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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Sep 21. 2022

2019.04.14

의무감의 이유 찾기

사람들은 여행을  가는걸까?


요즘 에세이 도서나 SNS, 유튜브 동영상 등을 보면 여행과 관련된 콘텐츠가 굉장히 많다. 심지어 여행과 관련된 TV 방송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뭐 여행을 가면 시야도 넓어지고, 스트레스도 풀고, 다른 것을 통해서는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를 느낀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보다 보니 뭔가 ‘20대에는 남들 다 가는 무조건 장기 여행 한번은 가봐야 한다!’라는 의무감까지 생기기도 했다.


나도 열심히 돈을 모아서 친구랑 같이 3주간 여행을 다녔고,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여행을 다닌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터키, 꽤 다닌 것 같다. 여행을 다니면서 좋았던 순간,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왜 이렇게 즐겁지가 않지?’, ‘나는 뭔가를 깨닫지도 못했고, 딱히 스트레스가 풀린 것 같지도 않은데 여행을 잘못한건가?’


처음 봤을 때는 신기했던 유럽의 건물들과 분위기도 점차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소들도 에펠탑 정도를 제외하면 ‘사진으로 봤을 때가 더 멋진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곳은 어릴 때부터 교과서나 TV에서 하도 많이 봐서 친숙하기도 했다. 솔직히 여행을 다니는 이유는 좋아서라기보다는 ‘이까지 왔는데 그래도 가봐야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은 왜 이렇게 여행을 좋아할까?’, ‘내가 여행을 하면서 좋았던 순간은 어떤 순간이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터키에서 그 답을 찾은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보다는 어렸을 때 훨씬 재미있게 살았던 것 같다. 그 때는 지금보다 ‘처음’과 ‘새로움’의 경험의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고, 처음으로 부모님 없이 친구들과 놀러가고, 처음으로 가족들과 스키를 타러 갔던 일. 산을 타고 올라가 바라본 새로운 풍경과 천문대에서 봤던 새로운 밤하늘.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곳에서는 어떤 것을 만나게 될까, 이러한 ‘처음’과 ‘새로움’이 주는 낯설지만 설레는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무엇을 하든 그런 기분을 느끼기 쉽지 않았다.


어제 새벽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를 타고 다녔던 한 시간 내내, 영화 ‘업’의 칼 할아버지가 집에 풍선을 매달고 하늘을 날면서 봤던 풍경이 이런 풍경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타보는 기구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풍경. 정말 오랜만에 ‘처음’과 ‘새로움’이 주는 기분을 즐겼던 것 같다.


바르셀로나를 떠올렸을  해변이나 성당보다 처음 내가 알던 것과 다른 낯선 시장의 풍경이 먼저 생각나는 이유, 런던을 떠올렸을  빅벤이나 런던 아이보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집중해서 그림을 따라 그리던 사람과 처음 보는 골동품을 팔던 시장의 모습이 먼저 생각나는 이유, 혼자 여행을   딱히 계획을 세우지 않고 일단 눈가는 대로 걸어다니는 이유는 그것 때문인  같다.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이유까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알 것 같다. ‘처음’과 ‘새로움’이 주는 낯설지만 설레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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