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할매귀신보다 더 무서웠던건 엄마의 무너지는 마음

멍청이 윤덕근

by 윤덕순

“야, 윤덕근! 빨리 와, 조심조심!”

덕순이는 얼굴 근육을 다 써가며 우악스럽게 소리쳤다.

그 옆에는 겨울나뭇가지처럼 마르고, 두 살쯤 어린 남자아이가 누나 눈치를 보며 졸래졸래 따라왔다.

덕순이는 못마땅했다.

제대로 매지도 않은 가방, 엉뚱한 말만 늘어놓는 동생과의 대화는 늘 답답했다.

‘저런 애가 뭐가 귀엽다고… 엄마는 맨날 덕근이만 챙기지.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덕근이 먼저. 둘이 싸워도 내가 봐줘야 하고….’

둘이 싸우기라도 하면, 끝끝내 엄마는 파리채를 움켜쥐고 덕순이 등짝을 착 하고 때려야만 싸움이 끝났다.

그럴 때마다 덕순이는 억울해서 일기를 썼다.

‘엄마는 계모야. 엄마 싫어.’

하지만 그마저도, 엄마와 덕근이가 덕순이 몰래 일기장을 훔쳐본 걸 안 이후로는 더 이상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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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나가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챙기는 건 늘 덕순이의 몫이었다.

하교 때면 홍콩할매귀신 때문이라도 덕순이는 덕근이를 꼭 붙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늘을 나는 홍콩할매귀신은 혼자 다니는 아이들을 골라 손톱을 보여 달라 하고는

손톱을 보여주면 애를 데리고 사라진다는 괴담 속 인물인데, 홍콩할매 생각만으로도 덕순이는 벌벌 떨었다.

‘멍청한 동생이 손톱을 보여주면 어떡하지…’

괴담이 사그라들 때까지 덕순이는 참고서로 덕근이 얼굴을 가리고 하교를 했다.

“홍콩할매 나타나면 절대 쳐다보지 말고, 손등이나 손바닥만 보여야 해.”

그 당부는 덕근이에게 매일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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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근이가 여덟 살쯤 되었을 때 였다.

동네 어귀에서 놀다가 승용차가 덕근이 발을 밟고 지나갔다.

운전자는 그 앞에 있던 대동상회에서 얼른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와 천원짜리 한 장만 덕근이 손에 쥐어주고 달아났다고 한다.

다행히 탈이 없어 망정이었지 퇴근해서 온 엄마는 이 이야기를 듣고 한참이나 당신 가슴을 쳤다.

그리고 덕근이의 등짝에도 빨간 상흔을 남겼다. 영문도 모르고 잘못했다고하는 덕근이...더 이상 말을 못있는 엄마..

옆에서 듣던 덕순이는 속으로 ‘진짜 모지리구나…윤덕근 정말 멍청해’라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입 밖으로는 절대 내뱉지 못했다.

이 멍청한 동생을 낳은 건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엄마인데, 엄마 속이 얼마나 상했을까.

덕근이 흉은 속으로만 삼켰다. 물론 싸움이 시작되면 방언처럼 감정이 터져 나와 참는 건 소용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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