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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86화 - 입이 즐거운 덕질

by 덕후감

아빠의 근무지 이동으로 인해 엄마의 퇴근 시간이 늦어지면서 저녁 때가 되면 '뭘 해 먹어야 하나', '반찬으로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게 일상이다.


(오늘은 할머니댁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오후에 잠시 다녀왔고, 그러느라 브런치 업로드가 늦어버리고 말았다.)


할머니댁에서 사과를 받아왔는데, 이 사과로 뭘 하면 좋을까 생각했다. 왜냐하면 사과가 멍 들고 상하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많이 만들어두고 먹을 수 있는 요리가 뭔지 검색하던 중, 내 눈에 띈 게 하나 있었다.


'사과 깍두기'


레시피도 굉장히 간단했다.


사과의 껍질을 깎아내고, 깍두기처럼 썬 다음에 깍두기 할 때 들어가는 액젓, 다진 마늘, 고춧가루, 통깨만 넣고 함께 버무리면 끝난다.



사과의 달달함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의 매콤알싸한 맛이 만나자 새우깡 못지 않게 손이 가는 반찬이 뚝딱 나온 것이다.


이런 깍두기라면 김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잘 먹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과로 만든 김치를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싶다.


다 자르고 남은 사과에 남은 양념을 찍어먹으니 절로 밥이 먹고 싶어지는 기분이었다. 밥 도둑 메뉴에 사과 깍두기도 함께 올려두고 싶을 정도였다.


그저께에는 설날에 쓰고 남은 맛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생각했다가 반은 간장, 굴소스, 양파, 대파, 통깨를 넣고 덮밥을 만들었고, 반은 당근, 양파, 간장, 케첩 대신 올리고당을 넣어서 볶음을 만들었다.

모양은 으스러졌지만, 밥 위에 얹어서 슥슥 비벼 먹으면 짭짤하면서도 밥과 어우러져 짠맛이 중화되는 맛살 덮밥은 맛있었고, 맛살 볶음은 자르고 볶는 것만 했을 뿐인데 생각 외로 맛있었다.


나중에는 맛살 덮밥 위에 맛살 볶음을 함께 넣어서 비벼 먹기도 했는데, 의외로 훨씬 더 맛있었다.


요리를 하거나 맛집을 가는 일 외에 입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 덕질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데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요리가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사람을 좋아하는 덕질을 줄이고, 내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거나 나와 가까운 누군가에게 해주고 공유하며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덕질을 늘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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