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의 일이 있고 난 이후의 일이다.
나는 밤에 불을 끄고 나면 잠을 잘 수가 없어졌다. 또 기다란 무언가가 내 얼굴 위를 기어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두려움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너무 환하게 불을 켜고 잘 수 없는 노릇이어서 방의 불을 꺼놓긴 했지만, 잠에 들지 못했다.
아닌 밤 중에 무드등까지는 아니어도 불빛이 나오는 걸 찾느라 방의 모든 서랍을 열어봤다.
그렇게 해서 찾은 게 김국헌×송유빈의 첫 팬미팅 The Present의 응원봉이었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났기 때문에 지금도 빛이 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지만, 이 빛에라도 의존하고 싶어서 응원봉의 버튼을 눌렀다.
다행히도 불빛이 켜졌고, 나는 크지 않은 이 빛에 의존하며 머리맡에 두고 겨우 잠이 들었다.
하지만 이 응원봉의 배터리가 다 되고 나면 빛에 의존할 수 없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 받은 무드등이 떠올랐고, 무드등을 모두 꺼내놨다.
충전기로 충전하면서 든 생각은 내가 덕후라서 다행이라는 거였다.
내가 덕후였기 때문에 무드등을 모았고, 아이돌 덕후여서 응원봉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어둠이 편안했던 내가 어둠을 두려워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런 밤조차 내 덕질이 빛을 발하며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것 또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럴 때는 내가 덕후라는 사실이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