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여 전쯤부터 갖고 싶은 티셔츠가 하나 있었다.
마르디 메크르디의 티셔츠였다.
중고로 어렵게 구했지만, 옷에는 여기저기 얼룩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괜찮았다.
그 티셔츠를 갖고 싶어 했던 내 마음에 비하면,
얼룩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클렌징 티슈와 다이소에서 산 얼룩 제거제를 꺼내
하나하나 정성껏 얼룩을 지워나갔다.
앞면의 얼룩은 두 시간 만에 모두 사라졌지만,
나중에 보니 뒷면에도 얼룩이 있었다.
그 얼룩을 없애보려고
클렌징 오일까지 동원해 1시간을 애썼지만
조금 옅어졌을 뿐, 결국 남아 있었다.
그대로 잠옷으로 입기엔 아까웠고,
‘리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꽃 모양 레이스를 다이소에서 사와
하나하나 오려 꿰매 달았다.
귀여운 포인트가 되어 얼룩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작은 변화를 주고 나니,
이번엔 그림을 그려 직접 내 옷을 만들고 싶어졌다.
튤립을 그려 옷 위에 배치했다.
텍스트도 넣고 싶었지만, 어디에 둘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가 그림과 텍스트가 겹쳐져
마치 하나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었고,
그 순간 ‘이거다!’ 싶었다.
디자인을 마치고 주문한 옷은
6일 후 도착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내가 원했던 그림과 텍스트가 정확한 위치에,
딱 알맞은 크기와 색감으로 새겨져 있었다.
옷을 처음 세탁할 때는 걱정도 있었다.
혹시 프린팅이 벗겨지거나 뜯어질까 봐 불안했다.
그래서 뒤집어서 조심스럽게 세탁했고,
멀쩡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한편, 요즘에는 키우던 바질에 이상한 벌레가 생겼다.
나방의 유충처럼 보이는 하얀 물체는 너무나 작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바람에 찾기조차 어려웠다.
무턱대고 잡아서 없애려고 들다가는 잎까지 다치게 할까봐 쉽게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도 저면관수 화분이었기에 아랫화분에 있던 물이라도 잎에 부어보며 응급조치를 취했다.
살충제, 진드기 퇴치제, 소독제까지 총동원했고, 화분이 있던 주변에 뿌리며 화분을 잠시 옮겨놨다.
그렇게 새벽 4시까지 눈을 부릅뜨고 방법을 찾았다.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핑 도는 머리를 부여잡고
바질 화분을 씻기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기의 물을 틀고 잎의 위아래를 정성스럽게 닦아내며 벌레와 알을 없애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씻긴 화분은 볕이 잘 드는 창가로 향했고, 잘 마른 뒤에야 다시 내 작은 정원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덕질이라는 건, 단순히 누군가를 좋아하는 걸 넘어서 내가 가진 감정 전체를 한 대상에게 쏟아붓는 일인 것 같다.
걱정, 사랑, 조심스러움, 고민…
그 모든 감정들이 모여서 하나의 ‘덕질’이라는 결과로 나타남을 깨닫게 된 100번째 일기였다.
마치 내가 그린 어느 그림처럼, 덕질도 그렇게 꽃처럼 피어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