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ukbo Oct 03. 2022

2019.05.02

어쩌구의 순기능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일기 비슷한 것을 쓰기 시작한지   정도가 되었다. 모든 날이 특별한 것이 아니고, 매일 새로운 생각이나 감정을 느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성실하지는 않다. 딱히  내용이 없는데 굳이 일기를 쓰려고 하지도 않는다.


초등학교 다닐 때 부산 사람만 안다는 충효일기에 매일매일 일기를 써서 선생님께 검사를 맡았다. 아침에 엄마가 깨우면 일어나 학교 갔다가 친구들과 놀거나 집에 들어와 쉬는 것이 전부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일기를 매일 썼던 것이 너무 신기하다.


일기를 내면 선생님은 ‘참 잘했어요’ 도장과 함께 항상 답글을 적어주셨다. 가족끼리 외식을 한 내용의 일기에는 ‘맛있었겠구나, 선생님도 다음에 꼭 가봐야겠다’라던가, 뭔가 잘 되지 않는 것을 일기에 쓰면 ‘많이 속상했겠구나.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거야’ 같은, 일기를 일일이 읽어보시고 짧아도 꼬박꼬박 답글을 적어주셨었다. 아마도 누군가 나의 일상을 공감해주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요즘에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이나 느낌 생각과 감정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일단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하더라도 나에게 공감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나도 나를 표현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자신을 표현하지 않으니 공감하는 방법도 까먹게 된 것 같다.


그 게을렀던 초등학생매일 일기를 썼던 가장  이유는 혼나기 싫어서였겠지만, 선생님이  일기를 읽고 공감하며 써주시는 답글이 궁금했기 때문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방법을 배웠을 텐데.

매거진의 이전글 2019.04.2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