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에게 물린 기억은 한 달 동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나를 괴롭혔다.
밤에 잠을 잔다는 건 누구나 하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불을 끄기만 하면 목부터 얼굴을 타고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은 증상이 올라온다.
진정하기가 어려웠고, 한 번 시작되면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으면 괴로웠다.
목 주변에 있던 긴 머리카락이 목에 닿기만 하면 소름이 돋으면서 숨이 가빠왔다. 벌레가 또 기어다니는 기분이 나를 잡아먹었고, 물렸던 자리는 또 다시 가렵고 따끔거리며 또 그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목도리를 하면 목이 답답해지고 입가와 턱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한없이 가려워서 긁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지만, 긁다가도 더 긁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그란 털뭉치나 인형을 손으로 주무르며 버티려고 애를 썼다.
약을 먹어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괴롭기도 한 날이 몇 번 있었다. 이런 날은 털뭉치나 인형을 주물러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3주가 거의 다 되어갈 때쯤 웹툰 원작의 신의 탑 애니메이션을 보게 됐다.
신의 탑은 탑에서 허락한 선별인원들만 탑에 들어가서 한 층, 한 층 시험을 보며 올라가거나 그 층에서 살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의 이름이 스물다섯번째 밤인데, 정의롭고 밤처럼 모든 걸 품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다. 그런 밤의 행동은 투명하고도 끝없는 바다 같기도 했다.
자신의 동료, 친구를 가장 소중히 하고 더 나아가서는 자기 자신까지 존중하려는 그런 밤을 보고 있으니 현실의 밤도 조금씩 따뜻하게 느껴졌다.
밤이 끝없이 탑을 오르는 것에 고난과 역경이 있지만, 밤은 결국 동료들과 친구들을 위해 견디고 자신을 희생하고 친구들을 만나려고 버텨낸다.
그 모습이 지금의 우리 현실에도, 나에게도 필요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네에게 물려서 아팠던 건 별 거 아니고 지나가는 일이라 생각하니 견딜 수 있는 일로 느껴졌다.
그 증상이 발악하듯 내 전신을 돌면서 나를 괴롭혔지만, 나는 나를 토닥이듯이 말했다.
"괜찮지 않지만, 금방 괜찮아질 거야. 할 수 있어."
그 이후로도 옷의 천이 닿거나 목도리의 털이 닿거나 내 머리카락이 닿아도 '천이니까, 목도리니까, 내 머리카락이니까 놀랄 거 없어.'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말했다.
밤에 무드등을 켜지 않아도, 불빛이 없어도 잘 수 있게 되었고, 목에 머리카락이나 목도리가 닿아도 놀라지 않으며, 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의 증상 또한 희미해졌다. 약을 거의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신의 탑에서 본 밤과 동료들의 용기, 목표는 그들의 성장을 도왔고, 나는 그들을 보며 가만히 있기보다는 나아가기를 택했다.
덕질을 한다는 건 덕질을 하는 사람이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계기였다.
덕질은 내가 어떤 사람이든 나를 응원하고 사랑하고 채워주기 때문에 더 행복하고,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