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업의 본질이지만, 그 본질을 투자자에게 잘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 또한 중요한 작업이다.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문서가 IR자료이다. IR 자료라는 게 어느 정도는 정형화된 틀이 있고, 세상에 많은 그 노하우와 팁을 전달하는 글들이 많기 때문에 글의 소재로 삼기에 너무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고 나의 경험을 담은 글 하나 더 얹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살짝 걱정도 되긴 하지만,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1.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이야기하라!
모든 발표자료는 청중을 생각하고 만들어야 하지만, IR자료는 그 청중이 나에게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투자자이기 때문에 청중에 대한 고려가 절대적이다. 기술기반 스타트업이 가장 범하기 쉬운 오류가 투자자가 원하는 내용이 아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기술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내가 가진 기술이 이렇게 대단하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지만, 투자자들은 그 기술을 가지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한다. 이것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리가 가진 것 (기술, 아이디어, 사람)을 자랑하기보다는 우리가 가진 것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투자수익)을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는가를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2. 스토리 텔링이 중요하다.
난 개인적으로 이건 IR 뿐만 아니라 모든 발표자료에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이야기를 듣고 자라왔다.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만화부터 우리가 술자리에 나누는 대화 모두가 스토리텔링이다. IR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인과관계가 없고 얼토당토않는 스토리 구조로 되어있다면 채널을 돌려버리거나 영화관에서 자버릴 수 있다. IR도 마찬가지이다. 발표자료의 각 장의 구조가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인과관계와 서사구조가 뚜렷한 스토리로 이루어져야 한다. PPT 자료는 그 스토리의 삽화가 되어야 하고 그 화면에 청중을 집중시키기보다는 스토리를 말하는 발표자에 집중될 수 있도록 발표에는 스토리 구조가 잡혀야 한다.
3. 쉽고 간결한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다.
투자자들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신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회사를 수없이 많이 보고 짧은 시간의 IR을 보면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해를 시키는 사람도 어렵고 이해를 하는 사람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전문용어의 나열과 특정분야의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독이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사람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투자하기를 꺼려하는 습성이 있다. 물론 전문적이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은 반대로 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사기꾼들이 어려운 전문용어를 나열하여서 선량한 개인 투자자들을 현혹시키는 경우를 봤지만, 전문 투자자들의 경우는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IR 자료는 정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되어야 하고 간결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것을 많이 자랑하고 싶겠지만, 그걸 쉽고 간결하게 전달할 수 없다면 과감히 빼야 한다. 정말 그게 중요해서 꼭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라면 정말 고민해서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난 개인적으로 발표자료 1장에 1 문장이 베스트이고 최대 3 문장을 넘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화하기 힘든 음식을 주면 상대방에게 거부당할 확률이 높다.
4. 정직해야 한다.
IR은 펀딩의 한 과정이다. 그 자리에서 과장 혹은 거짓말을 통해서 투자자를 설득했다고 해서 바로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문 투자자들은 반드시 검증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그 검증 과정 중에 IR 중에 나왔던 내용과 상반되거나 좀 다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면 투자 프로세스는 끝나버린다. 그리고 Reputation은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알려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정직해야 한다. IR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5. 숫자가 말하도록 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몇몇 수치들이 있다. 시장의 크기, 비즈니스의 성장 속도, 등등 몇몇 중요한 수치들에 대한 사전 조사가 중요하고 그러한 수치들이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녹아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수치들이 의미가 있어야 하고, 숫자가 비즈니스의 가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 적혀 있는 팁들은 지극히 주관적이 경험을 통해서 얻어진 나만의 개인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만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창업 초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내가 가진 경험을 나누어서 조금이나마 창업을 하고 열심히 꿈을 위해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