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디다스의 배신

한 줄이 넘쳤던 나의 실내화

by 윤덕순

30년 전만 하더라도 시내나간다라는 말은

대전역 주변은행동, 중구청 일대를 일컬었다.


대전변두리에 살던 내가 친구들과 처음으로 나간 시내는 별천지였던 기억이있다.


그때가 열다섯살.


처음으로 친구들과 엄마 없이 시내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버스를 오래타고 도착한 그곳은 은행동.


친구들과 아디다스 매장 앞을 지나던 나는 쇼윈도 안에전시된 슬리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 나도 저거 있는데?” 그 말이 입에서 툭 튀어나왔고 친구들이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누가 뭐라고 한것도 아닌데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진짜야. 내 실내화 저거랑 똑같이 생겼어!”


그러자 한 친구가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야, 네 실내화가 아디다스라고? 웃기네~”

소심한 나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닌데… 진짜인데…” 하며 말끝을 흐리고는 그 말을 삼켜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 가자마자 부랴부랴 신발장에서 실내화를 꺼내 확인했다. 분명 하얀선이 여러개 있었다.


그런데… 삼선이 아니라

무려 사선이었다.


뭔지 모를 씁쓸함과 동시에 헛웃음이 삐죽 나왔다.

아디다스인 줄 알았던 내 실내화는 사실,

흔해 빠진 싸구려 사선 쓰레빠였던 것이다.


어쩐지 얼마 신지도 않았는데 자꾸 찢어지고

금방 버리게 되더라니


그때 불현듯 스쳐지나간 장면 하나.

검정매직으로 하얀선 하나를 열심히 메꾸던 친구들의 모습.


아디다스를 너무나 빼어 닮았던 나의 사디다스 실내화를 그날 이후 조금 더 조심히 신었다.

창피해서가 아니라, 뭔가 순수하게 믿었던 내 마음이 네 줄로 정리된 것만 같아서.



시내의 삼선 앞에서 들켰던

변두리 소녀의 어설픈 허세와 귀여운 자의식은

아마 그때 처음, 세상이라는 게

내 상상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는 걸 가르쳐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