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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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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Jul 09. 2023

1화 - 내 인생 첫 덕질 걸음마

첫 덕질할 때의 나이가 몇 살이었는지, 누구를 좋아했는지,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라는 사람에게 있어 몹시도 소중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나의 첫 덕질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기억하고 있다. 바로 내가 다섯 살의 유치원생일 무렵이다. 그때의 기억이 복구된 영상처럼 완벽하다거나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때는 2003년, 삐약삐약 병아리 같은 노란색의 유치원 복장을 갈아입지 않은 채로 엄마의 무릎 위에 앉아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저 티비 속의 사람들이 마이크를 들고서 몸을 흔들고 열창하는 모습만큼은 또렷했기에 내가 본 프로그램이 음악방송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가 시절이던 내가 티비 속의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에서 콕 집어 좋아한 내 인생 첫 덕질의 주인공이 바로

'테이'였다.


(출처 : 인스타그램, @kim_hokyoung)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의 가사와 노래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요만 듣고 부르다섯 살이 이별 가사와 감정이 가득 실린 노래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 상황 속에서 보고 들을 수 거라고는 그저  단순하게 눈으로 보면 보이는 얼굴과 귀로 들으면 들을 수 있는 목소리 두 개가 전부였다. 사랑이 어떻게 향기를 남겼는지도 모르는 나는! 그저 잘생긴 얼굴과 허스키한 목소리에 티비 속으로 빠져들어갈 것처럼 바라보며 첫 덕질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걸 어떻게 기억하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냥 그 잘생긴 얼굴만이 잔상처럼 남아있어서 '내가 테이 님을 좋아했구나.' 생각할 뿐이다. 나는 그때부터 얼굴과 목소리를 보기 시작한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아무튼 그랬던 내가 자라고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우들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파이널을 방청하러 간 적이 있었다. MC가 테이 님이라는 건 당연히 알고 갔다. 무대 위에서 진행을 보는 테이 님은 키가 크셨지만 여전히 바래지지 않는 그 미모에 한 번 놀라고, 매끄럽게 흘러가는 진행 실력과 목소리에 한 번 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심장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도 잊은 채로 테이 님을 바라봤었다. 너무 잘생겨서 바라본 것뿐이다.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던 사람들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 다가왔고, 이름이 불리며 끝이 났다. 어느새 사람들이 다 나가고 난 뒤, 그제야 일어나서 나가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빛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린 그곳에 바로 내가 좋아한, 덕질의 시작이 되어준 테이 님이 서있었다. 경호원분과 대화를 나누는 테이 님을 보며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발걸음이 움직여졌던 것 같은 그때, 순간적으로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밖으로 나가야 는데 출구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지 못하고 있자 경호원분이 방향을 알려주셨다. 그 덕분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테이 님이 나오는 방송은 다 찾아보고, 노래와 핫한 버거집, 결혼까지 다 찾아서 들었을 정도로 소식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났는 지를 굳이 세어보진 않았지만 꽤 오랜 시간을 좋아한 것 같다. 인생에서의 첫 덕질 치고 보러 가기까지가 어렵고 힘들었지만, 정말 행복한 덕질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도 노래를 꾸준히 찾아서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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