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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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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Sep 01. 2023

19화 - 덕질이 주는 영향

덕질을 하면서 느낀 건, 할 때마다 그 사람들의 말과 행동, 역할, 노래에 많은 영향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좋지 않은 것도 있지만, 분명한 건 좋을 때가 더 많다는 거다.


열아홉 번째 일기의 주인공은 배우 성준이다.


배우 성준 / 출처 : 소속사 더웨이컴퍼니 공식 홈페이지


처음 보게 된 건 tvN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였다. 밴드 안구정화의 리더인 권지혁으로 본 첫인상은 겁 없이 달려갈 것 같은 불도저의 이미지에 까칠해 보였다. 드라마 OST인 신호등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생각했던 이미지와 정반대에 부끄럼이 많은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다음에 본 건 구가의 서, 로맨스가 필요해 3, 연애의 발견, 영화 무서운 이야기 2였다.


구가의 서에서의 멋진 호위무사 곤은 동화 속에 나오는 여느 백마 탄 왕자보다 더 멋있었다.


로맨스가 필요해 3, 연애의 발견은 재밌고 흥미롭게 봤다. 원래도 사람이 어렵고,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할 존재라는 건 알았지만 그런 연애는 해답이나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무서운 이야기 2는 학교에서 봤었다. 극 중에서 이수혁 배우와 함께 조난당한 상황이었는데 무서울 때마다 눈을 가리거나 엎드렸다. 들키면 어디라도 안 보이게 숨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무서워도 집중하며 보고 있었다. 보다 보니 그냥 그럭저럭 볼만했던 것도 같다.


이 다음에 나온 하이드 지킬, 나가 내게 영향을 준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서 최면전문의인 윤태주 역으로 나왔는데, 그걸 본 뒤로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내 마음은 어떤지, 과거의 나를 똑바로 마주할 수 있을지도 많이 궁금했지만, 더 많이 생각했던 건 병원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정신과에 대해 곱게 보지 않는 시선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눈치를 봤었던 내가 처음으로 병원을 찾고, 최면치료까지도 생각하게 됐었다. 비록 윤태주가 극 중에서 끝은 좋지 않았지만, 병원 및 여러 질환들에 대한 인식과 생각이 바뀔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줬다.


그 후에 본 드라마가 마담 앙트완이었다. 마담 앙트완 심리상담센터의 센터장이자 임상심리전문가인 최수현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를 보고, 심리상담센터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하이드 지킬, 나에서의 병원은 따뜻하면서 딱딱하고 무거운 느낌이었지만, 마담 앙트완 심리상담센터는 그보다 편안하고 부드럽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가겠다고 마음먹기까지의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상담을 받아보면 지금보다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근처의 심리상담센터를 처음 방문하게 됐다. 가보게 된 심리상담센터의 느낌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포근했다. 상담을 받으면서 깨달은 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게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는 거다. 시간이 지났으니까 울지 않고 덤덤하게 얘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울면서 말하게 됐고, 상처는 오랜 시간 돌보지 않은 탓에 많이 곪아있었던 건지 어제 생긴 것처럼 아프게 느껴졌었다. 괜찮은 게 아니라 외면해서 당장은 아픔을 볼 수가 없어서 통증이나 쌓였던 게 느껴지지 않았던 거 같다. 


번째로 받았던 영향은 생각과 찾는 거에서 그쳤지만, 두 번째 영향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가 되어줬다.


조용히 군입대를 하고, 볼 수 없었던 순간에도 그 영향은 내가 내 과거를 마주할 수 있는 다리가 되었다. 가족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살피고 눈치를 보면서도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약물치료까지 받았다. 기억을 꺼낼수록 아프기도 했지만, 그 일은 세상을 마주 보며 밖으로 나갈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 선생님도 이 상태라면 만성우울증은 6개월 안에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빠른 속도로 나아지고 있다며 약을 점점 줄여나가 보자고 하셨다.


이후에 병원은 더 다니지 않게 됐지만, 그 영향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존재했다. 심리학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했고, 나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장 최근에 본 건 드라마 아일랜드였다. 아일랜드는 웹툰으로도 봤지만, 드라마도 재밌었다.


판타지여도 정염귀 같은 그런 존재들이 무서워서 못 볼 것만 같았는데, 결국 파트 1과 파트 2까지 다 보고 말았다. 평소보다 잠도 잘 자서 피곤하지가 않았다. 신기했다. 알에서 깨면 가장 먼저 본 존재를 어미로 인식한다더니, 정말 그런 거 같고 뭘 해도 나쁜 영향은 끼치지 않을 거라는 믿음 같은 게 생긴 것 같다.


사람들은 덕질이 밥을 먹여주거나 돈을 주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덕질은 밥을 더 맛있게 먹고, 돈을 벌기 위한 일의 원동력이 되고, 생각지 못한 채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오랜 꿈이 되기도 한다.


드라마이자 역할이었지만, 병원과 심리상담센터에 대한 문턱을 낮춰주고, 갈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되어줬다. 과거의 나를 마주 보며 치유받을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마웠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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