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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84화 - 표절 논란의 그림자

by 덕후감

오늘은 표절 논란과 그 이후의 이면을 생각하며 적어보려고 한다.


최근에도 표절이라는 이름의 기사가 올라온 날이 꽤 많았고, 그 이전에도 자주 있어온 일이다.


표절이 베끼기인지, 창작물인지에 대해서는 저작권법에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부합하여 인정하게 되는 사람도 드문 일이다.


나는 한때 아이돌의 팬이었고, 그 내부에서 표절이라는 논란이 주는 영향과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빅스를 덕질할 때의 일이었다.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 빅스가 나갔었고, 중국어로 노래를 하며 무대를 하고, 누가 더 잘했는지 경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때 했던 무대들은 하나같이 '역시 빅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선하고 센세이션했다. 아직도 늑대인간 콘셉트의 무대가 가장 많이 떠오르곤 한다.


문제는 빅스가 했던 무대를 통으로 베낀 중국이었는데, 나라가 다르다 보니 이런 표절에 대해서는 대처하기가 어려웠고 팬들은 그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야만 했다.


같은 아이돌끼리도 비슷한 부분이 존재하면, 누가 먼저 했다는 걸 따지면서 "그러니까 표절이야! 왜 우리를 따라해!" 라고 하는 일이 늘어났다.


표절이라는 논란은 무거운 주제이고, 예민한 부분이다. 표절했다는 꼬리표가 생기는 순간, 떼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만 한다.


그리고 표절 의혹이라는 기사만으로도 표절을 확실시하며 욕하고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는 대중들 또한 존재하기에 더 조심스러워야 할 일이다.


단순히 표절을 했으니, 사과하고 따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표절이 아닐 경우가 더 중요해진다.


표절이 아니라는 기사가 뜨고, 실제로도 표절이 아니었을 경우에 누군가가 아티스트에게, 혹은 그 아티스트의 팬에게 사과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과하는 사람은 극소수,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수에 불과하다.


어마어마한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의 팬이 소수라고 한들, 작은 기획사의 적은 팬을 보유한 아이돌에게 표절했다고 제기한다면 타격을 입을 곳은 누가 봐도 뻔하다.


표절하지 않았다고 기사가 났음에도 사과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욕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고, 대부분은 방관 또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


(이런 태도는 표절로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방관과 무책임한 태도가 계속될 수록 이 논란은 계속될 거고, 외부적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사이버 렉카, 또는 악플러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이 일을 몰랐던 사람들까지 관여하며 누가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대해 따지기 시작한다.


또한 그 태도로 인해 그 팬덤의 이미지는 물론이고, 아이돌에게까지 영향이 미치게 된다. 아무리 소수일지라도 그 팬덤에게 공동의 책임이 있고, 해결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미지를 팬들 자신의 손으로 망치는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표절 논란이 문제인 이유는 '표절돌'이라는 꼬리표가 붙고, 그 시기가 컴백을 앞둔 시기일 경우에는 그 앨범마저 '표절 앨범'이 되며, 신뢰를 잃고, 이미지가 훼손되고, 팬덤과 아이돌은 그 표절이라는 이름표를 떼어내기 위해 지금까지보다 더한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이돌의 팬들은 연관검색어는 물론, 해시태그를 정화하는 운동을 하게 된다. 연관검색어나 해시태그를 아이돌을 응원하는 내용이나 앨범, 노래 제목 등을 넣어서 표절이라는 단어가 수면 아래로 묻히게끔 하는 것이다.


표절을 제기한 팬이 싫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 아이돌까지도 싫어하게 된다. 댓글을 확인하며 또 어디에서 누군가가 우리에게 표절을 논하지는 않을까라는 불안함을 안으며 덕질을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된다.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팬들의 말은 시간이 지나도 똑같다. "너희도 우리를 비난했으니까 너희도 똑같은 거 아니야?", "난 몰랐어. 그리고 그게 내 문제는 아니잖아. 그러니까 나랑 내 아이돌은 빼고 너희를 비난한 사람들에게만 질책해."


소수의 팬이었든 다수였던간에 그건 그 팬덤 전체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정말 몰랐다면 회피하고 떠넘길 일이 아니라 "정말 몰랐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니 유감이에요. 제가 대신해서 사과하겠습니다. 우리도 사과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사과하지 않았고 방관하며 일의 책임을 회피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사과하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어린 건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아이돌을 사랑하는 팬이고, 덕질을 하는 사람이라면 팬이 아이돌의 명예를 훼손하기 가장 쉽고 가까운 존재라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런 논란은 서로에게 좋을 게 없고, 빨리 끝낸 후에 서로의 덕질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게 진정으로 행복한 덕질이 될 것이다.


나도 언젠가 내가 좋아한 아이돌의 영상이 예기치 못한 문제나 논란을 낳았을 때, "제가 아이돌 본인은 아니지만, 팬으로써 대신 사과 드립니다. 별 거 아닌 일개 팬이지만, 이런 일 없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게 소속사에 메일이라도 보내보겠습니다."라는 거창한 말까지는 아니어도 사과한 적이 있었다.


사과한 이유는 숏폼이 유행하면서 아이돌들이 함께 춤을 추는 챌린지 영상이 많아졌는데, 그 영상에 상대 아이돌에 대한 호칭이 불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궁금해서 물어본 누군가의 댓글에 대해 진지하게 "혹시 이 아이돌의 팬이실까요? 호칭이 불분명했던 것 때문에 불쾌함이나 무례하다는 느낌을 받으셨다면 제가 대신 사과 드릴게요." 라고 사과했다. 물론 그 말마저 조롱을 당하긴 했지만 말이다.


오히려 안 하고 버티는 것보다 조롱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과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논란의 이면은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더 클린한 덕질 생활, 덕후가 되었으면 한다. 더 나아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면, 덕후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나 이미지 또한 많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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