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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Sep 13. 2022

2019.04.01

심심해서 하는 생각

교환학생을 와서 여행을 다니지 않는 동안은 진짜 심심하다. 원래는 한국사 공부를 다시 하려고 했는데 인강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나는 원래 영화 보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래서 남는 시간에 영화를 많이 보게 된다. 보고 싶었는데 못 봤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다시 보기도 한다.


어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를 다시 봤는데,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지나쳤었던 굉장히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 신적인 존재이자 모든 행성을 지배하고자 하는 에고와 그의 아들이자 이를 막으려고 하는 주인공 스타로드의 대결 장면이었다. 에고는 죽기 직전 스타로드에게 자신을 죽이면 남들처럼 평범해진다고 말하는데, 이에 스타로드는 ‘그게 뭐가 나빠?’라고 대답한다. 영화에서 슈퍼히어로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초인적인 힘이나 능력으로 악을 물리치는 존재를 말한다. 그런 슈퍼히어로 장르 영화의 주인공이 남들처럼 평범해지는 것이 나쁘지 않다니, 어떻게 보면 모순적인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는 아이언맨이나 슈퍼맨 같은 슈퍼히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있어도 영화처럼 외계인들이 침략한다면 차라리 없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에도 영웅은 존재한다.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전쟁 영웅, 민족의 정신을 지킨 민족 영웅 등 역사 속에서 수많은 영웅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나라를 지키는 군인, 생사의 갈림길에서 싸우는 의사, 불길 속에서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까지 지금도 수많은 영웅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그들은 특별한 존재이지만,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나라를 지키는 군인 중 몇 명은 나와 같이 놀던 형, 친구, 동생들이다. 또한 현재 의대에서 공부 중인 내 친구는 미래의 영웅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감동적인 이야기나 모범이 되는 자세로 여러 사람에게 희망과 울림을 준다면, 그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영웅이 될 수 있다. 항상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시는 부모님도 나에게는 영웅이다. 우리는 모두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노력하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누군가의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영웅은 신이나 상징이 아닌 깨달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영웅적인 존재이다.


스타로드가 남들처럼 평범해진다는 에고의 말에 ‘그게 뭐가 나빠?’라고 말한 것은, 그는 자신에게 특별한 힘이나 능력이 없어도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영웅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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