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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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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Aug 29. 2023

18화 - 못 견디게 그리운 덕질

덕질하는 팬 입장에서 생각만큼 뜨지 못해 아쉽고, 이따금씩 다시 찾아서 볼 정도로 그리워하는 아이돌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이제 더는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돌인 BF, 보이프렌드가 열여덟 번째 일기의 주인공이다.


출처 : 싸이더스HQ / 보이프렌드(민우, 광민, 동현, 영민, 정민, 현성)


보이프렌드를 처음 본 건 Boyfriend로 데뷔했을 때였다. 그땐 다른 아이돌을 덕질하느라 바빠서 넘겼었다. 


내 여자 손대지 마로 나왔을 때는 좀 놀랐었다. 가사가 좀 오글거리긴 해도 귀엽고 예뻐서 누가 들어도 듣기 좋은 노래였다. 이런 노래를 왜 홍보도, 띄워주지도 않는지 팬이 아니었어도 이해가 안 갔다. 그런 와중에 쉽지 않았던 건, 쌍둥이 오빠들을 구분하는 거였다. 대체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모르겠어서 혼란스러웠다.(지금은 다행히 턱선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부드러운 턱선이면 형인 영민오빠, 각진 턱선이면 동생인 광민오빠다.)


내가 갈게는 듣기만 하면 따라 부르게 되는 수준이었다. 팬이 아니었는데도 노래가 좋아서 자꾸만 흥얼거리고 계속 듣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떠나간 사람을 탓할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 노래 가사가 예뻤고, 순수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Love Style은 오글거리는 가사여도 계속 빠져들었다. 어떤 사람이 되어서 그런 사랑을 주겠다며 얘기하는 부분이 귀엽기도 했다. 왠지 정말로 그렇게 해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야누스는 내가 결국 덕질하게 되어버린 노래였다. 사실 가사를 나노 단위로 쪼개서 분석하고 음미하고 싶은 노래지만, 가장 좋아했던 건 "You're not a bad girl 날 위한 눈물 그 눈물 거둬 그 애가 다쳐 나 땜에 다쳐 그러니 참고 또 참아야 해" 하는 부분이다. 날 떠나는 네가 나쁜 게 아니라 널 다치게 하는 내가 나쁜 거니까 참고 보내주겠다는 마음이 너무 눈물 나게 아름다워서 좋아하게 됐다.


아이야는 제발 좀 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노래였다. 그건 지금도 한결같고 여전하다. 지금 이 노래로 다시 나온다고 하면 모른 척 따라 부르고 앨범까지 살 것만 같다.


ON&ON은 이렇게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날이면 찾아 듣는 노래다. 아련하면서도 청량하고 산뜻한 느낌의 보이프렌드 노래가 생각나서 좋았다. 강렬한 콘셉트의 보이프렌드도 좋지만, 한결같이 유지한 그 콘셉트가 더 보고 싶다.


너란 여자는 들을 때마다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가사가 좋다고 느낀다. "네가 더, 많이 더 사랑받음 좋겠어 너 밖에 몰라 난" 하는 부분의 가사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정말 너무 예쁘다고 생각한다.


Witch는 "덕질하길 잘했다"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좋아한 최애곡이다. 헤어, 메이크업, 코디, 콘셉트, 가사, 소품, 보컬 없이 "와...!" 할 정도로 멋있고 모든 게 완벽했다. 무대라고 하지만, 사실 돈 내고 봐야 될 느낌의 짧은 뮤지컬 한 편을 본 느낌이었다. 지금 저대로 다시 나와도 좋아해 줄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누가 저 무대 좀 소환해 주면 좋겠다.


Bounce도 솔직히 많이 좋아했다. Witch가 최애라면, Bounce는 차애였다. 들을수록 깊이 빠져서 헤어 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매력의 노래 같다.


약속할게는 정민오빠가 작사, 작곡한 노래로 데뷔 5주년을 기념해서 데뷔 날에 맞춰 나왔다. 들으면서 든든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좀 더 지나서는 듣기 힘든 노래가 됐었는데 오빠들이 돌아온 뒤로는 '이땐 이랬었지!' 하며 듣고 있다.


Star는 한동안 못 들었었다. 듣는 순간, 울어버릴 게 분명해서 듣지 않았다. 다른 노래들보다 보컬이 더 도드라지고 춤도 예쁜 노래여서 좋아했는데 가사가 아렸다. 볼 땐 아름답고 멋있었는데, 가사만 보면서 들으니까 지금도 좀 울컥하는 기분이다.


그 이후로 리더인 동현오빠를 보게 된 건 아이돌 리부트 더유닛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가장 반가웠고, 동현오빠를 보자마자 투표했었다.


그 다음에 다시 본 사람들은 영민오빠, 광민오빠였다. 예쁘장한 구오즈로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여행 다니는 걸 보며 같이 힐링했다.


또 듣게 된 소식은 보이프렌드가 BF로 돌아왔고, 새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한다는 거였다. 못 견디게 그리웠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돌아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울고 말았다. 내심 기다리면서 초조한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돌아온 날짜는 데뷔기념일이었다. 2021년 5월 26일. 10주년 기념으로 나온 ENDING CREDIT은 잔잔한 울림과 설렘, 기쁨을 안겨줬다.


설화는 그동안 왜 잊지 못하고 맴돌았는지 깨닫게 해 준 노래였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멤버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팀을 사랑했기에 나도 좋아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게 해 줘서 고마운 사람들에게 내 마음 하나 두고 가고 싶어졌다.


Canvas는 여전히 예쁜 가사에, 행복한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바래진 줄 알았던 색마저 다시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우리의 봄이 와 스쳐가 비와 눈으로 녹아 꽃으로 펴 단풍으로 질 모든 계절과 모든 시간의 우리를 담아서 예쁜 색으로 그려갈 거야"


Finale는 듣기만 해도 상쾌하고 예쁜 노래다. 테이프에 적힌 날짜와 메모도 너무 고맙다. 매번 이렇게 예뻐해 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은 또 없을 거 같다.


또다시 5월이 되고 찾아온, 2023년 5월 26일. 5월의 그날로 데뷔 12주년을 기념했다. 울고 싶지 않아서 아직 듣지 못한 노래다. 다 쓰고 나서 들을 예정이다.


아마 또 못 견디게 그리워지고 보고 싶어지는 날이 오겠지만 괜찮다. 그때 또 보면 되니까 아쉽지는 않다. 언제 어디서나 행복하고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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