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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Apr 25. 2023

아득바득

191129

‘잘자 는 무슨, 아득바득 사는 사람들은 뭐가 돼요’


얼마 전, 친한 형의 인스타그램에서 본 문장이다. 요즘 과제와 공부를 하느라 10일을 잠을 제대로 못 자다가, 한계에 도달하면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자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날에는 쪽잠을 자는데, 깊게 잠들어 깨지 못할까 봐 알람은 기본적으로 20개는 맞춰놓는다. 그래도 나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일부러 난방을 끄고 창문을 열어놓고 잔 적도 있다. 추우면 깨겠지라는 생각이다.


요즘 학점에 너무 민감해져 있다. 대학원 진학, 교수님의 조언, 자기만족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주변의 말을 들어보면 내 학점이 중간 정도인 것 같다. 중간이면 아득바득 사는 것은 아니지,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그냥 적당히 사는 사람이겠지. 어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냈다. 잠도 많이는 아니지만 잘 잤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아무리 봐도 아득바득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양자화학 강의 동영상을 3번째 돌려보고 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프라인 수업 때 퀴즈 순위를 보면 거의 다 맞추는 사람들이 많던데, 나는 아직 2주 전 렉쳐를 3번째 돌려보고 있다. 다음 주 중에 교수님께 연락을 드리고 찾아뵈어 질문을 해야 될 것 같다. 다음 주 기준 3주 전 렉쳐를 질문하는 학생을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교수님, 저 그래도 노력하고 있어요. 렉쳐, 퀴즈, 과제 안 빼먹었고, 방학 때 인턴십도 합격했어요. 복싱장도 열심히 다니고, 틈틈이 책도 읽고 있어요. 그저께는 친한 형이랑 연락해서 한 달 만에 밥도 먹었고, 마음에 드는 사람과 잘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아득바득 산다는 것은 대체 어떻게 사는 건가요? 지금의 생활에서 무언가를 빼내야 할까요? 지금까지도 많은 것을 뺐는데, 제가 저답게 살 수 있는 데에 필요한 것들만 남겨두었어요. 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면, 아득바득 살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득바득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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