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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Jul 05. 2022

블루

저번 달에는 참 많은 일을 했다. 아니지, 올해라고 해도 될 거야. 꾸준히 바빴고, 그동안 먼지 또한 집 안 곳곳에 꾸준히 바쁘게 쌓였고,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를 냉장고 안의 것들도 꾸준히 바쁘게 썩어갔다.


4월이었나, 친했던 형 결혼식에도 가지 않았다. ‘친한’이 아니라 ‘친했던’이 된 원인도 물론 나겠지. 다 같이 축하해주는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19라는 숫자 속에 숨었다. 내가 본대도 아무도 내가 봤는지 모를 테니까. 그래도 누군가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봐 주었는데, ‘그냥 항상 똑같죠’라고 답했다. 적절히 맞는 답인가 싶지만 나도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니까.


한없이 특별하게만 보였던 내 안의 블루는 침적되어 크리스탈을 이룬지 오래인 듯하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 보면 잊혀질 줄 알지만, 이미 지겹도록 익숙해져 버렸다. 바닷가 마을 사람들이 비가 내리는 날에도 바다를 느끼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내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서도 이제 별 관심이 없다.


나는 바쁘게 살고 있고, 점점 게을러져 간다.

뭐 슬프진 않아, 누군가 슬픔 또한 이 도시의 평균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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