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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조 Sep 29. 2016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 (14)

성인발달연구(Study of Adult Development)

관심이 자신에게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것은 생산성(연륜의 지혜)의 단계부터다. 처음에는 자식에서 출발하다가 점점 대상을 넓혀간다. 의미의 수호자의 단계에서는 ‘정의’를 생각하는데, 비로소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 판단을 함으로써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게 된다.


성욕이 넘치는 젊음이 생물학적 후손을 만들어낸다면, 의미의 수호자로서 노인들은 사회적인 후계자를 양성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미의 수호자 노릇보다는 생산성 단계의 인물에 열광한다. 관중석을 매운 축구 또는 야구팬들은 선수들의 플레이에 열광하지, 감독이나 심판진에 현명함이나 공정성에 응원을 보내지는 않는다. 대중의 환호를 원하는 사람은 의미의 수호자 역할보다는 생산성에 머물러야 한다. 

중년을 넘어 노인으로 접어든 6~70대 연구 대상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거나, 타인에게 받는 평들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요소로 구분하면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았다.


◎ 긍정적 의미의 변화


- 젊은 시절보다 더 관대하고 참을성이 많고 개방적이며 이해심이 풍부하고 온정적으로 변했다. 불평불만도 훨씬 줄었다.

- 나이가 든 뒤에 인내심의 의미를 더 잘 알게 되었다.

- 이제야 비로소 양쪽 면을 다 살필 수 있데 되었다.

- 이제 나는 그 무엇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 요즘은 다시 태어난 것처럼 아주 멋진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이 생활이 마음에 든다. 자동차를 타지 않아도 되고, 잔디며 울타리 손질도 애써 할 필요가 없는 데다 강아지에게 신경 쓸 필요도 없다.

- 나는 늙고 지쳐서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내가 하고픈 일을 골라서 하게 됐을 뿐이다.

-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사정을 봐줄 필요가 없어졌지만 얼마든지 너그럽게 대할 수도 있다. 어리석은 행동도 참아 넘길 수 있고, 삶의 부조리도 이해할 수 있다.


◎ 부정적인 측면


-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분노한다.

- 날마다 보고 듣고 하는 것들에 짓눌리는 기분이 든다.

- 이 사회에는 도덕성, 분별력, 자기 절제력이 사라져 가고 있다. 학교에서조차 절도가 발생하는 사실에 소름이 끼친다. 영화에 나오는 선정성, 잔인한 폭력, 부패하고 타락한 장면들도 혐오스럽다.

- 내가 성인군자는 아니지만 우리 세대보다 발전하고 좋아지긴 했어도 문화는 오히려 그때보다 못하다.

- 18세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도 옳지 않다.

- 권위의 부재, 신앙심의 약화, 가족제도의 약화, 도덕성의 타락, 노인을 멸시하는 사회분위기, 자유주의자들에 의해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약화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지금은 농경사회도 아니고 계급제도가 있던 봉건시대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다는 사실에만 분노하는 사람도 있다. 그랜트 집단의 대상자들은 나이가 들었어도 새로운 지식의 습득에 적극적이어서 대부분 컴퓨터를 다를 줄 알았다. 그러나 불행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변호사는 컴퓨터 자판을 건드려 본 적조차 없었다.


70 평생에 단 한 번도 공화당 출신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준 적이 없는 베일런트 박사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 때문에 편견을 갖고 있었다고 실토했다. 예를 들어 다정다감과는 거리가 먼 완고한 보수주의자들은 만족한 노후와 거리가 멀다는 식의 편견이었다. 하지만 실제 연구에서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베일런트의 할아버지는 서른 살 이전에 사회주의자가 되지 못한다면 감정이 없는 사람이고, 서른 살 이후에도 계속 사회주의자로 남아 있다면 무식한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러나 베일런트가 볼 때, 할아버지는 젊은 날에도 공화당의 열렬한 지지자였고 노년에도 변함없이 공화당의 우파 더글러스 맥아더를 지지했다.


실제 연구에서는 사람의 성격은 석고처럼 굳어있는 것이 아니라 늘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것을 보였으나, 정치성향에서만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학 때 좌익성향의 글을 발표했던 사람은 여전히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누렸고, 청년 공화당 클럽에 소속되어 활동했던 실용경제학 전공자들은 여전히 보수주의 색채를 견지했다. 조지 워싱턴의 모친은 다정다감한 사람이었지만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기에 두 번의 아들 대통령 취임식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들의 자유주의적 정치견해 때문에 괴로워했다.


그랜트 집단의 경우 자유주의자들은 새로운 사고에 더 개방적이고, 젊은이들의 주장이나 취향도 수긍하는 편이었다. 보다 창조적이거나 방어기제로 승화를 이용하는 편이었고, 모친의 교육 수준이 높고 본인이 대학원까지 마쳤을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에 보수주의 경향의 대상자들은 부를 축적하거나 운동경기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있었고 새로운 것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런 차이들은 생의 종반부에 별 의미가 없었다.


오랜 연구 기간 중에 사람의 어떤 성격이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했으나 확실한 것은 실용적·실천적 성격만이 밀접한 영향을 줄 뿐이었다. 또 하나의 결론은 연구대상자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보다는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었는데, 그것이 트럼프를 지지하든 클린턴을 좋아하든 안정된 노후에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후기>

며칠 전에 '하버드 성인발달연구'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기사보기) 지금은 조지 베일런트 교수도 그만두고, 로버트 월딩어(Robert Waldinger)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가 3대 소장으로 있다고 합니다. 최초의 연구대상 724명 중 60여 명이 생존해 있다는데, 숫자가 정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로버트 교수는 75년 동안 계속된, 수 만 페이지에 이르는 연구 보고서가 주는 교훈을 세 가지로 압축했습니다.


첫 번째 교훈은 사회적 연결은 유익하되 고독은 해롭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교훈은 친구가 얼마나 많은지, 안정적이고 공인된 관계를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관계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 교훈은 좋은 관계가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뇌도 보호해준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사람들은 부와 명예를 전부인 것처럼 떠받들지만, 75년 연구에서는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인간관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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