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제주 2주살이 성공

아이와 함께 한 제주

by 김세무사

“우리도 이참에 한 달 살이 이런 거나해볼까?”


남편의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다. 평소에 한 달 살이를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대화 주제로 나눠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남편의 제안이 타 지역 살이 욕망 심지에 불을 붙였고, 제주2주살이로 갑작스럽게 결정을 했다.

제주2주살이를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지금 우리 상황이 “제주2주살이 하기에 딱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어찌어찌, 이렇게 저렇게 요건을 맞춰보니 갈 수는 있겠다 정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게 뻔하고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추억,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을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에게 2주 동안 온전히 엄마, 아빠와의 시간을 선사하자는 것. 자영업자 엄마를 둔 내 아이는 일찍 어린이집에 다녔다. 그리고 두 돌이 되기 전인, 내년 1월부터는 연장반도 다녀야 한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길어지기 전에 엄마 아빠와 급 애착형성 프로젝트로 제주 고고라는 결론. 그리고 코로나로 사용하지 못한 항공권 마일리지가 곧 사라질 예정이었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로 사라질 예정인 마일리지로 제주도 왕복 항공권 결제가 가능했다. 마일리지 사용으로 경제적 부담은 조금 해소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한 달도 아니고 2 주면 “살이”가 아니라 장기 여행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난 정말 제주도에서 여행이 아닌 “살다가” 왔다. 아이 데리고 맘 편히 식당가는 건 불가능해서 아침, 저녁은 주로 숙소에서 밥을 해 먹었다. 그리고 제주로 떠나기 전, 업무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제주도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디지털 노마드의 큰 장점이 장소에 구애 없이 일할 수 있는 거라면, 큰 단점은 어느 장소라 할지라도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정도면 제주살이도 아니고 제주워케이션이다. 아무리 그래도 일만 한다면 아이에게 온전히 엄마, 아빠와의 시간을 선사하자는 우리의 목표가 사라지기에, 오전과 아이가 잠든 후에 일을 하기로 했다. 결국엔 일도 하고 육아도 하고 집안일도 하는, 제주도에서 재택근무를 하다가 왔다.

그래도 제주도에서 재택근무(?)를 하니 출퇴근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보다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었다. 2주 동안 아이를 곁에서 그리고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보니 아이가 너무 귀여웠고 폭풍 성장함을 느꼈다. 매 순간 우리 아이한테 이런 면이 있었어?, 우리 아이는 이런 걸 좋아했구나, 벌써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란 생각을 했다. 서울에서 바쁘게 살아서 아이가 성장하는 것도 모르고 지나간 건 아닌지 뭔가 미안함이 더 커졌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출근 전, 퇴근 후부터 자기 전까지 길어야 3시간인데, 3시간 동안은 그리고 주말은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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