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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Oct 29. 2022

2019.05.11

낭비욕구

이스탄불에서 5일간 있었는데 한인 민박에서 묵었었다. 도미토리를 사용했는데, 마지막 날을 제외하면  말고는 모두 여성분이었기 때문에 아침 먹을  말고는 만날 일이 없었다. 아침마다 사장님을 포함한 모든 분들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서로의 여행 일정이 주된 이야깃거리였다. 무슨 인터뷰처럼 사장님께서 ‘오늘은 어디 가세요?’라는 질문을 하시면 신기하게 약속이라도   돌아가면서 각자의 계획을 말했다.


나의 대답은 항상 ‘ 모르겠어요. 씻고 생각해보려고요였다. 사실 다른 분들이 계획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여기 가볼까?’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고 숙소를 나온 다음 구글 지도를 보고 따라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  번씩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중국어가 많이 들리면 일단 이 곳은 관광지다!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어떻게 보면 방황에 가깝다. 그러다 보면 동선도 많이 꼬여 사실 시간 낭비가  심했다. 그래도 그러면서 바닷가에서 낚시하던 아저씨, 목적은 모르겠지만 해녀 같은 복장으로 잠수를 하던 사람들, 우연히 들어간 공원의 운동 기구에서 놀던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다가 딱 한 번 계획을 구체적으로 베벡 지구에 간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스탄불에 도착한 첫날에 베벡 지구에 갔었기 때문에 사장님께서 ‘갔던 곳을 왜 또 가요? 다른 곳은 다 가보셨어요?’라고 여쭤보셨다. 사실 사람들이 말하던 이스탄불에서 유명하다는 곳 중 몇 군데는 가보지 못했다. 그래도 그 날은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날이었고, 첫날 날씨가 안 좋았는데도 베벡 지구의 풍경이 너무 이뻤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 날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다. 다른 분들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크게 만족을 했다. 그래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 낭비. 옛날에는 친구랑 놀려면 일단 친구 집에 가서 이름을 크게 불렀다.  친구가 지금 집에 있는지 없는지, 나랑   있는지 없는지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였다. 먼저  전화로 물어보는 방법도 있었지만, 보통 친구의 부모님이 받았기 때문에 조금 무서웠다. 요즘은 그렇게 하는 사람이 없다. 일단 먼저 연락을 해서 만날  있는지 없는지부터 언제 어디서 만나 무엇을  것인지도  정해놓고 사람을 만난다.


그때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시간 낭비일수도 있는데 말이다. 요즘에는 조금의 위험요소가 있어도, 조금이라도 시간이든 뭐든 낭비할 거 같으면 섣불리 행동하지 않게 된다. 그 이유도 비슷한 것 같다. 단순하게 친구가 집에 있고 나랑 놀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더라도 크게 상관없었기 때문에, 그때의 나는 그것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일부터 동유럽으로 약 2주간 떠난다. 항상 그랬듯 계획은 전혀 없다. 사실 계획을 안 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귀찮아서이지만, 방황에 가까운 여행을 시간 낭비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도 있다.


시간을 낭비하는 만큼 작은 것이라도 무언가를 얻게 된다. 사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 않을까.


낭비가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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