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20대를 벗어나는 내 심정은 굳이 횡단보도 앞에 딱 붙어 초록불을 기다리는 것 같다. 요즘은 남은 시간도 신호등에 나오던데, 대충 90초 남짓 한 시간이다. 이러 저리 둘러본다, 평소에는 잘 보지 않는 것들을. 매일 타는 5511 버스 기사 아저씨는 신호를 기다리며 무엇을 하시는지, 오늘 알라딘 서점에는 몇 권의 새로운 헌 책이 들어왔는지, 그리고 오늘은 어떤 사람들이 어떤 표정으로 내 주변을 지나가는지. 무언가 특별해 보이는 시기에 느끼는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감수성이랄까.
나의 20대는 어땠을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떠나보냈다. 해로운 관계에 미련을 두고 구차하게 잡기도 했고, 놓지 말았어야 할 인연들은 간과하기도 했다. 많은 사랑을 나누기도 했고, 혐오를 퍼뜨리기도 했다. 넓은 세상으로 떠나보기도 했고, 스스로 골방에 갇히기도 했다. 어느 순간 장착된 차가운 이성으로 상처를 주기도 했고, 또 감성적인 연민에 빠져 상처를 받기도 했다. 내가 가장 가엾다는 생각으로 누구 하나 미워할 필요 없이, 그리고 그 반대의 생각으로도 간신히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겉보기에 모순되어 보이는 것들이 자신을 만나면 자연스러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삶의 의미, 지표, 혹은 지침이라는 표현의 어떠한 심오한 아인슈타인의 이론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고, 사실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너가 살아가는 것을 좋아했으면 좋겠어.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고, 다가오는 그가 보인다. 씩씩하게 오는 것은 아니고, 주춤주춤거리고 한다. 곧 코스모스가 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