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순이의 몹쓸 사춘기, 결국은 나였다

나를 찾는 여정에서 만난 덕순이

by 윤덕순

작은 분교마냥 한 학년이 오십 명도 채 되지 않던 덕순이가 다니는 국민학교에서는 모든 게 자급자족이었다.

예를 들면 졸업생 수가 적어 선생님께서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인원 수만큼 현상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면 각자 진짜 앨범을 직접 만들었다.


찍어낸 인쇄물이 아닌, 손으로 한 장 한 장 붙여 만든 수작업 앨범이었다.

그렇게 정성들여 만든 앨범 속의 소중한 사진을, 사춘기라는 몹쓸 기류에 휩싸인 열세 살의 소녀 덕순이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자기 얼굴이 나온 사진만 찾아 도려냈다.


아마 마흔세 살인 지금의 덕순이가 다시 열세 살로 돌아가도 또 얼굴을 도려낼 테지.

감정의 바닥을 긁어대는 게 사춘기의 절정이었던 모양이다.


끊임없이 스스로 잘난 척하며, 염세적인 태도로 세상의 모든 것이 우습기만 하던 시절.

학급문고에 싣을 글을 각자 두 편씩 써서 제출하라 해서, 대단한 사춘기 마법으로 지은 글들을 내놓은 덕순이.
시의 제목은 ‘환상의 세계’.
구절마다 혼돈, 카오스, 소용돌이가 가득했다.


어쩌면 그게 그 시절의 솔직한 심정이었을 텐데,

학급문고 편집위원이라며 유세 떨던 한 남자아이의 탄식 한마디에 그만 덕순이의 마음이 꺾이고 말았다.

“아… 이게 뭐야? ‘환상의 세계’라니. 그림은 뭘 넣으라고 이래? 내용이 뭔지 하나도 모르겠잖아~”

‘솔직하게 쓴 내 글이 누군가에게 골칫덩어리라니.’

그 뒤로 덕순이는 ‘겸손’이라는 단어 뒤에 꽁꽁 숨어, 더 조용하고 소극적인 아이가 되었다.


사춘기의 굴레를 벗어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글쓰기가 힘들었다.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려니, 더 이상 글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 자리에 맴돌기만 했고, 한 줄—아니, 단어 하나 내뱉는 일조차 어려웠다.

덕순이는 그렇게 스스로를 숨기며 자라났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보다 숨기는 법을 먼저 배운 아이.
그녀는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말을 아꼈고, 표정을 감췄고, 마음을 내보이는 일에는 언제나 서툴렀다.

나는 그런 덕순이를 오래 바라봤다.

그 시절의 그녀가 나였다.

사진 속 얼굴을 도려내던 그 마음,
‘환상의 세계’라 적어놓고도 결국 찢어버렸던 그 마음—
그건 분명 나의 것이었다.


덕순이는 결국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덕순이는 글을 쓰지 못하던 그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자신을 대신 위로받았다.
누군가의 문장 속에서 나를 달래며, 조금씩 마음의 껍질을 벗겼다.


그리고 그 시절의 일기장에 꼭꼭 숨겨둔 마음들을

덕순이라는 이름을 빌려 조용히 세상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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