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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Jan 21. 2023

전방위 기업혁신, 유통혁신 영역

09. 전방위(360도) 기업혁신, 개요

유통혁신의 의미

   유통혁신은 기업혁신의 5가지 영역 중에서 ‘whom’ 즉, ‘기업이 만든 가치제안을 누구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작업이다. 유통(流通)은 재화의 흐름을 가리키는 용어로 무형인 소유권을 이동하는 상적(商的) 유통과 유형인 제품의 위치를 이동하는 물적(物的) 유통을 포함한다. 여기에서 '유통'은 마케팅, 판매, 고객관리 및 지원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유통은 화폐가 등장하기 전에 시작된 활동이지만, 마케팅은 1930년대에 이르러 형성된 개념으로 초기에는 상품 판매에 초점을 둔 활동이었다. 이후 마케팅은 시장/소비자 변화와 기술 발전에 따라 계속해서 초점이 이동하고 범위도 확대되었다.

   미국 마케팅협회(AMA)가 2017년에 정의한 바에 의하면, 마케팅은 ‘소비자/고객, 파트너와 사회에 유용한 가치를 제공하는 오퍼링(offering)의 생성(create), 소통(communicate), 전달(deliver), 교환(exchange) 관련 제반 활동과 제도/절차’를 가리킨다. 한편, 필립 코틀러(P. Kotler)는 마케팅 개념이 초점에 따라 1.0부터 5.0으로 변천해 왔다고 하였다. 마케팅 1.0 1990년대 이전,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기를, 2.0은 2000년대 초까지, 고객의 문제에 주목하면서 서비스/솔루션 판매에 주안한 것을, 3.0은 그 후 2010년대 이전까지 고객 관점에서 상품을 생산-판매한 것을 가리킨다. 2010년대에 시작된 마케팅 4.0은 기술 발전에 따라 등장한 초연결/초지능 마케팅으로 인간의 理性, 협업, 문화 등 정신적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2020년대의 마케팅 5.0은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 가능한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애자일 마케팅, 예측 마케팅 등을 제시하였다.

   유통혁신은 시장/소비자를 넘어 지역과 인류 사회에 유용한 가치를 제공할 다양한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을 기획하고 이를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하는 전 과정을 대상으로 한다. 범위 측면에서는 기술 기획, 상품기획과 연결고리를 갖고 기업 내부를 넘어서 생산-판매 파트너는 물론 사용자/이용자와의 협력/협업을 포함한다. 수단 측면에서는 생산, 관리 등 다른 기업활동 영역과 마찬가지로 ICT 내지 최근 급속히 발전한 여러 가지 디지털 기술 즉,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5G, 사물인터넷(IoT), AR/VR/메타버스, 드론/로봇, 블록체인, 3D 프린팅 등을 활용한다.  


제품 생산-판매 패러다임 변천

   유통은 제품 생산방식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수요를 예측/예상해서 생산한 제품을 시장에 판매’하는 식이었다면, 기업간 경쟁이 심화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소비자의 기대/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식으로 달라진 것이다. 코렌(Yoram Koren)은 ≪The Global Manufacturing Revolution≫(2010)에서 1800년대 이후의 제조업 생산-판매 방식이 개별생산-판매, 대량생산-판매, 대량맞춤 생산-판매, 개인화 생산-판매 등으로 변천해 왔다고 하였다. 개별생산-판매는 소비자 자신이 완제품을 직접 만들어 쓰거나 소규모 제조업체 또는 장인(匠人)이 원재료/자재, 완제품 등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대량생산-판매는 자동화 기계와 공정을 갖춘 기업이 규격화된 제품을 대량생산해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거나 유통망을 통해 대량유통하는 것이다. 대량맞춤 생산-판매는 기업이 ‘모든’ 기능을 갖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놓고 목표시장(또는 틈새시장)별 맞춤제품으로 가공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개인화 생산-판매는 기업이 모듈화가 가능한 공통 구성품인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소비자 요구에 따라 맞춤화/개인화 생산, 판매하는 것이다. 대량생산-판매 이전에는 생산자가 시장을 주도했으나 그 후에는 시장을 지배하는 힘이 소비자 쪽으로 넘어가면서 생산보다는 판매,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디지털 마케팅 패러다임의 발전

   ICT 및 디지털 기술은 마케팅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켰다. 1990년대에는 인터넷 마케팅, 2000년대에는 모바일/유비쿼터스 마케팅, 그리고 2010년대 이후 초연결/초지능 마케팅이 확산하고 있다. 인터넷 마케팅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쌍방향, 반응적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긴밀한 접촉과 협력을 통해 시장을 개척/확대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활동이다. 이는 현실세계에서 진행되던 종래의 마케팅 프로세스를 가상세계의 디지털 프로세스로 바꾸어 놓았다. 모바일 마케팅은 이동 중에도 이용 가능한 통신망과 휴대 가능 기기를 활용하기에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마케팅은 기업이 시간, 장소, 기기, 통신망, 서비스 등에 대한 제약에서 벗어나서 이미지, 동영상 등이 포함된 마케팅 메시지를 소비자/고객에게 자유롭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초연결/초지능 마케팅은 종래의 유비쿼터스 기술에 최신 디지털 기술이 보강된 것으로 관심있는 개체(예: 상품, 고객)를 늘 연결, 추적하고 그와 실시간 수준의 지능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유통혁신의 주요 이슈

   유통혁신은 크게 두 부분 즉, 전략 수립과 프로그램 실행에 대한 혁신으로 나눌 수 있다. 마케팅 전략은 전통적으로 경영자나 마케터가 통제할 수 있는 4가지 요소인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채널(Place), 판매촉진(Promotion) 등 ‘4P’의 조합인 ‘마케팅 믹스’를 결정하는 것이다. 마케팅 전략은 시장 공략 측면에서 STP 즉,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표적시장 선정(targeting), 차별화/포지셔닝(positioning) 등으로 구체화된다. 또한, 기존 제품을 기존 시장 또는 신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기존 시장 또는 신시장에 판매하기 위한 전략으로 나누기도 한다.

   마케팅 프로그램 실행은 기업이 시장/고객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한 활동으로 광고/홍보, 영업, 판매, 고객지원 등을 포함한다. 마케팅 프로그램 실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모든 접점에서 최상의 경험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고객경험(CX: Customer Experience)이란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기 전, 구매 도중, 구매 후와 이용 중에 5감을 통해 얻게 되는 감정적 가치를 말한다. 고객 접점(Customer Interface)은 기업이 소비자와 상호작용하기 위해 개설한 접촉지점에서 고객과 만나는 순간(MOT: Moment of Truth)을 말한다. ‘접(촉지)점’이란 오프라인 매장과 영업사원, 온라인 웹사이트나 챗봇, 전화 등을 가리킨다.

   융합(convergence)은 2000년대 이후 학문/지식, 기술, 제품/서비스 등을 넘어 산업 및 시장의 경계를 낮추거나 허물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식의 혁신을 이룩해 왔다. 마케팅에서도 일찍이 융합에 주목하였으나 후속 연구나 실행은 미흡한 상태이다. 펜실바니아大 와튼 스쿨의 윈드(Yoram Wind) 교수 등은 2001년 ≪Convergence Marketing: Running With the Centaurs≫을 출간하였다. 컨버전스 마케팅은 디지털 기술 발전, 초연결사회 등장, 소비자 기대/욕구의 고도화, 그리고 원래 복합적 특성(예: 이성적 & 감성적)을 가진 하이브리드 소비자 등을 고려한 마케팅 이론이다. 윈드 등은 구체적으로 가치제안, 고객화, 커뮤니티, 채널, 지원 도구 등 5가지 영역의 컨버전스에 대한 전략과 실행방안을 제시하였다. ‘고객화’는 생산(자)과 소비(자)의 컨버전스, 규격화/맞춤화/개인화의 컨버전스, 생산-마케팅 부문간 컨버전스 등을 예견한 이론이다.  

 

유통혁신 재정립 필요성

   초연결-초지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경제, 사회 전반에서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기업활동 중에서 특히 마케팅 영역은 획기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여러 가지 신기술이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인 고객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다. ‘초연결’ 기술은 소비자의 요청이나 반응, 상품의 변동상황 등을 즉각 알아차리고 대응하는, 진정한 의미의 실시간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초지능’ 기술에 의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합리적 판단에 따라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초연결/초지능 기술은 좋은 품질의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우량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아서 시장에서 성공하게 만들 것이다. 한편, 정보의 비대칭성이나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 의존했던 종래의 광고/홍보나 판촉 중심의 마케팅은 위협을 맞게 될 것이다. 마케팅은 이제 종래의 마케팅 믹스나 STP에 의한 시장 공략을 넘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기이다.      


유통혁신 전략 모델링

   마케팅과 생산 간 상호작용이 점차 늘어난 것처럼 마케팅 혁신과 제품혁신도 별개가 아니라 상호 연결된 생산-유통 체제에 대한 혁신으로 발전해 왔다. 개별생산 시대에는 주문한 소비자나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판매하던 방식이 대량 생산-유통이나 맞춤 생산-유통을 넘어 이제 고객/소비자 요구에 즉각 반응하는 온디맨드(on-demand) 생산-유통 체제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개인화 상품/솔루션을 생산-판매하는 체제가 등장하고 있다. 기업의 지능화된 유통시스템이 소비자 개인의 욕구나 기대를 알아차려서 그에 부응하는 상품을 생산하고 알맞은 시기-장소(right time & right place)에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생산-소비 사이에 시간적 격차(gap)가 줄어들고 소비자의 생산 참여가 늘어나면 궁극적으로는 생산(자)과 소비(자)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단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위와 같은 배경에서 유통혁신 전략은 제품/서비스 생산-판매 체제의 진화 단계를 기준으로 ‘M1. 초도제품 유통’, ‘M2. 양산제품 유통’, ‘M3. 대량맞춤 유통’, ‘M4. 개인화 유통’, ‘M5. 생산-소비 수렴’ 등으로 구분한다. 5가지 전략은 순차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전략이나 제품/서비스 특성에 따라 선택 가능한 전략이다. 예를 들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다수 소비자 시장을 확보한 제품의 유통은 M2나 M3를 적용하겠지만, 신제품 유통은 M1을 적용할 것이다. 개인화가 용이한 디지털 제품이나 무형 서비스는 M4를 선택할 수 있다. 소비자 참여와 공동창조가 필요한 문화예술 분야의 미디어/콘텐츠 상품은 M5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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