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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Sep 28. 2022

2019.04.23

너 스스로 하라

대학에 들어와서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적이 정말 많았다. 인간관계, 공부로 인해 지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지난 1년간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나의 ‘쓸모 대한 고민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각종 프로그램이나 도구를  다루어서 어떠한 창작물을 만들어낼  아는 사람들과 어떠한 단체나 집단에서 중요한 존재인 사람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 나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프로그래밍이나 캐드, 솔리드웍스 같은 도구들을 조금 배우기는 했지만 제대로 사용할  몰랐다. 매학기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전공과목의 내용은 종강과 동시에 항상 증발했다.   동안 참여한 인턴십에서도 내가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학에 와서 내가  것이라고는 계산기 두드린 것밖에 없었다. 과학고를 입학한 이후 최근  년간 육체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만큼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지금껏 내가  한거지라는 회의감과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제 저녁으로 먹을 닭갈비를 만들다가 문득 내가 지금껏 너무 편하게만, 편법에 의존하여 살아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식을 해먹을 , 양념에 다진 마늘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라면 근처 마트에 가서 다진 마늘을 사와서 요리를 하거나, 귀찮으면 그냥 근처 식당에 가서 돈을 내고 먹으면 된다. 하지만  곳에서는 마트에서 사온 마늘의 껍질을 벗기고 씻은  직접 칼로 잘게 다져야 한다. 다른 재료들도 직접 손질을 해야 한다. 청소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전공 청소기로 편하게 청소를 했겠지만, 여기서 진공 청소기를   없으니 한국에서 가져온 작은 빗자루로 직접 바닥을 쓸어야 한다.


너무 오랫동안 남이 해주는 밥을 돈 주고 먹고, 남이 청소한 공간을 사용하고, 남이 운전하는 차를 돈 내고 타는 삶을 살아왔다. 공부를 할 때에도 남이 올려놓은 답안지나 족보에 의존하여 과제를 하고,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시험을 잘 보려고만 노력했다. 공부를 하면서 내가 직접 한 행동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너무 오랫동안 ‘내가 직접 하는 삶’이 아닌 ‘남이 대신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삶에서 나의 행동이 사라지니 나의 존재가 사라지고, 결론적으로 나의 쓸모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늘을 다지고, 직접 바닥을 쓰는 일은 사소한 일이지만 직접 행동함으로써 내 삶에 나의 존재가 살아났고, 나의 쓸모도 하나씩 생겨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하나의 행동은 다른 행동을 불러온다. 마늘을 다지는데 도마와 칼이 필요하니 설거지를 미루지 않게 되고, 직접 재료를 하나하나 다 손질하여 만든 요리를 먹으니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청소도 직접 쓸어야 하니 방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행동을 조심하게 되고,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다보니 다른 것들도 정리를 하게 되었다. 식당에 가서, 호텔에 가서 잘 조리된 요리와 청결한 방을 보면 다른 누군가의 행동과 노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 DIY(do it yourself) 열풍이 생기면서 직접 가구를 제작하고, 직접 정원을 가꾸고, 직접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할아버지도 작은 텃밭에서 직접 재배를 하신다. 솔직히 그 동안 ‘귀찮게 왜 저러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그냥 단순히 새로 생겨난 취미 생활 정도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직접 행동함으로써 생겨나는 삶에서의 나의 존재감’과 ‘스스로 행동함으로써 스스로 만들어내는 행동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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