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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80화 - 덕질할 때처럼 끈기 있게!

by 덕후감

덕질할 때의 최장 덕질 기간은 휴덕 기간을 제외하고 12년 정도 될 것 같다.


현재에도 743일, 2년 좀 넘게 덕질 중이다.


뭐든 끈기 있게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끈기는 많은 체력과 집중을 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이렇게 덕질일기를 끈질기게 쓰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나는 끈기있게 하려고 하지만 늘 버겁고 불안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글을 쓰면서, 집에 있으면서, 잠을 자기 전까지도 모든 게 불안했고 잠을 설치거나 울기도 했다.


아무래도 모두가 다 하는 거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거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걸 경험해야 한다는 게 두려워서 계속 회피했던 것 같다.


덕후로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데, 글을 쓸 때도 모든 걸 내가 다 하는데 내 삶은 그게 되지 않았다. 늘 내 과거가, 내 상처가 나를 잡고 늘어졌다.


알고 보니 그 틀을 내가 만들고 주변에 의해 스스로를 가두게 된 것 같았다.


그동안 회피하고 도망치려고 했던 것은 취업이었다.


덕질을 하고 새로운 걸 많이 접하게 되면서 나도 성장하고 있다는 걸 요즘에서야 체감하고 있는 것 같다.


신의 탑을 봤을 때도 밤처럼 나도 계속 올라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배우님이 해주는 응원에 힘 입어서 꼭 해내야겠다는 생각도 요즘 들어 더 강해졌다.


아무래도 나는 끈질기게 덕질하면서 기나긴 터널을 지났고, 내가 만들었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생각만 하고 해보지 못한 게 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일이었다. 며칠 전에 기차 티켓을 예매하고 기차 여행에 필요한 물품도 미리 구매해서 가방에 챙겨두기까지 했다.


듣고 있던 문헌정보학 강의도 모두 수강 완료했고, 코뼈가 부러진 상황에서도 기말고사를 보며 결국 합격 목걸이를 손에 쥐게 되었다.


새해가 되면 사서가 되기 위해 자소서를 쓰고, 이력서에 필요할 증명사진도 찍으러 갈 계획이다.


덕후는 이제 용감하게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서 쟁취하고, 끈질기고 끈기있게 두드려서 취업할 일만 남은 것이다.


그동안 멈춰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덕질을 하고, 끈질기게 공부하고, 끈기있게 일할 것이다.


사서가 되는 그날까지 아자자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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