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라는 취향_프롤로그

여행보다 따뜻한 도시 이야기

by 윤덕순

대전이라는 취향을 가진 사람이 씁니다.


누군가에겐 스쳐 지나가는 도시지만,

나에겐 유년과 청춘을 품은 하나의 취향이자 정서입니다.


서울로 올라와 바삐 살아가는 동안,

문득문득 그곳이 그리워집니다.


그리움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결국 장소와 맞닿아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대전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한 도시입니다.

잘난 척하지 않고, 조용히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분위기,

그것이 바로 ‘대전 바이브’입니다.


이제, 내가 살아낸 대전이라는 도시의 조용한 매력을

동네와 장소, 그리고 그곳에서의 기억들을 따라 하나씩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


이 글은 ‘대전을 취향으로 가진 사람’의 조용한 기록입니다.





무색무취의 도시가 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였는 지도 모른다.

이제야 대전이 ‘찾아가는 도시’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조용하고 겸손한 태도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함보다는 실속을,

개방적이되 절제된 태도를,

서두르기보다는 느긋함과 여유를 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곳.


한마디로,

잘난 체할 줄 모르는 충청도 양반의 정서에

도시적인 세련됨과 소박함이 공존하는 대전만의 문화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바쁘게 살아온 이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저 ‘대전에서 큰 빵집’ 정도로 여겼던

성심당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시내에 가면 늘 먹던 닭볶음탕 집이

어느새 전국적으로 알려진 이 현상들이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좋다 나쁘다 말하는 법도 없다.


대전의 바이브는, 바로 이런 것이다.





삼십여 년을 대전 토박이로 살다 서울에 올라와

마지못해 치열한 삶에 편승해 살아가는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쫓기만 하며 마음 둘 곳 없이 헤매던 그 시절의 나와 다르지 않다.


더 지치고, 그렇다고 더 나아진 것도,

괜찮아진 것도 없이 그저 그렇게 살아간다.


유년기와 젊은 날의 시간을

고스란히 묻어두고 떠나온 나는,


문득문득 그곳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장소가 주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그 시절의 나를 품고 있던

거리, 풍경, 공기 그 모든 것이

힐링의 도피처가 되어버린 지금,

대전은 나에게 단순한 도시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