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란 무엇인가

그 버스는 또 무슨 색인가

by DukeRattler

어느 순간부터 자주 들리기 시작한 단어


[메타버스]


그런데 어디를 찾아봐도 뜬구름 잡는 소리 같고 줄줄이 이어지는 설명을 다 읽고 나서도 '그래서 이게 뭐라는건데?' 싶어진다. 잔가지 다 쳐내고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일단 어원을 보자면 그리스어에 뿌리를 두고 있는 [meta-]와 우주라는 뜻과 더불어 세계, 세계관의 의미도 내포하는 [universe]의 합성어이다. [meta-]는 가상의 등장인물이 자신이 이야기 속 캐릭터라는 것을 알아챈다던가, 독자들에게 말을 걸곤 하는 [meta-fiction], 곤충의 변태[metamorphosis] 등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접두어이며 무언가의 '후에', 혹은 '너머에' 등의 뜻을 부여한다.

즉, [meta-verse]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α'라는 말이 된다. 그리고 여기서 저 α가 무엇인가를 가지고 각기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설명을 해주는 각기 다른 메타버스가 탄생한다. 다만 전반적으로 α가 무엇인지를 간단히 말하자면 '기술'이다.




무수하게 늘어서 있는 상품 진열장에 휴대폰 카메라를 가져다 대면 휴대폰 화면에 각 상품의 가격이나 평가, 설명 링크가 뜬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술이다. 현실에 없는 가상의 가격표를 AR기술을 통해서 현현한다. 이것은 메타버스이다.


가상의 섬에서 가상의 땅과 집을 사서 농사를 짓는다. 가상의 시장에서 가상의 시세를 보고 가상의 돈을 불릴 수도, 빚을 져버릴 수도 있다. 무엇 하나 현실이 없는 가상의 공간에서 마치 현실처럼 생활을 한다. 이것은 메타버스이다.


온몸에 센서가 덕지 덕지 붙은 수트를 입고 모니터를 얼굴에 쓴다. 행선지는 우주가 될 수도 있고, 귀신의 집이 될 수도, 집 앞 수퍼마켓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물건을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이 올지도 모른다. 고개를 돌리는대로 세상이 돌아가고, 만지면 촉감이 느껴진다. 현실에서도 하기 힘든 일을 가상에서는 이룰 수 있다. 이것은 메타버스이다.




설명하는 사람에 따라, 질문자의 관심 분야에 따라, 활동 분야에 따라 메타버스는 수 없이 많은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애초에 한줄요약으로 "이겁니다"하고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어려운 개념을 단 한 단어로는 설명이 가능하다.


[Game]


'게임'이다.




코로나 판데믹이 세상에 도래한지 벌써 일년이 훌쩍 넘은 현재, 아직도 가끔 뉴스에서는 모 도시에서 교통량이 이만큼이나 줄었다는 새삼스럽고도 당연한 소리를 놀랍다는 듯이 하곤 한다. 굳이 말 할 필요도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을.

이 판데믹은 인류에게 참 많은 변화를 선사했고,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온라인 컨텐츠의 친밀화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해, 직장인들은 온라인 회의를 하기 위해, 주부들은 온라인 쇼핑을 하기 위해. 언택트인지 온택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코시국에 온라인 친화력은 그야말로 얼마나 시대에 발 맞추어 나아가고 있는가를 표시해주는 지표가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굳이' 필요가 없다 생각했던 컴퓨터나 노트북, 태블릿 등이 합법적이고 암묵적으로 강요되고 있다.

그리고 어느정도 도구가 익숙해지면 도구의 활용법을 찾고 그 방법을 널리 알리는 것은 인간의 동물적 본능이다. 그럼 코시국에 그 새로운 도구의 활용법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이 또한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고, 자칫하면 집에 덩그머니 앉아만 있을 휴가철을 보낼 방도를 찾아야지.

그렇게 코로나 판데믹과 함께 무너진 모든 엔터테인먼트의 자금이 흘러간 목적지 또한 보이게 된다. 수 없이 많은 분야를 거름 삼아 등장한 판데믹 시대의 신흥 강자, OTT와 게임의 등장이다. 심지어 현재 가장 왕성히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교실보다 PC방과 더 친한, "아임파인땡큐"도 어려우면서 Show me the money는 참 쉬운 그런 세대이지 않은가. 게임의 시대와 게임의 세대가 만난 것이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돈이 흐르는 곳에는 사회의, 경제의 '큰손'들이 개입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큰손분들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그럴 경우 지극히 높은 확률로 망한다. 드라마에서 스폰서를 마구마구 간접광고해주다가 반감을 사서 말아먹는 경우가 왕왕있지 않은가. 영화도, 게임도, 애니메이션도, 만화도 마찬가지이다. 강요당한 이익을 위해 만들기도 쉽고 '모두'의 취향에 맞을 법한, '모두'를 위한 컨텐츠를 라면 끓이듯이 만들어대지만, 그딴게 재미있을수가 있을까. 결국 팬들은 등을 돌리고 돈이 되지 않는다 판단한 큰손마저 지원을 끊으면 제작측은 진퇴양난, 사면초가, 풍전등화...뭐 어쨌든 망한거다.

다만 그 중에 넘치는 컨텐츠를 지원해줄 '돈'만 기다리고 있던 일부 제작사들은 이런 때를 기회 삼아 엄청난 대작과 함께 회사 자체를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굉장히 많은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오타쿠'인 나로서는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자연스러운 삼천포 투어였지만 요점은 OTT, 게임 업계에 큰 돈이 흐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를 하기에도, 투자를 받기에도 이 '게임'이라는 명칭의 어감이 대한민국에서는 좋았던 적이 없었다. 애들 장난으로나 봐주면 다행이지, 중독이니 정신병이니 아주 발작을 일으키는 분들도 종종 계실 지경이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은 고민했다. -꼰-들의 심기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게임에서 뻗어나오는 수만은 기술, 도구, 기기, 컨텐츠들을 써먹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래서 그냥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버렸다: [metaverse]


과장이 아니다. 마치 새로운 세상인 것처럼 광고해대지만 메타버스의 모든 것들이 게임을 해온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다.

포켓몬Go를 하기위해 속초를 찾아가고, 동물의 숲에서 무트코인에 울고 웃고, 비트세이버하다 뭐 하나 부숴먹어야 그만하지 싶고.




요약하자면 [metaverse] = [game]이다.

돈의 흐름을 타기 위해 아이언맨수트 입은 [game]이 [metaverse]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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