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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Apr 19. 2023

2019.05.14

동화

오늘 류블랴나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거리인 블레드라는 도시에 다녀왔다. 블레드 호수와 중간의 섬이 아름다웠다.


블레드에서 다시 류블랴나로 돌아오는 버스가 정각마다 있는 줄 알고 원래 4시 버스를 타려고 했다. 그런데 표를 보니 3시 반에 버스가 있고 그 다음 버스는 5시였다. 그 때 시간이 3시 10분쯤이었고, 내가 있던 곳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였다. 버스를 놓치면 1시간 반을 기다려야 된다는 생각에 일단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직전에 전망을 보기 위해 산을 타서 힘들기도 했고, 길도 헷갈리는 바람에 결국 3시 반 버스를 포기했다. 그리고 뛰는 것을 멈추고 잠시 쉬기 위해 근처 벤치에 앉았다.


호수 주변에는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주민들과 블레드를 찾은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그들  유독 나를 계속 쳐다보던 분이 이런 말을 하시는 듯했다.

'뭐가 그렇게 급한가요? 여기는 그렇게 뛰어다니는 곳이 아닙니다. 그냥 시간을 즐기세요, 호수처럼!'


생각을 해보니 호수 주변을 걷는 내내 뛰거나 급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추신:

전망대 올라가다가 힘들어서 헉헉대던 나한테 m&m 초콜릿이랑 물 준 미국인 형 누나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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