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쏘는 맥주맛 사탕 같은 단사랑
나란히 붙어 있던
여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던 나는
6년 동안 매일 버스 차고지에서 시작되는 1km 남짓한 언덕길을 오르락 내리락했다.
바다에 고립된 외딴섬 처럼
둘러쌓인 산에 콕 박혀 있던 학교.
언덕길 중간중간엔 문구점이 두 곳이 있었다.
그곳엔 늘 눈에 불을 켜고 소녀들의 손을 번개처럼 스캔하는 주인 아주머니들이 있었다.
간혹 펜이 잘 나오나 시험 삼아 쓱쓱 긋다, 모르고 혹은 충동적으로 주머니에 넣는 경우도 있었기에
아주머니들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손놀림은 빨랐다.
나는 도둑질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단골처럼 사던 물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맥주맛 사탕.
생맥주잔 모양의 막대사탕은 입에 넣는 순간 하얀 거품이 뽀글거리며 입안을 간지럽혔다.
그 톡 쏘는 식감이 좋아서 자주 샀다.
그런 좋아죽는 맥주맛 사탕도 잊게 만들 만큼,
어느 날부터인가 등굣길 내내 상기된 볼로 히죽히죽 웃으며 걷게 되는 일이 생겼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정류장.
파란 셔츠에 회색빛 바지의 교복을 곧게 차려입은 그 소년.
말끔하고 조용한 그 모습은
죽어라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던 등굣길의 희망과 빛이었다.
중학교 친구들이 각기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기에 차고지에는 늘 누군가 있었다.
누굴 만나든 반갑게 인사했고, 그들이 버스를 타고 떠날 때까지 기다려줬다.
어쩌면…숨은 목적은 그를 기다리는 일이었겠지만.
콜라텍에서 살을 빼 교복이 한줌이 된 옥희,
공부를 잘해 외고에 갔던 소라의 재미난 이야기에도
내 눈은 늘 바쁘게 정류장 저편을 쫓고 있었다.
온통 그 소년에게.
사탕보다 달고, 햇살보다 투명했던 감정을 숨기느라 더 벅차고, 말하지 못해 더 깊었던 마음.
세상은 많이도 달라졌지만,
여전히 버스 차고지 앞 그 언덕길은 내 마음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길 위엔 사탕 하나 입에 물고 수줍게 웃던 열일곱의 내가 서 있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반짝이던 그 시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