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덕현 Sep 13. 2023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과 유형

플랫폼 경제-03

디지털 경제와 플랫폼 비즈니스

   1990년대 인터넷의 상용화와 더불어 본격화된 디지털 경제는 공유 기술에서 비롯된 플랫폼에 힘입어서 빠르게 발전하였고 이제 수단인 플랫폼이 경제 자체를 주도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애플리코(Applico)는 2040년경에는 미국 ‘S&P500 지수’ 기업의 50%가 플랫폼 기업이 될 것으로, 또 맥킨지는 2050년까지 전 세계 기업 매출의 30% 이상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이룩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머지않아 기업을 매출/이익을 중심으로 한 재무적 성과만을 기준으로 플랫폼 기업과 非플랫폼 기업으로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Cusumano et al.(2019)은 플랫폼은 1960~1970년대의 IBM, 1980~1990년대의 인텔과 MS, 그 후의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을 거쳐 지금의 AI에 이르고 있으며, 향후 양자컴퓨팅, CRISPR 등이 새로운 플랫폼이 될 거라고 하였다. 기반기술이나 특성은 달라지더라도 플랫폼 제품/서비스가 경제/사회 발전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 경제가 지속되리라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든 플랫폼 경제든 그 목적은 쓸모 있는 재화의 생산-유통을 통해 소비자, 국민,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효율(예: 시간 단축, 비용 절감, 품질 향상)이나 플랫폼이 제공하는 자산 및 편익의 공유 자체가 목적은 아닌 것이다. 지금까지 플랫폼이 이룩한 효익과 부작용을 감안할 때 모든 기업은 플랫폼이 기업 자체의 목표 달성을 위한 효과적 수단이 되고 나아가 인류 발전에 기여하도록 설계, 구현, 운영하여야 할 것이다. 


   플랫폼 경제의 성장 동력은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BM)이 가진 2가지 수월성(excellence)에서 비롯된다. 플랫폼 BM은 플랫폼 (상품) 생산 단계에서 규모/범위의 경제 효과를 만들고 유통 단계에서 수요 측면의 네트워크 효과를 만든다. ‘규모의 경제’는 하나의 공통 플랫폼을 다수의 완성품에 포함하는 생산방식이 만드는 효과이다. ‘범위의 경제’는 하나의 플랫폼이 2개 이상의 (자사/타사) 완성품에 적용되어 생산자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하고 소비자의 선택 범위를 넓힘에 따라 생기는 효과이다. 예를 들면, 구글 안드로이드 OS는 수많은 스마트 기기에 포함되어 생산 비용/시간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구글을 포함한 여러 기업이 다양한 제품/서비스를 개발-판매할 수 있게 하였다.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 (상품)의 이용자(또는 생산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용자(또는 생산자)가 얻는 편익이 증가하거나(‘동일면<same-side> 네트워크 효과’) 이용자(또는 생산자)가 늘어남에 따라 반대편의 생산자(또는 이용자)가 얻는 편익이 증가하는(‘교차<cross-side> 네트워크 효과’) 것을 가리킨다. 

 

플랫폼 BM의 의미, 특성, 전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BM)은 플랫폼 상품 즉, 제품/서비스/솔루션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서(create) 소비자에게 전달하고(deliver) 이득을 얻는(acquire) 방식이다. 플랫폼이 만드는 가치는 기본적으로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제품/서비스 자체가 주는 편익에 규모/범위의 경제 및 네트워크 효과가 합쳐진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시간/공간 제약 없는 유통과 이해관계자 간 실시간 수준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종래의 아날로그 플랫폼으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BM(예: 승차 공유, 숙박 공유, 라이브 커머스)을 만들어냈다. Parker et al. (2016)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종래의 파이프라인 비즈니스보다 우수한 이유를 플랫폼은 (1) 종래의 중개자/관리자를 매칭-연결 알고리즘으로 대체하였고 (2) 종래의 물리적 가치 생산-전달 방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였으며 (3) (온라인) 커뮤니티 피드백을 활용해서 기민하게 제품/서비스를 변경/업그레이드하고 (4)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자원 및 역량도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Torregrossa(2018)는 하나의 기업을 여러 가지 BM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스포츠센터를 예로 설명하였다. 가장 단순한 BM은 센터가 트레이너를 채용해서 고객을 단순중개(intermediary)만 해주는 것으로 이는 플랫폼 BM이 아닌 전통적 파이프라인 모델로 분류하였다. 플랫폼 BM 중에서 가장 초보적인 모델(‘listing fee model’이라고 함)은 센터가 연결자(facilitator)로서 많은 트레이너를 모아서 목록으로 만들고 이용자들이 원하는 트레이너를 탐색,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센터는 한쪽 또는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이 모델에 해당하는 플랫폼 기업(예: 이베이, 알리바바 등 오픈마켓)은 일부 품질관리도 담당한다. 더 발전된 BM인 ‘양면 플랫폼 모델’은 센터가 조력자(enabler)로서 두 개의 참여자 그룹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때 플랫폼 기업(예: 우버)은 상품 재고는 보유하지 않은 가운데 거래 규칙과 물류/가격 등에 대한 기준을 설정, 운영한다. 그보다 조금 복잡한 ‘다면 플랫폼 모델’은 센터가 지휘자(orchestrator)가 되어 여러 그룹의 이해를 조정한다. 결혼(식) 준비-진행을 총괄하는 웨딩 플래너가 여기에 해당한다. 가장 고수준의 플랫폼 BM인 ‘구독/멤버십 모델’은 센터가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Enabler’). 이때 플랫폼 기업(예: 넷플릭스, 스포티파이)은 회원을 모집, 관리하고 구독료를 받는다. 


원탁형 (플랫폼) BM의 유형 분류

   지금까지 학계나 현장에서 전통적 ‘파이프라인 BM’에 상대되는 용어로 ‘플랫폼 BM’을 사용해 왔으나 필자는 지난 글에서 좀더 명확한 구분을 위해 ‘파이프라인 BM’ 대신 사슬형 (플랫폼) BM, ‘플랫폼 BM’ 대신 원탁형 (플랫폼) BM이란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사슬형 BM은 플랫폼 리더를 중심으로 조달-생산-유통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단방향 가치사슬을 반복적으로 운영한다. 원탁형 BM은 플랫폼 리더가 여러 그룹의 생태계 참여자들과 양방향 상호작용을 하면서 여러 번 가치를 창출한다. 사슬형 BM 기업은 일반적으로 내부보다 외부에서 만드는 가치가 커질 때 원탁형 BM으로 전환한다. 원탁형 BM의 플랫폼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연결/중개, 거래/협업, 집적/통합 등으로 고도화된다. (아래 <표> 참조).                          

<표> 원탁형 (플랫폼) BM의 유형과 예


   연결/중개형에서 플랫폼 기업은 연결자(facilitator)로서 플랫폼 상품의 이용자를 늘릴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게 된다. 이 단계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매칭 역량과 이용자의 신뢰도에 좌우된다. 수익모델은 이용자를 무료/유료(free/premium)로 이원화하는 freemium 가격, 광고료, 입점/가입비, 중개 수수료 등을 적용한다. 연결형은 초기 SNS처럼 단면시장이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중개형은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오픈마켓은 일반적으로 누구나 구매자/판매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면서 거래 자체나 거래 상품에 대한 품질은 보장하지 않는다. 거래/협업형에서 플랫폼 리더는 조정자(moderator)로서 양면시장 이용자가 교환하는 거래 상품의 품질과 성과를 높일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온라인 쇼핑몰은 오픈마켓과는 달리 판매 상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불량 구매자/판매자를 배제하고 기민한 주문이행체제를 구축하는 식으로 적극적 관리자 역할을 수행한다. 수익모델은 연회비, 구독료, 거래/협업 수수료 등을 적용한다. 거래형은 구매-판매가 주된 서비스지만, 협업형은 참여자 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것을 포함한다. 집적/통합형은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산업 및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것을 목표로 한다. 수익모델은 플랫폼 상품 외에 수직/수평 서비스에 대한 판매 수익, 이용료 등을 적용한다. 수직/수평 서비스는 플랫폼 리더가 직접 개발하거나 생태계 참여자가 개발한 것을 포괄한다. 플랫폼 기업이 기여한 비중이 클 때 사슬형 BM에 가깝고 보완자가 기여한 비중이 클 때 원탁형 BM에 가까워진다. 구글은 자사가 보유한 이메일/회의, 워크플로우, 클라우드 등 협업 플랫폼에 자회사/협력회사 등이 가진 생명과학 기반의 진단 기술과 기기, 정밀의료, 가상의료 등의 서비스/솔루션을 결합해서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참조: CB_Insights). 


플랫폼 비즈니스 및 BM의 고도화

   플랫폼 BM은 고정된 게 아니라 리더나 생태계 참여자의 역량에 따라 점점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BM으로 성장-성숙하거나 반대로 퇴보-소멸한다. 플랫폼 BM은 사슬형 BM은 원탁형 BM으로, 원탁형 BM 내에서는 연결/중개형, 거래/협업형, 집적/통합형 등으로 고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슬형 (플랫폼) BM은 스타트업의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예: 네스트의 에너지통합관리, 오픈모터스의 전기차 플랫폼)이나 대기업의 독보적 플랫폼(예: 구글의 검색엔진, 아마존의 클라우드, 엔비디아의 GPU)에 적용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일반적으로 내부 혁신보다 외부 혁신이 커질 때 사슬형 BM을 원탁형 BM으로 전환한다. 글로벌 테크기업은 사슬형 BM과 원탁형 BM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큰 성과를 이룩하고 있다. 


   플랫폼 상품과 플랫폼 BM은 미래 산업/시장으로 가는 중요한 전략이며 도구이다. 미국, 중국, 우리나라 등의 소위 ‘빅테크 기업’은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과점 수준의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가운데 계속해서 사슬형 BM을 운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에게는 공정거래, 보완자와 참여자가 제공한 역량이나 혁신 성과에 대한 보상, 개방적/협업적 거버넌스 구축 등을 통해 건전한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것이 시급한 과업이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다수/다종의 제품/서비스/솔루션에 포함되지 못하는 ‘플랫폼(상품)’을 생산-판매하고 있거나 충분한 수준의 ‘규모/범위의 경제’를 만들지 못하는 ‘플랫폼 BM’을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전략과 BM을 재정립하여야 한다. //    


<참고문헌>

Cusumano, Michael A., Annabelle Gawer, David B, Yoffie(2019), The Business of Platforms, HarperCollins Publishers, p.62~67.

Parker, Geoffrey G., Marshall W. Van Alstyne, and Sangeet Paul Choudary(2016), Platform Revolution, W. W. Norton Company. 

Torregrossa, Marco(2018), “Platform Economy: 4 Key Business Models”, Euro Freelancers, 2018. 10. 31.


#플랫폼BM #파이프라인방식 #사슬형BM #원탁형BM #규모의경제 #범위의경제 #네트워크효과     

작가의 이전글 플랫폼 관련 용어/개념 분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