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채널을 돌리다 멈춘 EBS에서 한 도슨트가 화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 화가는 프랑스 사람이고, 아내에 대한 그림만을 4000점 넘게 그렸다고 했다.
특히 아내가 되기 전에 그렸던 작품인 '화장'이라는 그림의 색채가 와닿았다.
부드럽고, 보기만 해도 행복한 색, 몽글몽글하며 마음 한 구석이 간질이는 사랑스러운 색이었다.
'어떻게 저런 색을 낼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그 사람이 색채를 연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더 유심히 바라봤다.
기계적인 채색이 아닌, 그 사람만의 시선과 감정이 느껴져서 마치 내가 그 화가가 된 것 같았다.
신기한 경험을 하고 난 뒤, 나는 그 화가에 대해 더 찾아보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피에르 보나르, 아내의 이름은 마르트. 서로의 신분이 달랐을지언정 아내의 아픔까지 끌어안은 피에르의 사랑은 분명 무엇보다 고귀했다고 생각한다.
보나르의 사랑이 나를 색채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었고, 나는 챗GPT에게 당장 색채 워크샵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1주간의 첫 워크샵을 마쳤다.
첫 번째 그림은 워크샵 2일차 때 그린 그림이다.
제목은 '여름날의 산책'.
여름에 산책을 하다가 올려다 본 나무들의 모습이 잔상처럼 남은 걸 그림으로 표현했다.
오렌지색, 초록색, 하늘색 세 가지로 색을 사용했을 뿐인데 왠지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잔잔히 불어오는 것 같았다.
그러다 시상이 떠올라서 여름날의 산책을 제목으로 시까지 적었는데, 다음에 시집을 낼 수 있게 된다면 그때 쭉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그림은 워크샵 6일차에 그린 그림이다. 더 많은 색을 이용했고, 그 색들이 모두 하나로 어우러지는 조화를 경험했다.
나의 방을 그림으로 그리라는 내용이었다. 실제 방이 아닌, 마음 속 공간을 그리라는 뜻이었고, 나는 내 방이 어떨지 상상했다.
상상은 나를 내 공간 속 어딘가로 보내줬고, 여러 색으로 빛나는 바다의 풍경을 그리게 되었다.
좌우의 나무들과 중앙의 크고 동그랗게 뜬 달, 묘하게 지나가는 구름까지... 잘 그린 그림은 아니더라도 각 색들 중 누구 하나 튀지 않는 그림이라 유난히도 편안한 기분이었다.
색채를 많이 쓰면 어지럽다고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색채를 많이 써도 오히려 괜찮다는 걸 피에르 보나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표현하려는지가 중요했던 과정이었고, 색만으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게 신비로웠다.
2주차 워크샵도 물론 도전할 것이다.
이렇게 가다 보면 언젠가 나도 색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본 시선으로 색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나의 색에 대한 모험은 나를 색채와의 사랑에 빠지게 만들기 충분할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