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향기 머금은 여름의 시작
초여름이 시작되면 부모님은 분주해지셨다.
일 년 내내 정성으로 가꾼 복숭아 농사의 수확이자, 우리 가족의 가장 중요한 장사철이 시작되는 때였다.
생산자는 아빠였고, 판매자는 엄마였다.
이른 새벽, 아빠가 복숭아밭에 나가 그날 팔 복숭아를 골라두면, 엄마는 예닐곱 살이던 내 손을 잡고 언덕배기 끝 밭으로 향했다.
한 손엔 쇠다라이 하나, 손바구니 하나.
나는 졸음 가득한 눈을 겨우 뜨고, 졸졸 엄마를 따라 걸었다.
나를 깨운 건 무릎 높이까지 자란 풀잎에 맺힌 새벽이슬도 아니었다.
엄마가 입에 쏙 넣어준 복숭아 한 조각.
풋내 가득한 초여름 복숭아의 강한 새콤함이, 잠든 정신을 단번에 깨웠다.
그 시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복숭아 한 다라이를 머리에 인 엄마가 혼자 들기 힘든 바구니를 함께 들고, 버스정류장까지 동행하는 일.
삶의 무게보다는 훨씬 가벼웠을 엄마 머리 위에 그 다라이. 손바구니 한쪽은 엄마가 다른 한쪽은 균형을 놓칠세라 내가 양손으로 꼭 붙들고 걸었다.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엄마는 한 김 식은 꽈배기와 설탕 가득 묻힌 도넛을 꼭 손에 들고 오셨다.
그걸 받아 들며 듣는 시장 이야기, 손님 이야기, 복숭아가 잘 팔렸다는 이야기.
그 모든 게 나의 여름이었다.
도깨비시장이 있었기에,
잠결에 밟았던 풀잎과 복숭아의 풋향기가
내게 남았을 것이다.
1980년대생 중에, 대전에 도깨비시장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은 사라진 도깨비시장.
그 자리에 지금은 오류동전통시장이 남아 있다.
그 골목에 들어서면,
아직도 내 입 안에는 초여름 복숭아의 새콤한 맛이 다시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