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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Aug 18. 2022

상담일지

2020.04.06

“선생님, 요즘 사랑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해요. 특히 결핍에 관해서요.

많은 것의 필요조건 중 하나가 결핍이라고 하죠. 그런 면에서 사랑도 크게 다르지 않고, 특별하지 않아요.


저는 그 사람이 가진 무의식중에서의 친절함과 입술부터 눈썹 위 이마까지 얼굴 전체로 찡그리듯 자연스럽게 지어지는 미소, 그리고 딱 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소음 정도의 웃음소리, 그것들이 항상 먼저 보였어요.

저에게는 그런 것들이 결핍이었고, 곧 낯섦이었기에 빠져들었어요. 그 사람도 저의 어떠한 면을 보고 그랬을 수도 있겠죠.


결국 이것이 모순이에요. 시간이 갈수록 낯섦은  이질감이기도 하니까요. 당연히 사랑이라는 믿음으로 이해하려고 했지만, 순전히  방식이었기에 이해는 쌓여 오해가  뿐이었어요. 대부분의 경우 시간은 약이라지만 여기서는 아니었네요. 작은 구멍을 통해 겨우 바라보는 것과  으로 마주 보는 것은 많이 다르니까요. 어쩔  없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걸요. 그런 면에서는 사랑은 크게 다르고, 특별해요.


참 웃기지 않나요? 결핍을 낯섦이나 이질감으로 만드는 것은 뭔가요? ‘설마 그랬어?’와 ‘혹시 그랬어?’는 많이 달라요. ‘설마’와 ‘혹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4일을 고민하다가 결국 사전을 뒤졌죠. 제 생각에 ‘설마’는 불안감, ‘혹시’는 기대감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결국은 개인의 감정이죠. 이것이 감정에도 효율성이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말이 길어졌는데, 어쨌든 저는 이번에도 사랑에 실패했어요. 그 사람은 이제 저와 만나는 것이 재미있지 않았고, 제가 어떤 말을 하면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 싶었던 거죠. 누구의 말처럼 매력이라고는 낯섦 하나였는데, 이제는 낯설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아무렇지 않아요. 정말로요. 저는 이런 것을 많이 겪어봤어요. 맞아요, 지금까지 제가 말한 그거요. 그럴 때마다 저는 남들 시선에서의 저의 낯섦을 하나씩 증오하게 되었어요. 이게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저는 저를 증오하게 되었더라고요. 그게 전부에요. 정말 별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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