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돈까스
감수성이라는 것이 넘쳐 흐르던 시절이 있었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어머나~~“ 하며 꺄르르 웃던, 한창 여고생일 때다.
대전MBC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당첨이 된 적이 있다.
아빠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을 정성껏 적어 보냈고,
운 좋게도 내 사연이 채택되어 생방송 중에 아빠와 전화 연결까지 이루어졌다.
내가 쓴 사연에 감동받은 나는 울먹였고, 아빠도 살짝 울컥하셨다. 마침 농번기여서 논에서 일하시던 참이었는데, 웬 전화냐며 놀라시다가 “그래도 고맙다, 딸…” 하고 말씀하신 그 순간, 작은 전파 하나가 대전 전역을 울렸다.
그런데 말이다.
그 모든 감동 뒤에는 아주 요망한 여고생의 속셈이 하나 숨어 있었다.
사실은, 라디오에 먼저 사연을 보내 당첨된 친구가 내게 말하길 “덕순아~ 여기 당첨되면 상품이 시내에 있는 아저씨 돈까스야. 너도 한번 보내봐! 같이 먹으러 가자~” 나는 그 말에 혹했다. 아주 크게 혹했다.
그리고는 세상에서 가장 절절하고 효심 가득한 사연을 썼다. 그 시절 라디오는 진심을 알아보는 힘이 있었는지 정말로 내가 뽑힌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효녀’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고상품권을 들고 친구와 함께 시내로 나갔다.
맞다. 아빠가 아니라 친구랑 돈까스를 먹으러.
라디오 DJ는 분명히 말했다. “사연을 보내준 따님, 꼭 아버지와 함께 맛있게 드세요~” 라며 진심을 담아 응원해주셨는데, 나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마음속에는 이미친구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날 먹은 돈까스는 어찌나 바삭하고 두툼했던지.
지금 생각해도 그 한 접시는 효심과 욕망이 공존했던 철없음을 가미한 기막힌 맛이었다. 아빠는 아직도 내가그 돈까스를 누구랑 먹었는지 모르신다. 아니, 어쩌면 알고도 모른 척하신 걸까.
그 시절, 나는 그렇게 라디오를 이용해 돈까스를 얻어낸 효녀였다.
아저씨돈까스는 여전히 대전 은행동,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