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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Sep 08. 2022

2019.03.31

BVB

어제 도르트문트에서 축구 경기를 보고 야간버스를 타고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  10 버스였는데, 오후 3 30 경기였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터미널에 도착하고 나서도 시간이 많이 남았었다. 유럽에서는 공원이나 역에 가면 항상 버스커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 있는데, 터미널 뒤쪽의 도르트문트 중앙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 듣는 음악이었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없으니  벤치에 앉아 그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늦은 저녁이라 사람들이 거의 없기도 했고, 내가 눈에 띄는 동양인이라 그런지 그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 도르트문트에는 어떤 일로 왔냐 등의 대화를 나누다가, 그는 자신이 평소에는 은행에서 일하는 직원이며 버스킹 (음악) 휴일이나 쉬는 동안 한다고 말했다. 지금껏 유럽에서  버스커들은 주로 낮에 사람들이 붐빌  활동하였고, 자신의 음반이나 CD 파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음악이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통한 성취와 금전적인 부분이 버스킹의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밤에 버스킹을 하는 그의 모자에는 동전이 거의 없었다.


나는 그에게 ‘이런 늦은 시간에 버스킹을 하면 사람들이 많이 보지도 못하고 돈도 많이 벌지 못하잖아. 유럽은  모르겠지만 한국의 몇몇 버스커들은  유명해져서 돈도 많이 벌고 tv에도 나온다. 이런 시간에는 은행에서 일을 하느라 피곤할텐데 그냥 쉬는게 낫지 않아?’라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의 대답에서 내가 얼마나 무례한 질문을 했는지 바로 깨달을  있었다.


나를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버스킹이 끝나면 사람들이  돈으로 집에 가면서 음료수사먹을  있다.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이것은 내가 그냥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다. 내가 즐겁기 때문에 다른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너도 니가 좋아하는 축구팀의 경기를 보고 즐기기 위해 여기까지   아니냐


어느 순간부턴가 내가 어떤 일을 하면, 그 일을 통해 무언가를 깨우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대학 생활 동안 해왔던 모든 활동을 하면서 내가 여기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만큼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여행을 가면서도, 이번에 교환학생을 오면서도 이 경험이 나에게 큰 의미가 되기를 바랬다. 스스로 ‘나는 교환학생 놀러가는거다, 쉬러가는거다’라고 말하면서도 말이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떻게든 의미 있는 것을 얻으려고 발버둥 쳤고, 그러면서 무언가를 순수하게 즐기는 방법을 자꾸 잊혀버렸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면, 한 아이가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소 우스꽝스럽게 초콜릿을 만드는 공장의 모습을 보며 ‘쓸모 없는 것들 밖에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그를 보며 찰리는 이렇게 말한다. ‘초콜릿은 단지 즐거움을 위한거야.’


즐거움을 위한 것을 순수하게 즐길 줄 아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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