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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May 14. 2023

(O5) '분산-가상 생산운영' 전략

26. 전방위(360도) 기업혁신 전략-전술, 운영혁신-05

(O5) ‘분산-가상 생산운영’ 전략

   O5는 핵심역량을 가진 개인/기업이 자율가상조직(AVO: Autonomous VO)이 되어 자신이 참여할 사업을 탐색하고 파트너를 선정해서 솔루션을 개발-판매하는 전략이다. AVO는 사람이 아니라 고수준의 ‘지능적 시스템’(AIS: Autonomous & Intelligent System)이 관리자/개발자 역할을 대신하는 VO로서 아직은 실제 사례가 없는 이론적 조직이다. AIS는 비유하자면 퍼블릭 블록체인의 P2P(Peer-to-Peer) 네트워크를 가동하는 지능적 SW에 해당한다. AVO는 특정 제품/서비스 생산 문제를 포함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제기되면, 사람/관리자의 개입 없이 멤버를 탐색하고 적합한 역량을 모아서 VO를 구성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AVO의 생산운영 방식은 제품/서비스 및 VO 참여자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컴퓨터 시스템은 지난 세월 동안 인간 사회를 모사한 중앙집중 시스템에서 분산처리, 클라이언트 서버, 웹서비스 등을 거쳐 다수의 마이크로 서비스가 필요에 따라 연결되는 시스템으로 발전해 왔다. 시간-공간으로 인한 물리적 제약에 구애되지 않는 가상세계가 발전함에 따라 이제 거꾸로 가상세계의 운영방식을 현실세계로 옮겨오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O5의 궁극적 모습은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인간의 지적 활동을 대신하고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완전 분권화가 실현되며 메타버스가 꿈꾸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간에 구별이 없는 세상의 생산운영 방식이다. 그와 같은 환경에서 AVO는 개인이나 기업의 완전한 대리인(agent or surrogate)으로서 경제/사회 활동을 수행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O5 전략은 다음과 같은 전제/가정에 입각한 것이다. ‘분산-가상 생산운영’ 전략을 구사하는 AVO는 특정 이벤트(예: 사업 제안요청, VO 구성-해체)에 자율으로 반응해서 생산활동을 주도하거나 참여한다. AVO는 해결해야 할 문제에 따라 달라지는 임의적(ad-hoc) 거버넌스를 적용한다. AVO의 운영원리는 내부로는 핵심역량을 전문화해서 정체성을 유지하고 외부로는 고객의 기대/요구에 따라 필요시 다른 VO와의 연결을 통해 대형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확장성을 추구한다. AVO의 기업통합은 외부의 침입이니 간섭으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보호, 유지하기 위한 캡슐화(encapsulation)를 도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타 VO와 연동(interface)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 둠으로써 생태계를 확장, 공진화(coevolution)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배경에서 O5 전략은 ‘o51. 자율가동 생산’, ‘o52. 임의적 거버넌스’, ‘o53. 정체성/확장성 지향’, ‘o54. 기업생태계 공진화’ 등으로 구분한다.  


(o51) ‘자율가동 생산’ 전술

   o51은 제품/서비스 생산과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지능적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생산과정’이란 소비자 주문 접수 또는 시장 수요 식별로부터 생산해야 할 상품이나 솔루션 정의, 생산에 필요한 자원 및 역량 탐색-선택, 생산 개시 및 완료에 이르는 일련의 활동을 가리킨다. 자율가동 생산은 가용 역량에 대한 정보를 잠재적 생산 파트너와 공유하는 가운데 필요한 역량을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필요한 만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에서 운영할 수 있다. 아직은 현실에서 완전한 자율가동 생산을 볼 수는 없지만, 기술 발전, 산업경제 관련 제도 정비, 그리고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점진적으로 목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기술 측면에서는 AI, 빅데이터, IoT, CPS, 블록체인 등 영역에서 제한적이지만 ‘자율가동 생산’의 구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종래의 규칙 기반 AI(예: 전문가 시스템), 2010년대 이후 급속히 발전한 신경망 기반의 딥러닝, 그리고 2022년 말에 등장한 챗GPT 등이 기업의 운영방식을 고수준의 지능 시스템으로 바꿔 가고 있다. 미래의 AI는 문제 인식, 문제 정의, 해법 탐색 및 선택, 솔루션 개발 및 적용 등도 자율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에서는 조직운영의 민주화를 지향하는 탈중앙자율조직(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이 등장하였다. DAO는 이더리움 플랫폼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로 AVO와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운영된다. 특정 사업에 관심을 가진 개인/기업들이 대등한 자격을 가진 멤버로서 임시조직(VO)인 DAO를 만들고 사업 및 운영에 대한 제안과 투표 등 의사표시를 통해 DAO를 운영한다. DAO가 블록체인이 아닌 다른 디지털 인프라 위에서 운영되는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되고 다양한 BM에 적용되어 범용성을 확보하면 적어도 기술 측면에서는 AVO에 근접하게 될 것이다. 


   자율가동 생산이 실현되려면 제도 측면에서는 핵심역량을 가진 개인이나 소기업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기 자신과 공동체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회적 인식 측면에서 일(work)은 ‘소득을 얻기 위한 직업’(job for money)과 ‘공동체에 기여하는 활동’(activity for community)으로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직장과 근로자의 관계는 영구적 고용-피고용 관계가 아니라 활동 목표와 기간, 대가 등을 합의한 일시적 계약 관계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o51에 근접한 사례를 2가지 패턴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 스마트/등대공장: GE, 지멘스, 슈나이더 일렉트릭, 존슨앤존슨, 롤스로이스, 포스코, LG전자(창원공장, 스마트파크), ..

• 자율생산(인프라): 아에라테크놀러지(COS: 인지자동화 운영체제), 아라곤 어소시에이션(DAO 설립 지원 플랫폼)     


(o52) ‘임의적 거버넌스’ 전술

   o52는 AVO가 특정 임무 수행을 할 때 상황에 따라 알맞은 거버넌스를 설계하거나 선택해서 운영하는 것이다. 임의적 거버넌스는 VO가 해결해야 할 문제 특성(예: 임무 수행 기간, 문제 자체의 난이도/복잡도)이나 VO 멤버의 특성(예: 개방적/폐쇄적, 자율적/의존적)에 알맞은 거버넌스를 선택하거나 맞춤 개발해서 운영하는 방식이다. 임무 수행 기간이 짧을 때 문제 정의나 대안 탐색에 많은 시간을 들여서 합의점을 찾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일 것이다. 자율성이 높은 멤버들을 수직적 거버넌스로 리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o42의 ‘협업적 거버넌스’는 멤버들을 통합하는 관리조직과 공동 규칙이 미리 만들어져 있지만, 임의적 거버넌스는 그와 같은 관리자나 구심점이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o52에 근접한 사례를 2가지 패턴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 개방적 거버넌스: 페이스북, 깃랩/깃허브(프로젝트 협업), 암웨이

• DAO 기업: 헤리티지DAO(간송미술관의 삼존불감 구매), 체인파트너스     


(o53) ‘정체성/확장성 지향’ 전술

   o53은 AVO가 생태계 내에서 차별화된 특성을 가진 개체로 정체성을 인정받고 다른 VO와 함께 규모나 범위가 큰 문제해결에도 참여하는 식으로 확장성을 키우고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o51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기술, 경제시스템, 사회적 인식 등이 뒷받침되면, 크고 무거워서 만들고 유지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조직보다 작고 가벼우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에 알맞은 규모로 조립해서 쓸 수 있는 조직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VO가 보편화되면, 모든 개인/기업은 차별화된 핵심역량(: 정체성)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필요시 보유한 핵심역량을 재정의/재정립해서(: 확장성) 다양한 문제해결 VO에 참여함으로써 자신도 성장하고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정체성(identity)이란 하나의 개체가 가진, 다른 개체와는 차별화된 특성을 말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생태계에 속하는 개체는 스스로, 또 다른 개체들이 그와 같은 정체성을 인정할 때 존재 가치를 얻는다. 확장성(expandability)은 커버할 수 있는 과업의 범위나 규모를 필요에 따라 확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정체성은 하나의 개체가 가진 절대적 가치이며, 확장성은 그 개체가 여러 가지 용도에 두루 쓰일 수 있는 상대적 가치이다. 


   모든 기업은 각자의 강점(예: 기술, 인재, 장비/설비, 파트너, 제품/서비스, 고객기반, 유통채널, 자금)을 기반으로 한 핵심역량을 보유한다. 확장기업의 모기업이나 주력기업은 자신이 보유한 기술력이나 자금력을 바탕으로 가치사슬을 이끌고 자신과 전체 생태계의 공생 발전을 도모한다.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연결/중개/거래/협업/융합 서비스의 효용성을 바탕으로 자신과 생태계가 발전하게 된다. 확장기업의 멤버는 생태계 내에서 기여도를 인정받지 못하면 언제든 쫓겨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서비스, 협력관계를 만드는데 제약을 받게 된다. 플랫폼 공급자는 공진화하는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면 소멸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이용자는 전환비용 때문에 특정 플랫폼에 록인(lock-in) 되거나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지만,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어떤 기업이든 보유 핵심역량이 곧 그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정체성이 된다는 것이다. 


   o53에 근접하는 사례로 다음과 같은 조직을 꼽을 수 있다. 

• 일시적 TFT, 위원회, 연구/개발 컨소시엄, 협의체, JV, SPC 등

• 깃허브/깃랩(가상조직), K-DA(데이터 얼라이언스)     


(o54) ‘기업생태계 공진화’ 전술

   o54는 AVO가 궁극적으로 실현해야 할 과업으로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협업하는 개인/기업 모두가 함께 발전하는 생태계를 이룩하는 것이다. 자연에서 수많은 생명체가 공생하는 생태계를 이루는 것처럼 기업도 경쟁과 협력을 통해 공진화하는 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의 기업이 경제적 역할만을 담당했다면, 미래의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메이나드와 메르텐스가 ≪제4의 물결≫에서 제안한 것처럼 ‘인류의 수호자(steward)’가 되어야 한다.


   AVO에게 필요한 기업통합은 여러 가지 이질적 기술, 예를 들면, AI, IoT, 5G 통신, VR/AR/메타버스, CPS 등에 기반을 둔 HW, SW, 솔루션 간에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확보하는 것이다. 상호운용성은 서로 다른 기술로 구현된 모듈들이 원활한 상호작용을 통해 공동의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이다. 상호운용성은 다양한 물리적 실체들이 논리적 모델(예: UML)로 연결되고 논리적 모델이 공통의 개념적 프레임워크에서 정의된 것일 때 보장될 수 있다. UML(Unified Modeling Language)은 객제지향 모델에 대한 실질적 국제표준이다. 객체지향 방법론(OOM: Object-oriented Methodology)는 1960년대 말에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에서 비롯되어 객체지향 분석/설계/구현 등 SW 개발 전반에 적용되는 방법론으로 기계, 전자 등 타 영역의 시스템에도 적용되고 있다. OOM은 개발 대상 시스템을 객체(object)의 집합체로 보고 객체와 객체는 인터페이스(interface)를 통해 소통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하나의 객체는 정적(靜的) 특성인 ‘속성(attribute)’과 동적(動的) 특성인 ‘행위(method)’로 구성되어 있다. 


   OOM 관점에서 AVO와 AIS는 모두 독립적이며 자율적인 객체들의 집합이며 다른 AVO나 AIS와 인터페이스를 통해 소통하게 된다. 객체지향 시스템에서 정체성은 캡슐화(encapsulation)로 확보할 수 있다. ‘캡슐화’란 특정 개체가 가진 속성과 행위를 외부 침입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이다. 확장성은 개방형 API (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로 확보할 수 있다. API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호출 명령이다. 모든 오픈소스 SW가 개방형 API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 외 많은 솔루션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이미 개발, 운영 중인 객체들을 API를 통해 연결하게 되면 연결하는 쪽에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고, 연결해 주는 쪽에서는 자신이 개발한 SW가 다른 환경에서 신뢰성이나 성능을 검증받는 기회가 된다. 상호 연결을 통해 시너지를 얻으면서 공진화해 간다는 것이다. 

   아직은 AVO나 AIS를 적용한 현실세계의 기업 사례는 찾을 수 없지만, 가상세계에서는 많은 SW(예: 트렐로, 우버, 센드버드, 챗GPT)가 OOM에 기반한 방식으로 개발되고 API가 공개되어 개방형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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