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의 대전중앙시장
좌판마다 그 시절의 빛깔이 담겨 있었다.
빨갛고 노란 머리핀, 수채화물감처럼 화려한 문구류, 만화책에 등장하던 캐릭터들까지. 그냥 지나 칠 수 없던 덕순이는 조심스럽게 좌판 앞에 쪼그려 앉아 작은 핀을 하나 집었다.
빽빽하게 좌우 정렬도 아닌 것이,
길이 두 개가 되었다 하나로 이어지는 복잡한 시장통.
여섯 살 딸내미 손을 놓친 진숙이는
그 속에서 애를 끓인다.
행여 누가 데려간 건 아닐까, 대체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질 않는 덕순이를 애타게 찾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아이고, 얘가 얘가 시방 어디 간겨! 덕순아! 덕순아!”
“진이 엄마! 이거 좀 갖고 있어 봐요. 어디서 손을 놓친 건지, 내가 다시 돌아보고 올 테니 꼼짝 말고 여기
서 있어요. 애 오면 잡아둬!”
진숙이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쥐 잡듯 시장통을 들쑤시며 사라졌다.
그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두어 시간이 지난 것만 같았다. 심장은 터질 것 같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눈물이 흘러 앞이 안 보일까 두 눈 부릅뜨고, 딸아이를 찾아 나선 지 십 분쯤 되었을까.
저기—
양갈래로 바짝 묶어 땋은
익숙한 머리방울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고, 찾았다 내 새끼!
요것아, 왜 안 따라오고, 왜 엄마 손 놓고 여기 있는 겨!
이년이 엄마 없어지면 어쩔라고!”
반가움에 흐르는 눈물인지,
복받쳐 오른 화의 눈물인지 모르겠다.
다만 찾았으니, 다행이다.
그저 아이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알록달록 반짝이는 머리핀에 방울들뿐.
너무 예뻐서 잠깐 구경한 것이,
지어미 손을 놓치는 줄도 몰랐던 여섯 살 딸은
엄마가 우는 걸 보고 그제야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백 년도 넘은 대전 중앙시장의 모습은
천장은 덧댄 비닐천막으로 얼기설기 이어져 있고,
비도 안 내리는데 어디선가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바닥에는 비릿비릿한 냄새와 흥건한 물자국이 뒤섞여 미끄럽기까지 하다.
좌판은 닳아 해진 플라스틱 판넬 위에 간신히 버티고 있고,
가게마다 빛바랜 손글씨 가격표가 나풀거린다.
생선 비린내와 전 부치는 기름 냄새,
방금 삶아낸 순대에서 피어오르는 김.
가게 주인들의 목소리와 손님들의 흥정이 한데 뒤섞인 가운데,
두 모녀의 울음은 1989년 대전 중앙시장의 봄날에 스민 고요한 외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