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이번 10월, 11월은 나의 수난이자 고난, 역경이었다.
10월 말에 기절하고, 11월 초에 코 교정 수술을 받고, 11월 중순 나는 가족, 친척들과 함께 떠난 여행지의 펜션에서 산에 사는 지네에게 신체 부위를 물렸다.
기절하게 된 원인을 밝히기 위해 내과, 신경과를 돌아다녀봤지만 몸 상태는 괜찮다고 한다. 아무래도 다이어트 한다고, 공부한다고, 글과 그림까지 잠을 줄이고 먹는 걸 줄이며 한 게 문제였다고 생각했다.
이비인후과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코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2주를 다녔는데, 오른쪽 코뼈도 넘어질 때의 충격으로 부러진 것 같아서 또 병원에 진료 예약을 넣었다.
그 사이에 왼쪽 코뼈는 교정 수술을 한 상태였다. 교정 수술은 기구를 넣고 뼈를 맞추는 거였는데, 정복술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코피가 몇 시간이나 쏟아져 나오는 게 무서웠고, 꽤 많이 놀란 탓인지 속이 울렁거렸다. 옆에 보이는 간호사에게 얘기하자 다행히 그 자리에서 바로 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코 보호대를 하며 지냈고, 지금은 코 보호대를 하기도 하고 떼기도 하며 조금 더 자유롭게 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지의 펜션에서 즐겁게 고기도 구워 먹고 라면도 끓여먹고 그러다가 고스톱 치는 소리도 들었고, 정년이와 열혈사제 2의 소리도 들었다.
모두가 씻고 잠이 든 시간, 나는 잠이 오지 않아서 이리저리 멀뚱거리다가 진통제의 약 기운 때문인지 깜빡 잠이 들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뜨자 내 얼굴에 뭐가 기어다니는 기분이 들었고, 나는 이걸 떼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다급하게 손으로 잡아서 떼어내는데 떼어낼수록 입술이 아파서 "아...! 아! 아파!"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나는 울면서 옆에 있던 엄마를 불렀다. 그때 내가 무언가 까만 형체의 어떤 것을 손으로 꼭 쥐고 있었는데, 물리고 말았다. 참을 수 없는 통증에 내동댕이치듯 던져버렸다.
그러고 화장실에서 얼굴을 보니 입술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가족들과 친척들은 하나둘 눈을 뜨며 내가 잠꼬대를 하는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불이 켜져서인지 멀리 도망가지 못한 그 형체는 빛에 의해 정체가 밝혀졌다. 초록색 몸통, 빨간 다리, 크고 긴 형체의 정체는 산에서 사는 지네였다.
물린 자리는 빨갛게 변해서 점점 붓고, 통증은 극심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많이 부어서 입은 마비가 온 것 같았고, 손은 접을 수 없을 정도로 부어서 뻣뻣해졌다. 찬물에 손과 입을 닦고, 차가운 물병을 손과 입에 대며 한참을 통증에 시달렸다.
내가 떨고 싶지 않아도 몸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덜덜 떨면서 두려움과 통증에 잠식됐다.
붓기가 가라앉았지만, 아직도 부어있었고 통증은 뼈 마디를 아프게 찔러왔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 수준이 아니라 깊이 찌르는데 그 안에서 여러 개의 가시, 바늘이 되어 또 찔리는 기분이었다.
코도 분명 아팠는데 코가 아픈 것보다 더 심하게 아팠다.
아침에 결국 병원 응급실에 다녀왔고, 혈액검사, 소변검사, 흉부 엑스레이를 찍고, 수액과 알레르기 약을 투여 받으며 꽤 오랜 시간을 응급실에 누워있었다.
두꺼운 주사 바늘보다도 아픈 곳이 많아서 그런지 주사 바늘의 따끔함은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만큼은 그나마 나았던 것 같다.
딱 사흘 후, 나는 장염에 걸렸다.
나을 것 같으면 아프고 또 아픈 바람에 면역체계는 회복할 체력을 잃은 것 같다.
수난은 이제 그만 겪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