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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Apr 22. 2023

오만과

편견

그다지 멀지 않은 옛날 옛적에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에게는 남다른 점이 하나 있었는데, 두 개의 다리로 중력을 버티는 대신 휠체어의 바퀴 4개에 의지하며 시선의 외곽에 서있었다.


소녀의 기준으로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었다. 첫 번째 부류는 소녀를 조롱과 놀림의 대상으로 바라봤고, 두 번째 부류는 동정과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공통점이 있다면 누구도 소녀와 친구가 되려 하지 않았다.


소녀의 입장에서 무친절과 과한 친절은 같았다. ‘너는 우리보다 못한 존재야’라는 전제가 깔린 세상에서 소녀는 하루에 만 번도 넘게 되뇌었다.


‘나는 저들처럼 될 수 없어’


어느 날, 어떠한 존재가 소녀 앞에 나타났다.


‘내가 소원을 하나 들어줄게’


소녀는 기뻐하며 평소에 꿈꾸던 소원을 말했다. 답변을 들은 존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과 정반대의 소원이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두가 저처럼 휠체어를 타고 다니게 해주세요’


질투나 분노가 아니었다. 소녀의 눈에는 희망이 가득 차 있었다. 단지 소녀는 감히 자기 자신이 두 개의 다리로 중력을 버틴다는 상상을 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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