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28 수요일의 일기
간만에 할머니댁에 갔다가 혼자 나가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분식집을 찾아다니다가 마트로 걸음을 옮겼다.
마트 푸드코너라도 갈까 하고 걸어가다가 보인 카페. 기다란 변우석 배우님의 등신대에 눈이 갔는데, 뭐가 붙어있어서 보니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콜라보] 포스터였다.
SNS를 인스타 외에 아무것도 안 하다 보니 전혀 모르고 있었고, 인스타도 그저 생존신고나 친구, 배우님의 피드에 좋아요 누르는 것뿐이었다.
이렇게 우연히 지나가다가 본 거라 그대로 지나갈 생각이었지만, 나는 결국 다시 돌아와서 QR코드로 이벤트 내용을 확인했다.
키오스크에 콜라보 메뉴가 있었고, 매장에서 주문한 건 포토카드 2장, 배달 주문은 포토카드 4장을 준다는 거였다.
배도 고프니 빵이 있는 걸 먹자고 생각했는데, 보이는 게 아메리카노와 대파 베이글이었고, 나는 당연하게도 대파 베이글을 선택했다. 카페인을 못 먹는 나는 디카페인으로 마셨다.
주문하고 나서 다시 이벤트 내용을 확인해 보니 문대의 추천 메뉴가 바로 대파 베이글+아메리카노 세트였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지?'라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으면,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비닐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그 안에 포토카드 2장이 같이 들어있는 거였다.)
아무거나 바로 눈앞에 있는 걸 집어들고서는 사진 찍을 겨를도 없이 빵부터 먹었다. 베이글이 쫄깃한 게 칼로 잘 썰어지지 않는데, 맛은 있어서 대파 크림 소스를 바르고 그대로 포크로 찍어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먹고 난 뒤에 포토카드가 든 비닐을 열어보자, 청우와 아현이가 있었다.
'누구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류청우? 선아현? 만족한다.' 하면서 다시 닫아두고 가방에 넣은 채 마저 즐겼다.
사실 이 이후부터는 속이 울렁거려서 할머니댁에 있는 내내 힘들었다. 집으로 갈 때는 편의점에서 활명수 하나 사 마시고 그대로 집에 들어갔는데, 계속 테스타가 떠오르는 거였다.
마침 저녁 때가 되어 배가 고프기도 했고, 속도 괜찮아지고, 먹은 거라고는 대파 베이글과 커피 뿐이었으니, 배달 주문을 하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주문은 아쉽게도 포카 재고가 없어서 주문이 취소됐다. 굉장히 아쉬웠고, 아쉬웠다.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으로 배달 앱을 바라봤고, "한 번만 더 해보고 안 되면, 그때 포기하자."라고 다짐하며 비장하게 다음 매장을 클릭했다.
나는 아주 아련하고도 간절하고 애잔하게 가게 요청에 글을 남겼다.
"포카 재고 있을까요...?"
배달 앱에 알림이 뜨더니 주문이 완료되었고, 가게에서 확인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숨을 참고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더니, 매장에서 메뉴를 준비 중이라고 떠있는 걸 보고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더니, 드디어 도착했다.
음료는 딸기라떼와 복숭아 아이스티를, 베이커리 메뉴는 세 가지를 필수로 주문해야 했는데, 초콜릿 청크 쿠키, 플레인 크림치즈스틱 케이크, 초코 크림치즈스틱 케이크를 골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포토카드였다.
이렇게 손글씨로 적어주실 줄은 생각지 못했는데, 친절하게 적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그 덕분이었는지 포토카드는 행운이 가득했다.
문대, 테스타, 이세진, 배세진까지 겹치는 포카 하나 없이 나오는 거였다.
로또 맞은 기분, 도파민이 절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배달은 두 군데 만에 주문 성공하고, 매장에서는 한 번에 성공하고... 누군가가 나의 덕질을 응원해 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거 완전 럭키후감이잖아?!"
래빈이랑 유진이를 못 뽑은 건 아쉽지만, 그럼에도 행복했다. 아까 전까지 몸이 안 좋았던 건 이렇게 행복하려고 아팠던 거구나 싶었다.
우연히 본 것 치고는 너무 운명과 같은 만남이었고, 나는 너무도 열정적이었다. 우연은 어디론가 불어가서는 인연과 운명을 몰고 오는 바람이었나 보다. 계속 테스타 덕질을 할 운명, 앞으로도 계속 주문하고 싶은 카페까지 둘을 함께 데려오다니... 이건 어쩔 수 없다. 내가 계속 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