 통해 다양한 이질적 구성요소들을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정작 중요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시스템 공학(Systems Engineering) 기술을 꼽는다. 이는 위 기술 리스트에는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슈밥은 디자인 싱시스템 싱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시스템 공학은 한 마디로 크고 복잡하며 변동성이 큰 문제를 체계적, 효율적으로 풀기 위한 이론, 기법, 도구, 방법론 등의 집적체이다. 가상물리시스템(CPS)의 설계-구현에 필요한 모델링 & 시뮬레이션, 대형 정보시스템을 개발할 때 필요한 아키텍처(ITA/EA) 설계, SW 공학, 다양한 구성요소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기 위한 시스템 다이내믹스, 디자인 싱킹, 로드매핑(roadmapping), 프로젝트 관리 등이 시스템 공학의 일부이거나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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