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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Aug 25. 2023

17화 - 어느 따뜻한 봄날의 기억

봄이면 어김없이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거의 운명적인 첫사랑처럼 말이다. 알고 간 적이 있긴 했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우연히 만나진 게 신기했다. 내가 꼭 그 사람들의 팬이 되어야 했다는 듯이.

17번째 일기의 주인공은 발라드, 힐링돌로 유명한 비투비(BTOB)다.

비투비(앞에서부터 창섭, 민혁, 성재, 프니엘, 은광, 현식) / 출처 : 공식 홈페이지

데뷔하는 그 모습을 음악방송으로도 봤었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데뷔 시기와 활동 시기, 나이대가 비슷해서인지 빅스랑 유독 친한 그룹이고, 가끔 빅스의 자체 콘텐츠에서 자주 비치기도 했다. 대기실에서 장난치고, 서로 얘기하는 모습이 그렇게 다정하고 좋아 보였다. 빅스와 다른 느낌의 텐션과 깨발랄한 비글미에 눈길이 갔다. 그렇게 해서 비투비의 예능들을 하나씩 찾아보게 되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아마 재밌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팬이 되어있던 게 아닐까 싶다.


Wow로 컴백했을 때, 타이틀곡보다도 수록곡인 Stand Up사랑밖에 난 몰라를 좋아했다.


두 번째 고백은 잠옷 입고 찍었던 안무 영상을 귀엽다 생각하며 넘겼고, 드라마 몬스타에 나온 비투비를 보고 또 넘겼다.


입덕부정기가 끝나간다고 느낀 건 이때부터였다. 스릴러로 컴백했을 때, 앨범의 전곡이 좋았다.


끝이 난 건 뛰뛰빵빵으로 컴백할 때였다. 이거다! 하고 딱 꽂혀버린 나는 한동안 뛰뛰빵빵만 부르고 흥얼거렸다.


막내 성재오빠의 드라마 아홉수 소년 출연과 맏형이자 리더인 은광오빠의 솔로곡에 이어 나온 노래가 넌 감동이야다. 뛰뛰빵빵과 비슷하면서 더 신이 났다. 뮤직비디오가 정말 너무 재밌었다.


출발 드림팀 시즌 3에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친구랑 같이 보러 갔었다. 앞만 보고 달리는 민혁오빠의 모습이 마치 '사나운 날다람쥐' 같았다. 열정으로 이글거리는 눈에 모터 달린 것처럼 달려가는 게 이 세상의 모든 도토리를 다 끌어모으려 하는 것 같았고, 왜 태릉이 놓친 스포츠 인재라고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땅! 하는 소리에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순간 경기가 끝이 났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인 울어도 돼, 울면 안 돼는 기분에 따라 골라 듣기 좋았다. 울어도 돼의 킬링 파트는 "울어도 돼 울어도 돼 산타 할아버지도 혼자야"라고 생각한다. 가사를 듣자마자 웃었었다. 울면 안 돼는 디즈니의 캐릭터들 옷을 입고 움직이는 모습들이 굉장히 장난꾸러기 같고 귀여웠다.


이 다음에는 성재오빠가 굉장히 바쁜 한 해였던 걸로 기억한다. 후아유 - 학교 2015 드라마를 찍으면서 에이핑크 남주언니와의 노래를 내고, 비투비로 활동하기까지 했다.


비투비가 힐링돌, 발라드돌이라는 별명을 가질 수 있었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괜찮아요로 1위도 하고, 비투비라는 그룹을 더 많이 알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아버지라는 곡 이후로 듣고 울어버린 두 번째 노래였다.


직접 그린 그림

"좌표 없는 항해 위 방황하는 종이배"라는 랩 가사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이다.


성재오빠의 밤을 걷는 선비 OST, 또 사랑하고 만다 후에 비투비의 집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괜찮아요 만큼이나 가사가 좋았고, 현실적이면서 따뜻했다.


민혁오빠가 나온 달콤 살벌 패밀리의 OST가 나온 뒤, 애니메이션인 텔레몬스터의 OST가 나왔다.


봄이면 듣게 되는 노래, 봄날의 기억이 나오던 날 비투비와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안녕, 봄아 여전히 예쁘구나 이 향기도 바람도 스며있는 포근함"이라는 부분의 가사가 좋았다. 이 앨범에서 좋아한 곡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게 바로 그려본다였다. 영유아기 시절부터 다시 떠올려보며 내가 그려나가고자 한 그림이 뭐였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 그림은 더디긴 해도 여전히 잘 그려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귀엽고 청량한 노래인 여행 가고 싶어,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OST인 For You가 나온 뒤, 드디어 비투비의 첫 유닛이 나왔다. 비투비의 보컬라인인 비투비-블루의 내 곁에 서 있어 줘. 이 노래를 듣는다면 귀가 녹아내릴 수도 있으니 얼음은 필수다.


기도는 보컬들과 래퍼들의 소리 경쟁으로 유명했다. 보컬라인의 고음과 화음, 래퍼라인의 묻히지 않는 랩까지 대단했다. 음치 마이크 영상이 있는데 꼭 보길 바란다. 이상한 소리가 나와도 잘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Movie는 대학교 OT 때, 교수님들과 선배, 동기들 앞에서 처음 불렀던 노래였다. 사실 MR이 없다고 하면 무반주로 후렴만 부를 생각까지 했었는데 친절히 노래를 틀어주셨다. 가사만 핸드폰으로 보고 불렀는데 생각 외로 반응이 좋아서 부르는 와중에도 얼떨떨하고 신기했다.


쌈 마이웨이 OST인 알듯 말듯 해, 싱포유, 솔로곡들 이후 최애 앨범인 Brother Act. 가 나왔다. 영화 시스터 액트를 생각하고 지은 이름이라고 했다. 총 13곡이 수록된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 그리워하다다. 비투비 하면 떠오르는 최대 효자곡이 아닐까 싶다.


드디어 비투비를 보러 가게 된 2018년의 서울가요대상. 친한 언니가 표를 구해줘서 같이 보러 갔었다. 비투비의 유쾌함을 앞에서 직접 보니 너무 짜릿했다. 본상을 수상하게 된 비투비가 앞으로 나갔고, 일렬로 서서 합체를 하더니 팔로 웨이브를 주며 상을 받는 모습을 두 눈으로 담게 됐다. 은광오빠의 수상소감을 듣고 빵 터져서 언니랑 같이 웃었다. "2~30년 뒤에는 대상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되었을 때의 일화가 하나 있다. 은광오빠가 입대하기 전, 행사를 할 때였다. 고등학교 때 친구랑 오랜만에 만나서 놀기 위해 같이 광장을 지났다. '무슨 행사라도 하나?' 싶었지만, "이따 가보자!"라고 얘기하며 지나쳤다.


근데 다니면 다닐수록 익숙한 파란 나팔 모양의 응원봉이 보이는 게 이상했다. "아까 거기에 오늘 비투비 오나 봐!"라고 말하며 흰 천막을 떠올렸다. 할 일을 빨리 끝낸 나와 내 친구는 아까 본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역시나 멜로디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펜스를 잡고 서서 다른 가수들의 무대를 보고 있는데 꺄악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역시나 비투비가 벤에서 내리고 있었다. 창섭오빠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지나갔고, 무대 위의 로이킴 님에게 사과의 의미를 전하며 천막으로 들어갔다.


'로이킴 님, 저는 계속 보고 있었는데 소리가 나니까 너무 궁금해서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생각하며 비투비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비투비가 나오고, 노래할 때마다 따라 부르고, 응원법 할 때는 크게 외치며 즐기기 시작했다. 멤버들을 한 명씩 눈에 담으며 보고 있었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는 표정까지 잘생기고 멋지다 못해 조금은 차갑고 무섭게 느껴지는 성재오빠를 보게 됐다. 그날 이후로 최애가 됐다. 퇴근길도 보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성재오빠가 모델일 때 샀던 썸바이미 육성재 포토북


너 없인 안 된다는 비투비의 앨범 중 처음으로 사본 거였다. 청량한 노래가 최고였지만,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완전체 앨범이라서 샀었다.

너 없인 안 된다가 타이틀곡인 앨범 THIS IS US


은광오빠가 군대 가기 전, 마지막으로 나온 비투비-블루의 비가 내리면은 울면서 들었었다. 당분간 못 볼 게 속상했다. 꽤 덤덤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 같다.


은광오빠가 군대를 가고, 그렇게 은광오빠 없는 비투비의 노래가 나왔다. 아름답고도 아프구나는 듣자마자 함께하지 못한 은광오빠의 아쉬운 한탄이 들리는 것 같았다. 정말 좋았던 건, 그런 은광오빠의 자리를 비워둔 채로 무대 하는 비투비였다.


창섭오빠와 민혁오빠도 군대를 가게 되어버린 어느 날이었다. 선물처럼 미안해라는 곡이 나왔다. 군대 간 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현식오빠와 성재오빠의 솔로곡이 나왔고, 성재오빠는 드라마 쌍갑포차가 끝나기 전에 입대했다. 쌍갑포차의 싸인 포스터를 이벤트로 받았는데, 군대 간 성재오빠의 싸인은 여전히 비어있다. 언제쯤 채워질지는 나도 의문이다.


먼저 입대했던 은광오빠에 이어, 창섭오빠와 민혁오빠까지 차례대로 전역했다. 그러고 나온 두 번째 유닛이 바로 비투비 포유(4U)다. Show Your Love는 들으면서 힐링되는 노래였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지만, 그 모든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노래가 나온 건 처음 본 것 같았다.

Show Your Love가 타이틀곡인 앨범 Inside


뜻밖이었던 선택은 엠넷의 킹덤이었다. 인지도가 떨어지거나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는 비투비가 멋있어 보였다.


킹덤이 끝나고, 비투비 포유의 Outsider가 나왔다. 뮤직비디오가 재밌었던 게 Show Your Love도 그랬지만 영화를 오마주한 부분이었다.

Show Your Love에서는 아비정전(창섭오빠), 로미오와 줄리엣(민혁오빠), 킬 유어 달링(은광오빠), 트레인스포팅(프니오빠)까지 다양한 사랑을 영화로 보여줬고, Outsider에서는 위대한 개츠비(창섭오빠), 007 카지노 로얄(프니오빠), 씬 시티(민혁오빠), 웜 바디스(은광오빠)까지 남들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화로 표현해 줘서 신기했다.

Outsider가 타이틀곡인 Outside 앨범


그 사이 현식오빠와 성재오빠까지 전역하고, 나온 첫 노래가 바로 노래다.(제목이 노래.) 전역 후 첫 완전체인 만큼 행복했고 기뻐서 앨범을 샀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가까워질 때쯤 돌아온 비투비는 여전했다. 그리고 전역한 지 얼마 안 지나서 그런지 오랜만에 보는 형들을 어색해하는 성재오빠가 웃기기도 했다.

노래가 타이틀곡인 앨범 Be Together


그리고 2023년, 나의 바람이 나왔다. 다시 봄이 되었을 때, 돌아온 것이다. 노래는 여전히 따뜻하고, 포근했다. 봄날의 기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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