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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Sep 07. 2023

21화 - 왠지 모를 편안함

사람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나랑 잘 맞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사람, 정말 아닐 것 같은데 했다가 알고 보니 한 10년은 알고 지낸 느낌의 사람.


내가 편안함을 느꼈던 건 후자에 가까워서였다. 왠지 모르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스물한 번째 일기의 주인공은 모델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안재현이다.


안재현 / 사진 출처 : HB엔터테인먼트 공식 사이트

 

처음 느꼈던 인상은 겨울마다 내리는 눈의 인간화였다. 차갑고 날카로워 보이는데 신비로울 만큼 투명해서 속을 모르겠는 그런 사람 같았다.


처음 보게 된 건 이수근, 김병만의 상류사회에서 택배맨으로 나올 때였다. 너무 재밌어서 보기 시작했다가 택배를 전해주기 위해 가끔 나오는 택배맨에게 입덕해버리고 말았다. 웃으면서 택배를 전해주고 가는데 내가 홀리는 기분이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누군지 찾아봤고, 모델 에이전시로 유명한 기획사의 모델이라는 걸 알게 됐다.


아이돌과 관련된 차트를 소개하고, 시청자들의 사연을 읽으면서 뮤직비디오도 알려주는 뮤직비디오 토크쇼 형식의 뮤직톡톡 마블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달샤벳의 수빈언니랑 같이 진행을 맡았다. 요일마다 코너가 달랐어서 보이는 라디오랑 비슷하게 느껴졌었다. 직접 사연을 보내고 읽히는 사람들을 보며 부럽다고 생각했다.


모델에서 배우가 된 이수혁, 홍종현 님이 진행했던 스타일 로그 2013의 MC가 재현 님으로 바뀐 걸 보고 시간이 될 때마다 봤었다. 그렇게 봐도 스타일, 패션, 뷰티에 흥미는 별로 없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 동생 천윤재로 나오는 걸 보고, 탄식했다. 비주얼로 지구를 정복하고도 남을 사람들이 남매로 나오다니 눈은 더 반짝이며 빛을 냈다.


너희들은 포위됐다 또한 본 기억이 있다. 보다가 말았지만, 꽤 재밌어 보였다. 나보다는 엄마가 더 열심히 보셨던 것 같다.


블러드는 로봇 러비가 귀여워서 쭉 봤던 드라마였다. 오글거리는 걸 워낙 잘 봤고, 면역도 좋았기에 재밌게 봤었다. 연기력은 생각하지 않은 채로 봤던 것 같다.


신서유기 2에 나오는 걸 알고 난 뒤로 매주가 즐거웠다. 재밌는 것도 맞지만, 볼수록 더 편안하고 동질감이 느껴졌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얌전하다가 편하고 친한 사람들 앞에서만 모든 게 해제된다. 그때 속에 숨어있던 도른 자가 나타나는데, 주변이 초토화되는 그 모습은 정말 남일 같지가 않았다. 친구들도 나를 보면 "안 그럴 것 같았는데 너 엄청난 돌아이였구나.", "얘 이러는 거 내숭이었네."라고들 한다. 아름답게 미쳐버린 재현님을 보고, 더 친근감이 느껴졌다.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는 꽃보다 남자 보듯이 재밌게 봤다. 그렇게 좋아한 드라마는 아니었고,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아했다.


강식당신서유기 전 시즌을 다 본 입장에서 재현님은 여기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있다 없으니까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고, 허전했다. 김치는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데, 김치가 없으니 매콤하면서 아삭한 맛과 식감이 자꾸만 아른거리고 속은 괜히 더부룩한 기분과 같았다. 그러다 보니 안 나올 때는 더 안 봤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드라마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게 바로 뷰티 인사이드다. 결혼하는 신부 말고 신부님이 되려고 한 류은호는 제일 잘 어울리는 캐릭터였다. 어색하거나 꾸미지 않은 느낌이어서 그랬는지 지금껏 봐온 연기 중에 가장 편안하고 보기 좋았다.


운동천재 안재현은 운동을 안 좋아할 것 같지만 하면 잘하는 사람이 온갖 스포츠를 배우는 내용이었다. 운동하기 싫어하는 모습이나 막상 하기 시작하면 열정적으로 임하는 거, 생각보다 체력이 약한 것까지 똑같았다. 또 하면 은근히 잘하는 모습은 "제목 잘 지었네."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올 정도였다.


진짜가 나타났다! 는 엄마가 주말마다 열심히 보고 계신다. 그래서 가끔씩 듣고 보게 되는데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이해하는 걸 포기하고서 문 너머로 들리는 소리를 듣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팬을 그만두게 된 건 떠들썩해질 때였다. 제대로 된 입장도 뜨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면서 같이 떠나게 됐다. 진실은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사람들이 욕하는 걸 보며 괜히 상처받고,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가장 힘든 건 당사자겠지만....


팬을 하는 동안 왜 유독 더 편하게 느껴졌는지를 알지 못해서 너무 궁금했었다. 그걸 최근에 알게 됐는데, 이유는 MBTI가 같아서였다. INFP로 같은 것도 있지만, 의외의 면들이 비슷하게 닮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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