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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조 Jul 06. 2018

월드컵 관전기 4

 소문난 잔치는 역시 뭐가 달라도 달랐습니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이 오늘 저녁 8강전을 시작으로 종반전을 향해 달립니다. 16강전 여덟 게임도 명불허전이었으니 오늘의 두 게임과 내일의 두 게임은 더할 것입니다. 한국은 스포츠 전문 케이블방송이 10개도 넘는데 수시로 월드컵 경기를 재방송하는 통에 하루 종일 TV 앞에 앉아 본 경기를 또 봐도 박진감이 넘칩니다.


 네 나라씩 A에서 H조까지의 조에 편성된 8개의 조에서, 전멸한 조는 우승후보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포함되었던 B조와 폴란드와 일본의 H조이며, 두 나라가 8강에 오른 조는 개최국 러시아의 A조와 벨기에와 잉글랜드의 G조입니다. 그 외 C, D, E, F조는 하나의 팀이 8강에 올랐습니다.


 자, 어떻게 전개될까요?


 러시아와 크로아티아는 아무래도 크로아티아가 우세할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선수가 전무한 러시아가 2002년의 한국처럼 4강까지 올라가는 것도 통쾌하겠으나, 인구 400만도 안 되는 작은 나라, 한반도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소국 크로아티아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한 강대국, 스포츠광이자 독재자 푸틴의 러시아를 이겨주었으면 합니다.


 크로아티아에는 축구천재 모드리치가 있습니다. 그가 스웨덴과의 16강전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연장전 후반에 얻은 결정적 페널티킥을 실축하였기에 이어진 페널티킥 승부에서 크로아티아가 지는 것이 정상적인 승부의 결과로 보였습니다.


 게다가 연장전 모드리치의 페널티킥을 막은 덴마크의 골키퍼 슈마이켈의 위세도 대단했고요. 세 번째 키커로 나선 모드리치는 슈마이켈이 서있는 중앙을 향에 강슛을 날렸고 페널티킥에 대응하는 골키퍼가 으레 그렇듯 슈마이켈은 한쪽을 정해 몸을 날렸습니다. 움직이지 않았다면 잡을 수 있었던 공은 그대로 그물을 꿰뚫을 듯 걸렸습니다.


 모드리치의 그 놀라운 배짱을 보는 저는 몸이 떨릴 정도로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표정을 전혀 나타내지 않는 모드리치는 페널티킥을 실패했을 때도, 성공했을 때도 다른 선수들처럼 세리머니가 없었습니다. 그의 인생에 어떤 사연이 숨어 있기에 그랬을까 라는 질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2002년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했다가 연장전에서 골든골을 터뜨린 안정환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프랑스와 우루과이, 예측불허의 경기입니다만 프랑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크로아티아와 함께 8강 진출 팀 가운데 가장 작은 나라인 우루과이에는 세계적인 골잡이 수아레즈와 카바니가 받치고 있고, 세대교체를 이룬 프랑스에는 강력한 신예 음바페의 스피드와 플레이메이커 그린즈만이 있습니다. 게다가 우루과이는 호날두의 포르투갈을 집으로 돌려보냈고 프랑스는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4골로 두들겨 재역전승을 이끌어냈습니다.


 30대의 수아레즈와 카바니보다는 10대 음바페와 20대 그리즈만의 프랑스가 이기길 기대합니다만 누가 이기든 결과에 상관없이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명승부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브라질과 벨기에, 랭킹 1위 독일이 탈락한 마당에 2위와 3위의 싸움이니 명실상부한 결승전이나 다름없습니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의 승리를 예측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도 그중의 하나이지만 업셋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당연히 예상대로 끝난다면 그것처럼 재미없는 것은 없습니다. 독일이 한국을 이겼다면 뉴스거리도 되지 못했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Korea’라는 글자가 전 세계 스포츠 신문마다 1면에 등장했습니다.


 나름의 이유도 있습니다. 브라질은 지금까지 4번의 경기에서 멕시코를 포함 중남미 팀에게는 전부 승리했지만, 유럽 팀인 스위스와는 1대1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벨기에가 일본에 고전했으나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길 걸로 생각하고 8강전에 대비해서 주전을 쉬게 했던 겁니다. 후반 중반 0대2로 사태가 심각해지자 비로소 펠라이니와 샤들리 등 주전을 투입하고 정예를 갖춘 뒤에야 승리했습니다.


 벨기에 감독은 용궁을 갔다 온 토끼가, 일본 감독은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브라질과 벨기에, 생각만 해도 짜릿한 전율이 돕니다만 90분 후에는 브라질이 웃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벨기에를 응원하겠습니다.

 ‘브라질, 그동안 니는 마니 무겄다 아이가!’


 잉글랜드와 스웨덴, 단연코 잉글랜드를 응원합니다. 스웨덴은 수비가 장점인 팀이지만 지금까지 온 것은 운도 많이 작용했습니다. 한국과의 첫 경기도 페널티킥으로 이겼으며, 보아텡이 퇴장당한 독일에게 패배한 팀이지만 승운이 따라주어 1위로 8강에 올라갔습니다. 스위스와 비슷한 스타일로 독일에만 두 골을 내주었을 뿐, 지금까지 어느 팀에게도 골을 허용하지 않았으나 잉글랜드를 만나면서 운도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손흥민 때문에 EPL의 토트넘 경기를 자주 보다가 해리 케인의 팬이 된 개인적인 이유도 있지만, 저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의 우승을 조심스럽게 예측합니다. 축구 종주국으로서 체면이 있지, 우승 한 번 해야 안 되겠나? 52년 만인데!


 이상으로 역이민 카페의 아마추어 월드컵 해설가의 예측을 마칩니다, 하하하.


 <후기>

 한국은 이번에 실력보다는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페널티킥을 허용한 경기만 패했으니까요. 페널티킥을 주지 않은 모든(?) 게임은 이겼습니다.(오직 한 경기지만, 헤헤헤) 한국은 언제나처럼 수비가 문제니까요.


 반면에 일본은 실력보다는 승운이 따라주었습니다. 10명과 싸운 콜롬비아에만 승리했을 뿐, 11대11로 경기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으니까요. (세네갈에 비기고, 폴란드와 벨기에에 지고)


 따라서 대한민국은 비록 16강에는 탈락했지만 축구에 있어서 일본보다는 강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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