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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Sep 06. 2022

2019.03.23

깨달음

출국 전 한 친구에게 교환학생을 갔다오면 주변 친구들이 정리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솔직히 그 말을 듣고 무서움과 걱정이 앞섰다. 내가 떠나 있는 동안 지금 내가 믿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버림받을까봐,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때 받았던 충격과 배신감을 또 받을까 두려웠다. 내가 지금까지 인간관계를 잘못 쌓아왔다는 것을 알게 될까 무서웠다.


하지만 교환학생을 온 지 10주 정도가 지난 지금, 한국에 있을 때와 아무 변함 없이 서로 쓸데없는 말만 하는 친구들과 한 번씩 잘 지내냐며 생각나서 연락해봤다는 친구들 덕분에 걱정을 어느 정도 떨쳐냈다.


사람이 깨달음을 얻는 조건 중 하나가 결핍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태어나서 몇 번 벗어난 적이 없는 한국에서 고작 캐리어 하나 들고 먼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수많은 결핍을 느낀다. 그리고 살면서 익숙했던 거의 모든 것이 없는 이 곳에서 살아가면서 나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었는지 많이 깨닫게 된다.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부재다.


고민을 나눌 때나, 축하할 일이 있거나, 딱히 아무 일이 없어도 만나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내가 지금 그들을 그리워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한국에 돌아오기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지금껏 못 살아온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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