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꾸미기에 열을 올렸다.
내 손이 닿는 핸드폰 케이스, 입는 옷, 닿지 않는 내 속까지.
예전에 아크릴 물감으로 꾸몄다가 다 지워지고 뜯어진 폰케이스를 새로 꾸미기로 했다.
먼저 베이스 코트를 바르고, 잘 말린 뒤 딥 블루 매니큐어를 칠했다.
충분히 말랐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나 보다.
다시 덧바르고, 탑코트를 칠한 뒤 스티커를 붙이고 또 한 번 탑코트로 마무리했다.
자세히 보면 손과 손톱에 눌리고 긁힌 자국이 남아 있다.
그마저도 예뻐 보였다.
조금은 어설프고, 그래서 더 애틋한 나의 손길.
중고로 산 마르디 메크르디 티셔츠 두 장과
남대문 시장에서 사온 카피 티셔츠 두 장을 꺼냈다.
며칠 전 주문해 둔 자수 와펜들을 하나씩 바느질해 붙였다.
까만 프린팅 티셔츠 뒷면엔 고양이,
붉은 프린팅 앞면엔 데이지,
카피 티셔츠 두 장에는 각각 다른 나비들을 달았다.
다 모아 놓고 보니 네 장 다 전혀 다른 느낌이 되어, 그게 또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내 속도 꾸미기로 했다.
직접 건강빵을 만들었다.
오트밀, 계란 한 알, 차전자피 가루 한 스푼.
오트밀은 티스푼으로 6번 떠 잘게 부쉈고,
계란과 차전자피 가루를 넣고 섞었다.
묽은 느낌이 들어 차전자피를 조금 더 넣어가며 조절했다.
반죽을 얇게 펴 에어프라이어에 넣었다.
180도에 7분을 구웠지만 덜 익은 듯해 2분을 더 돌렸다.
반죽이 떨어지듯 익으면 꺼내 닭가슴살, 채소, 토마토를 얹고
다시 5분 정도 더 구웠다.
마지막엔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를 올려 마무리.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든든하면서 건강한 빵이 완성됐다.
처음엔 ‘이게 빵 맞나?’ 싶은 비주얼에 잠시 멈칫했지만,
맛은 포슬포슬한 감자전과 비슷했고,
채소와 닭가슴살, 토마토, 요거트가 어우러지며 신선하고 건강한 한 끼가 되었다.
또 만들어 먹고 싶다.
겉을 꾸미고, 속을 채우며 나를 돌보는 일.
이런 것도 결국 나를 향한 덕질이다.
오늘도 나는 내 방식대로 덕질했고,
그 하루는 내 취향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삶이 한 톤 더 다채로워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